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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도 감독,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2)

넌 영원히 내 눈 속의 사과야

2014-11-02     원대신문
 
 
 누구든 특별한 의미를 가진 사랑을 가슴 속에 하나쯤 품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만남은 대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아주 은밀하게 다가오고 끝내 비극을 맞기 쉽다. 그 사랑은 한 번쯤 곱씹게 되는 기억으로 평생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강연호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니 빠진 곳을 혓바닥으로 가만가만 다독거리는 일"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나도 그때 널 좋아했던 내가 좋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도 아름답게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첫사랑의 '첫'이 가진 의미에 있을 것이다. 대부분 처음이란 어떤 것의 시작을 의미한다. 첫 걸음마, 첫 옹알이, 첫 입학 등 처음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사랑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물만이 느끼는 가장 고차원의 감정을 처음 느껴보는 일은 그 어느 누구에게나 크게 다가오는 일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서툶'에 있을 것이다. 연애 소설을 많이 읽고 달달한 로맨스 영화와 드라마를 백 번, 천 번 본다 해도 그것은 단지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라고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전 경험이 없는 시도는 서툰 것이 당연하다.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며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어쩔 줄 모르고 수줍어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우리는 서툴기에  그 시절을 회상하고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
 세 번째는 비극이다. 첫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졌다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연애 할 시간이 없었거나 혹은 이성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에 속할 것이다. 이 외의 사람들은 모두 실패한 첫사랑의 비극을 맛본 사람들일 것이다. 
 마치 신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처럼 말이다. 비극이 왜 아름다울까? '신데렐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보다는 신데렐라가 죽는 결말이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만큼 비극이 주는 충격은 강력하다. 그러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것이고 영화나 드라마, 소설의 소재로도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커텅은 션자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 "평행세계를 믿어? 그 평행세계에선 우리 아마 함께 하겠지?"
 네 번째는 미련이다. 첫사랑은 후회의 연속이다. 처음 겪어보는 감정 앞에서 서투른 대처는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거기다 첫사랑의 대부분은 이팔청춘때 이뤄지는데, 이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나이에 한 판단들을 나중에 곱씹어보면 '내가 왜 그랬지'라는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첫사랑은 이런 과정을 거쳐 아름다움으로 자리 잡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그 때 그 시절, 첫사랑을 겪었고 또 아파했다. 하지만 성숙해진 후에 보면 그 아픔은 아름다움으로 남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이 모두 허무하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삶의 과정에 있어 모든 것에 의미가 있듯, 비극의 첫사랑도 후에 다가올 사랑을 맞이하는 일종의 준비 과정이다. 
 처음의 서툶과 비극과 미련이 있지만 이러한 아픔을 견뎌낸 자는 훗날 더욱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최기주(철학과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