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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동네서점을 살려라

도서정가제를 통한 가격경쟁 완화 및 가격안정화 필요

2014-08-31     김명원 기자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확대로 영세한 중소 서점들이 운영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도서정가제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익산시내 중소 서점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도서정가제 개정안(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 오는 11월 21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중소서점들은 출판사와 대형 온라인 서점의 무자비한 할인 경쟁으로 경영난을 호소해왔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펴낸 ‘2014 한국서점편람’ 에 따르면 2013년 말 국내 서점 수는 2천 331개로 2천 577개였던 2011년에 비해 246개가 줄어든 반면, 2003년 200개였던 중 대형 서점은 2013년 318개로 늘어났다. 실제로 폐점하는 곳은 대부분 소규모동네 서점이다.

   익산시 부송동의 한 서점 대표 A씨는 “서점 상황이 무척 열악하다. 보통 책은 20%, 참고서는 25%, 전문서적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15% 정도 이윤이 남는다. 카드 수수료 2.5%까지 포함하면 책 1권을 팔 때마다 평균 1천2백 원에서 1천3백 원 정도가 남는다. 이렇게 벌어서 매장 임대료까지 내고나면 남는 것이 없다” 며 “부인과 내가 공장으로 나가 월급으로 100만 원씩 받는 게 더 많이 남을 정도로 익산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네 서점, 중소 서점은 아사상태다” 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서점의 입장에서 도서정가제를 시행해야 한다” 며 “출판사는 돈이 되지 않는 책을 찍지 않고 그나마 남아있는 서점도 잘 나가는 책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고 말했다.

   평소에 온라인 서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권정호 씨(문예창작학과 2년)는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면 책을 사기 위해 나가지 않아도 되고 외국서적 같이 구하기 힘든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서적을 구매할 때마다 일정 비율로 적립되는 포인트를 사용해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2003년 2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 는 책값의 과열 인하경쟁으로 학술·문예 등 고급서적의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현행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발간 18개월 미만의 신간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하며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구간도서와 실용도서, 학습참고서,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다. 이처럼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구간도서와 실용도서, 학습참고서는 할인이 자유롭다. 또한 일부 출판사들이 인문학 서적을 실용서로 분류해 파격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등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도서정가제 개정안에 따르면 △실용도서와 초등 학습참고서를 포함한 모든 도서가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게 되며 할인율도 15% 이내로 제한된다. 단, 가격 할인은 정가의 10% 이내로 제한하되 마일리지나 할인권, 상품권 등 부수적인 할인 혜택을 조합해 5%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 △또한 도서의 효율적 재고관리와 합리적 가격 책정에 따른 소비자의 후생을 위해 발행한 날로부터 18개월이 경과한도서는 출판사가 적정한 절차에 따라 정가를 변경해 판매할 수 있으며 △사회복지시설을 제외한 모든 국가기관, 지자체 도서관등에 판매하는 간행물에 대해서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된다. △이밖에 정가 표시 및 판매 등의 규제를 3년마다 검토하는 규정도 포함 됐다.

   많은 소비자들이 당장의 할인율이 줄어들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통해 가격경쟁이 완화되고 콘텐츠가 다양해진다면 우리가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의 종류도 많아질 뿐만 아니라 책의 평균 가격도 점차 안정화될 전망이다. 과열된 가격 인하 경쟁에서 벗어나 양질의 출판 환경이 조성된다면 저작자의 창작의욕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김명원 기자 kimmw0715@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