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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대학가 사교육… 스펙 쌓기에 갇힌 청춘들

취업 위한 대학생 사교육 증가

2014-10-04     양수호 수습기자
 '스펙'보지 않는 기업에 12만 명 몰려 
 지난달 26일 A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11개 계열사에서 1천2백여 명을 뽑는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총 12만 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입사 경쟁률이 무려 100대 1을 보인 셈이다. 이전까지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했지만 올해 처음 통합채용을 시행하면서 자격요건을 확 바꿨다. 입사지원서에 ▲주민등록번호 ▲사진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비롯해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 경력 등 자격조건 입력란도 삭제했다. 통합 채용으로 스펙보다는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를 뽑겠다는 의도다. 이같은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른바 스펙에 해당하는 자격요건은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큰 부담이며 취업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지방대생에게 스펙이란? 
 대학로에는 어학·공무원 시험·유학·편입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학원이 있다. 본지 기자는 저녁 7시, 대학로에 위치한 B학원에서 수강 관련 상담을 받았다. 이 학원에서는 수강생의 어학 성적에 따라 학생들은 기초반·실전반·심화반으로 나누고 학생당 적게는 2개, 많게는 5개의 강의를 듣게 한다. 학원 관계자와 20여 분의 상담을 끝낸 후 기초반 수업을 청강했으며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통해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듣는 동안 수업범위를 알려주는 진행요원이 수강생들의 수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생소한 광경이었다. 수업은 주 2회로 이뤄졌다. 
 이곳에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우리대학 재학생 A씨(23)는 "많은 학생이 취업을 위해 학원에 다니고 서울로 학원 유학을 가는 경우도 종종 봤다"며 "기업들이 스펙을 보지 않는 추세라고 해도 지방대생에게 스펙 쌓기는 어쩔 수 없이 거쳐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 <출처 : 한국경제>
 
 우리 대학 학생들의 사교육 현황은?
 본지는 대학생 사교육 현황을 알아보고자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조사는 우리대학 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방식은 설문지를 통한 직접 조사와 SNS를 통한 조사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는 대답이 65.3%(98명)로 가장 많았고, '예'라는 대답은 34.6%(52명)로 나타났다. '대학생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취업의 문턱'이라는 대답이 78%(117명)로 가장 많았고, '사회적 분위기' 9.3%(14명), '자기발전을 위해' 7.3%(11명) '기타' 5.3%(8명)가 뒤를 이었다. 
 주관식 답안인 '대학생 사교육 의견 제시' 항목에는 "일단 사교육의 효과를 보면 끊을 수 없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학생이 사교육에 의존한다", "취업 현실을 감안할 때 학원에 다닐 수밖에 없다" 등의 답변이 있었다. 
 손충기 교수(교육학과)는 "정부는 근래 들어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며 압박하고 있고, 동시에 취업 문제를 대학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대학가 사교육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는 스펙 쌓기 문제를 중단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대졸자 중 비경제활동인구 200만 명 넘어서
 올해 2월 13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대졸자 실업률이 매년 증가하고있다. 2007~2008년 6%대였던 대졸자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1년에 7%대로 뛰어올랐고 2012년에는 8.1%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대졸자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207만1천 명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 노량진의 아침, 학생들이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대학생 사교육, 어쩔 수 없는 현실
 최근 정부에서는 지역 인재 추천 채용제, 지방 인재 채용 목표제, 공공기관 지방 인재 채용 쿼터제 등 지방대 출신을 채용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이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수도권 대학, 지방 거점 국립대학 출신 학생들에게 편중된 편이며 남은 자리를 두고 지방 사립대 출신 학생들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매주 본지에 게재되는 취업성공기에서는 "지방대 출신은 서류 전형에서도 탈락하는 경우가 다수"라는 말이 종종 언급된다. 우리대학과 같은 지방사립대 학생들은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고 그래서 대학가 사교육 시장도 계속 존립하게 된 것이다.
 손충기 교수는 "대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심리요인 중 하나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라며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공무원, 공기업 취직을 성공의 기준으로 두는 사회적 풍토도 큰 요인 중 하나다"고 말했다. 
 수많은 대졸 취업자 사이에서 경쟁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혈안이 돼있다.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굳게 닫힌 취업문을 열기 위해선 사회와 개인 모두 취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고 혁신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하겠다. 
 
양수호 수습기자soohoo6588@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