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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로 보는 영화] <그날, 바다>, 2018, 김지영

'감성팔이 영화' 아닌 세월호 침몰 이성적 접근

2018-05-29     원대신문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 될 세월호 참극을 겪었다. '세월호 침몰'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교육과 같은 여러 분야에 큰 타격을 입혔고 4년이 흐른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세월호를 주제로 한 다양한 영화(다큐멘터리)가 제작됐지만 그 중 필자는 <그날, 바다>에 주목해본다. <그날, 바다>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세월호 침몰을 과학적 분석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그날, 바다> 는 '세월호는 왜 침몰하였는가?'라는 의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연출을 맡은 김지영 감독은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았던 'AIS'에 관심을 가졌다. AIS란 배의 항로를 기록하는 장치로 정부가 제시한 세월호의 AIS항적 기록이 조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제시한 AIS와 해군의 레이더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곧 정부의 자료는 조작되었다는 근거라는 것이다. 영화는 곧바로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러한 사실들을 조작하였나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세월호 침몰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2014년 4월 16일 당시 세월호 주변에 항해하고 있던 두라에이스호의 문예식 선장이었다. 그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을 목격하고 곧바로 세월호의 좌표와 침몰시간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좌표는 정부가 밝힌 자료와 일치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은 손상된 세월호에 있던 차량들의 블랙박스를 복구하여 차량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어떻게 세월호가 침몰했는지를 분석했고, 생존자들의 주장과 문 선장의 증언을 모아 또 다른 근거를 제시했다. 블랙박스의 영상과 증언들을 모아보면, 세월호는 정부가 말한 것과는 반대로 급격하게 침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세월호처럼 거대한 선체의 배가 급격히 침몰할 수 있었던 것은 외력 밖에 없으며, 영화는 이제 선체를 침몰하게 할 정도로 큰 외력을 줄 수 있는 물체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세월호의 궤적이 해저 지형과 일치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됐다. 이는 결국 낮은 지형에서 일부러 닻을 사용됐고, 이것이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라 추정하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세월호를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됐다고 했을 때,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 날의 비극을 잊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 바다>는 흔히 말하는 '감성팔이 영화'가 아닌, 세월호 침몰을 좀 더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접근하고자 했던 영화다. 2014년 당시 언론들은 늦은 구조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비판을 하는 내용만 가득할 뿐, 왜 세월호가 침몰하였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저 세월호 선장의 미숙한 운전 정도가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 누가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닻이라고 생각하고 세월호의 AIS는 조작됐고, 침몰 시간, 침몰 원인, 심지어 침몰 위치까지 조작됐다고 생각이나 했을까? 사실 이 영화는 진실은 아니다. 진실을 추정하는 가설일 뿐 실제로 닻이 침몰의 원인인지는 증명된 것은 아직 없다. 과학적인 분석과 추측으로 어느 정도 의심은 들 수 있지만,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서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꼭 닻이 아니더라도 세월호가 침몰하고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음에도 정부는 조작된 정보로 진실을 묻은채 4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의 억울함은 끝나지 않은 채 진행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 목포를 지나던 중 우연히 멀리서 세월호를 보게 됐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의 친구이며 누구의 가족인 사람들, 어쩌면 한번쯤 길에서 우연이라도 지나쳤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는 <그날, 바다>의 제작진들처럼 AIS를 분석하거나 과학적 근거들을 찾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도 침몰로 슬퍼할 누군가들을 위해, 또한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건으로 세월호가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본다.  

류혜인(컴퓨터소프트웨어공학과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