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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속에 들어온 한 권의 책] 타락한 시대에 놓인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

채만식,『탁류』, 문학지성사, 2014

2015-05-23     김태곤 수습기자
 

    '탁류' 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타락하고 어두운 배경 속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통해 희망적인 장면이 연출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의 저자는 채만식이다. 그는 사회를 부정적,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옮겨 큰 인상을 주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의 타락하고 혼탁한 주변인들 속에 휩쓸려 파멸의 길로 점점 몰려가는 한 여인의 삶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과 상황을 비판고 있다.

   '탁류' 라는 제목은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인간의 꿈과 미래를 송두리째 실어다가 바다에 쏟아 붓는 절망적이고 혼탁한 현실을 의미한다. 가혹한 노동,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식민지 시대에 더럽혀지고 추해지는 진흙탕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속물이고, '탁류' 와같이 혼탁한 의식과 생활 형태를 보인다. 채만식의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듯이, 이 작품에도 세속적인 인물과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 많이 나온다.

   자식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는 '정주사' 는 신구학문을 익히고 군청에서 십삼년을 일하다가 도태된다. 그는 재산을 정리해서 군산으로 이주하여 할 일 없이 열두 해를 지내다가 '미두' 라는 노름을 하면서 빚을 진다.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외상 쌀을 더 달라고 한참봉의 쌀집에 들렀다가 한참봉의 부인 김씨로부터 큰 딸초봉이의 중매를 서겠다는 제의를 받게된다. 자식을 팔면서까지 본인의 이득을 추구하는 정주사는 고민도 없이 제의를 수용한다. 이것이 시초가 되면서 한 여인의 비극적 생애가 시작된다.

   다음으로 고태수에 대해 살펴보면, 그는 자신의 자포자기적인 삶을 보상받으려는 심리에서 속임수로 초봉이와 결혼하게 되는데 이것으로 그녀의 불행이 시작된다.

   반면 타락하지 않은 인물로 승재와 계봉이 등장한다. 계봉은 영리하며, 자신의 일을 잘해 나갈 자신이 있는 속이 깊은 인물이며, 승재는 하층민을 진료해주고 그들을 계몽시키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들도 한계를 가진 인물이며,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인물들이 혼탁하고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사회의 악과 대결할 것을 기대한다. 희망적 인물들을 심어놓음으로써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는 탁류 속의 인물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대의 반영보다는 초봉이의 불행한 인생이야기 쪽으로 초점이 모아진다는 점이 아쉽다.

   내가 그녀의 입장이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비참하고 아직도 마음이 짠하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초봉이가 장형보를 살해함으로써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고자 한 면은 인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고는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