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카지노

[내 삶 속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다르다'는 것을 인정

이희재, 박재동, 손문상 등저,『십시일反』, 창비, 2003

2015-09-14     원대신문
 
 
 '십시일反', 이 작품의 제목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래의 '십시일반(十匙一飯)'은 열 명의 사람이 비어있는 밥그릇에 한 숟갈씩 담으면 온전히 한 사람을 먹일 분량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작품 제목의 마지막 글자는 반대할 반(反)이다. 열 사람이 저마다 밥숟갈을 보태면 하나의 반대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즉, 많은 사람들의 작은 정성이나 관심이 모이면 사회적 소수자들과 그들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며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셈이다. 또, 열 명의 만화가들이 각자 사회적 차별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저마다 보태어 하나의 책을 만들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차별은 다양하다. 아이들 정서에 좋지 않고 집값이 떨어진다며 장애인 시설을 반대하는 동네주민들 이야기, 열등생이 학교생활에서 당당한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선생들 이야기. 일하던 도중 손이 잘린 노동자에게 고향으로 갈래, 니 방으로 갈래, 하고 묻는 사장 이야기. 전차에 깔리고도 제대로 된 보상은 커녕 사과조차 받지 못하는 여고생들. 아버지에게 용기 내어 커밍아웃하지만 결국 버림받는 사내의 이야기. 아직도 남성에 비해 삶의 무게가 무거운 여성들. 특히, 장애인이 되고 나서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까지 잃은 여성의 이야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여성은 장애인을 위한 복지제도개선을 위해 홀로 시위를 하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사람들의 후원을 받으며 용기를 되찾는다. 하지만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결국 자살하고 만다. 우리의 치부를 건드리는, 아니, 어쩌면 이젠 흔한 일상으로 굳어져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의식할 수 없게 되어버린 가슴 아픈 문제들이다. 
 하지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용기를 내어 먼 곳으로 떠나는 어머니의 이야기. 다리가 불편하지만 주위 친구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세상과 맞서는 여고생의 성장 이야기. 동화 속에서 구원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 여성들이 주체적인 인격체로 재해석된 이야기 등 밝은 분위기의 이야기들도 수록되어 있다.     
 사회계층, 빈부격차, 노동, 교육, 국제분쟁,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 이주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대표적 차별들이 이 책 한 권에 종합돼 있다. 가끔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이러한 소수자들을 싫어하거나 차별할 권리 또한 있지 않느냐는 댓글을 종종 접할 때가 있다. 차별은 암묵적이고 의식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기에 그 자체만으로 인권침해라고 의식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 인권 선언' 제2조에 의하면 "모든 사람에게는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입장이나 여타의 견해, 국적이나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이나 여타의 신분과 같은 모든 유형의 차별로부터 벗어나서,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중략) 주권에 대한 여타의 제약을 받고 있든 상관없이, 그러한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들이 인간인 이상, 차별 받을 이유는 없다. 암묵적인 차별, 모든 종류의 차별이 인권침해이자 사회적인 폭력인 셈이다. 
 이 책에서, 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제시된 것은 작은 관심이다.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조금씩 모인다면 차별받는 이들에겐 희망이 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자신의 밥 한 숟갈조차 아까워하고, 오히려 남의 밥그릇과 자신의 밥그릇을 비교하며 안타까워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다. 결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관심은 인류사에서 모든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발원되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주 조금만 관심을 쏟으면 된다. 개개인의 관심이 모인다면 '변화'라는 그릇이 채워져 언젠간 '차별'도 사라질 것이다.
  열 명의 사람이 각자 한 숟갈씩만 모아도 밥그릇 하나쯤은 가득 채울 수 있듯이.   
  백재열(문예창작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