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카지노

[리뷰] 처음만큼 아름다운 마지막 사랑

영화 리뷰 - 강제규 감독, <장수상회> (2014)

2015-05-23     원대신문
 

    이 영화는 70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러 갔을 때에도 상당히 다양한 연령층들이 극장을 찾고있었다. 60~70대 노부부는 물론 어린아이부터 젊은 학생들까지 다양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전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틈만 나면 화를 내고, 융통성이라고 전혀 없는 김성칠(박근형)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장수 마트를 지켜온모범직원인 그는 해병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은 넘치지만 배려심, 다정함 따위는 잊은 것처럼 행동하는 노인이다. 하지만 동네 재개발 확정 사업에 유일하게 반대한 강직한 신사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성칠의 앞집으로 고운 외모의 '임금님(윤여정)' 이 이사를 오게 된다. 언제나 퉁명스러운 성칠의 행동에도 환한 미소와 친절한 모습에 성칠은 당혹스러워한다.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금님은 같이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고 성칠은 장수 마트 사장 '장수(조진웅)' 에게첫 데이트를 위한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결국 성칠과 금님의 만남은 소문이 나서 온 동네 사람들은 물론 금님의 딸 민정(한지민)까지 알게 된다. 첫 데이트를 무사히 마친 성칠은 어색하고 서툴지만, 금님과의 설레는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성칠은 깜짝 놀랄만한 비밀을 알게 된다. 사실은 성칠과 금님은 실제 부부였다. 성칠은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면서 자식 얼굴도 잊게 되고 아내 얼굴도 잊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김성칠은 자식들에게 행여 짐이나 될까 자살시도를 하지만 죽지는 못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처음부터 혼자 산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모든 과거를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성칠이 언젠가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연극을 한 것이다. 성칠은 이러한 내용을 가족들에게 전해 듣지만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고 가족들 또한 슬퍼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칠은 요양원으로 가게 되고 항상 금님이 곁에 있어 준다.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사랑했던 사람이 기억을 잃었지만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니. 참 낭만적이고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사랑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나도 노년에 저런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에 치매라는 병에 걸려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내 가족들을 잃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노인이 되면 사랑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의 눈길, 편견 그리고 언제 숨이 다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함에 대해 감히 '사랑을 해도 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이 부분도 영화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중 누가 먼저 가더라도 울지 말자고, 잠깐 헤어지는 것 이라고' 하는 성칠의 대사가 너무 슬펐다. 하지만 그들이기에, 그 세대라서 가능한 말이지 않았을까 한다. 처음만큼 아름다운 마지막 사랑, 삶에 지쳐 펑펑 울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박하신(정치행정언론학부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