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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도서정가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도서정가제, 긍정과 부정 의견 '팽팽'

2019-11-20     윤진형
 
 
   지난달 14일부터 약 한 달 동안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약 20만 9천여 명이 동의하면서 화제가 됐다.
 '도서정가제'란 도서를 정가의 일정한 비율 이상의 금액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가격 유지 제도이다. 또한 모든 도서에 정가를 적용하는 것으로, 자본을 앞세운 대형·온라인 서점과 대형 출판사의 할인 공세를 제한해 중·소규모의 서점 및 출판사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취지다.
 지난 2003년 도입 된 도서정가제는 2014년 개정안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정가의 최대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필요성
 도서의 특성은 독창적인 원고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다. 그래서 도서는 상품으로 팔 수 있지만, 다른 상품과는 다른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정가 책정에서 독특한 속성을 띄고 있다. 또한 같은 도서라도 서로 다르기에 정가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출판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도서정가제의 긍정적인 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중소 서점의 생존을 보장해주며 독자에게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할인 제도를 한다면, 독자는 할인율이 높은 대형 서점에 집중돼, 결국 문을 닫는 중소 서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 도서정가제는 경쟁 촉진 효과를 가져 온다. 한마디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출판할 수 있고, 신규 출판사들도 쉽게 도서 시장에 뛰어들을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도서정가제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것인데, 만약 정가제가 효과적으로 유지된다면 신인 저자의 등장을 용이하게 해줄 수 있다. 이는 정가제 없이 할인 판매가 이루어지면, 서점은 이윤이 많이 남는 저자의 책만 선호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독서인구는 꾸준히 급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년간 일반 도서(교과서, 학습참고서, 잡지, 만화 제외)를 1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독서율은 59,5%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조사에 비해 5.4%P 감소한 수치며,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저치다.
 또한 베스트셀러 위주의 구매 패턴으로 인한 시장 불황에 대형 서점들은 가격 경쟁을 선택했다. 이에 중소서점은 치명적 영향을 받게 됐고, 지속적인 시장 불황으로 대형 서점까지 영업 적자가 생기는 제 살을 깎아먹는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도서정가제로 인해 같은 책을 가지고 의미 없는 할인율 경쟁을 막는 최소한의 대책이 마련된 셈이기도 한 것이다.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
 그러나 도서정가제가 가져오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도서정가제가 개정안이 시행되고, 도서 판매 권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에서는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된 지 약 한 달 후, 도서 판매 권 수를 비교한 결과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국내 문학에서 33.5%가 줄었고, 해외문학에서 29.5%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도서정가제가 실행된 이후에도 중소 서점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온라인 서점만이 호황을 누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온라인 서점의 이용금액 증가율이 2016년에는 전년에 비해 23.6%가 늘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서는 모든 판매처에 정가 15% 이내까지만 할인을 허용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온라인 서점의 '신용카드 할인'에 의해 할인 폭이 컸고, 이에 소비자는 굳이 중소 서점에서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도서를 살 이유가 없었다.
 종로구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도서정가제 시행 때문에 손님이 거의 없어졌다"고 밝히며, "참고서, 문제집 사 가던 학생들이나 꾸준히 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고 책의 경우, 도서정가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중고 책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새 책을 구매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출판사나 작가에게 돈이 하나도 안 돌아가는 중고 책 시장만 커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더 나은 대안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독서인구와 책 구매율은 감소하지만, 반대로 책값은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서정가제가 유지되거나 혹은, 폐지된다고 해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한 출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출판 시장이 침체되며 책을 찍어내는 것 자체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며, "책을 양장본으로 찍는 경우가 많아져 도서정가제와 상관없이 책값은 고가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서정가제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나눠먹는 도서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도입 이후 독자들은 더 큰 할인 폭이 있는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며 현재 도서정가제의 효과가 크게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중소서점이 죽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책 할인을 막는다고, 도서 가격을 통일시킨다고 바로잡힐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의 도서 시장을 위해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 제시돼야 할 때이다.

 

윤진형 기자 kiss7417@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