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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로 보는 영화] 여러분은 진짜 인생을 살고 있나요?

<트루먼쇼>, 1998, 피터 위어

2019-10-15     원대신문
 

 220개국 17억 인구가 5천 대 카메라로 지켜본 지 1만 909일째! 한 사람의 가짜 인생을 전 세계 사람들이 생중계로 지켜본다. 내 삶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면? 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 <트루먼 쇼>는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끔 해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트루먼 버뱅크'라는 남자를 태어날 때부터 하루 24시간 내내 그 사람의 삶을 모두 촬영해 생중계하는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정작 트루먼 본인은 자신의 생활이 전 세계로 생방송된다는 것을 모른다. 트루먼 쇼에 등장하는 사람 가운데 소꿉친구와 직장동료, 이웃사촌, 심지어 부모와 아내까지 트루먼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연기자들이다. 그들은 배우로서 각본에 따라 트루먼의 주변 인물을 연기를 하고 있으며, 트루먼이 태어날 때부터 살아온 섬 역시, 오직 그를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세트장이다.
 인생을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살고 있던 트루먼은 어느 날 자신에게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늘에서 별자리 조명이 떨어지고, 비가 자신에게만 쏟아진다. 또한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아버지가 노숙자가 돼 나타나고, 출근하는 중에는 평소에 듣는 라디오 방송 대신 갑자기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중계하라는 지시의 방송을 듣게 된다. 이를 이상히 여긴 트루먼은 자신의 직장이 아닌 다른 건물로 들어가게 되는데,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려 들어간 곳은 엘리베이터 안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로 변장한 배우 휴게실이었다.
 자신의 삶이 이상하다는 의심이 확고해지기 시작한 트루먼은 섬을 떠나려고 하지만, 이를 눈치챈 제작진은 온갖 방법을 써서 탈출을 막는다. 여행사를 찾아가니 벽에는 여행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포스터들이 붙어있고, 비행기 표를 끊으려 해도 성수기라 예약이 다 차 있었다. 이를 더욱 이상하게 여긴 트루먼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주위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같은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자신의 주위를 겉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의심은 더욱 깊어져 간다.
 이후 트루먼은 매번 탈출을 강행하나 번번이 실패하게 되다. 의심으로부터 그를 안심시키고자 아내가 다가간다. 하지만 아내는 그 순간 상품을 광고하고 단둘이 있지만 어딘가를 향해 말하고 소리치는 아내를 보면서, 트루먼은 마침내 자신의 삶이 짜인 각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 많고 탐험심이 강했던 트루먼은 결국 30살이 돼서야 자신의 일생을 보내왔던 세트장을 뒤로한 채 배에 오른다. 섬을 떠나면서 트루먼은 "나를 막을 생각이라면 차라리 나를 죽여라!"라고 외치며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끝내 세트장 외벽에 다다른 트루먼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고 벽을 만지며 세트장 위로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세트장을 나가는 문 앞에선 그는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말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이란 인사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트루먼 쇼는 막을 내린다.
 트루먼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현실로 나가는 문을 열 때까지 숨죽이다 환호하는 전 세계 시청자들. 그러나 끝나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목숨을 건 진실마저도 흥미진진한 볼거리에 불과한 지금의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 영화는 우리의 현실을 풍자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역시 끔찍한 사건을 뉴스로 자주 접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채널을 돌리지 않는가. 어떤 일이든 연민은 순간의 감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씁쓸함이 느껴진다.
 영화 <트루먼 쇼>는 '나의 삶도 이렇게 조종당하지 않을까'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점점 '나의 인생은 무엇인지, 나는 인생의 선택권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가짜인 트루먼 쇼. 과연 트루먼은 진짜 인생을 찾았을까?

  김송연 수습기자 ksy0421@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