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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여는 창] 모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동권 투쟁, 직관적 관점 필요

2022-05-17     김정환
출처 : 전장연 SNS

 앙상했던 나뭇가지 사이로 따스한 바람이 불어 빈틈없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요즈음이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면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을 체감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 지 어느덧 다섯달이 지났고, 그 사이 우리 사회에는 계절의 변화 못지 않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 중 국민들의 가장 큰 화두로 오르내렸던 것은 제20대 대통령선거, 그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지하철 운행방해 사태를 꼽을 수 있겠다.
 최근 뉴스나 SNS를 통해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모습은 결연하다 못해 어딘가 처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대신문>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전장연 지하철 운행방해 사태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21년 간의 투쟁
 전장연은 장애인 인권단체 중 하나로, 2007년에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다. 창립 이후 주로 장애인 이동에 불편함이 있는 교통수단에 대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이를 '이동권 투쟁'이라 부른다. 이 이동권 투쟁은 휠체어나 사다리로 바리게이트를 만들어 버스 혹은 전철을 기습적으로 막아버려 운행을 막는 방식의 시위 활동이다. 작년 12월부터 서울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하철 운행방해 사태도 이동권 투쟁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러한 강경 시위는 과거에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 당시 벌어졌던 이동권 투쟁이 그 것이다.
 지난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용 리프트를 사용하던 승객이 추락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지하철 선로에 쇠사슬로 몸을 묶어 지하철 운행을 막아버리는 등의 연착 시위를 벌였고, 이는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 당시 시위에 참가한 장애인 중 한 명은 "우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지하철 타기도 힘들고 버스는 아예 타지도 못한다"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하철에 탑승해 있던 시민들은 우리를 볼모로 이렇게 해도 되는 거냐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법정투쟁 끝에 시위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이 시위를 계기로 교통약자법의 제정 움직임이 일었으며, 수도권 내 대중교통에 장애인 이용보조기구 설치가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그날로부터 21년이 흐른 지금,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예산을 요구하며 다시금 이동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시위 방식과 시민들의 반응은 지난 2001년 때와 다를 바가 없다. 계절이 꼬박 여든하고도 네 번이 바뀔 동안에도 장애인들의 요구 사항과 시위 방식,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하다. 수많은 비난을 감당하면서도 그들이 강경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당한가, 부당한가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며, "하지만 장애인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제정된 이래로 단 한 번도 시민으로서 그 권리를 보장받은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를 언급하며 "2001년부터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설치뿐만 아니라 모든 교통수단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외쳐왔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해서도 말했다. 과거 이명박 前 서울시장이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저상버스 등을 도입하겠다 약속했고, 2015년 박원순 前 서울시장이 2022년까지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 설치 및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 등을 약속했지만, 모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시위를 옹호하는 이들은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여전히 있고, 리프트 안전사고는 꾸준히 발생하며, 저상버스 비율이 정부 계획인 42%보다 모자란 28%로 쉽게 타기가 어려운 현실 등을 들며 대부분의 교통수단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개선을 외치고 있다. 또한, 시위 장소가 지하철, 그것도 하필 출근길에 하는 점에 대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관심을 주지 않고, 공론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번 전장연 시위를 비판하는 이들은 애초에 전장연이 처음 주장하던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1역    1동선) 문제에 대해 서울의 1역 1동선 확보율은 바르셀로나(91.5%), 베를린(73.4%), 뉴욕(24.1%) 등 선진국 도시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93.6%의 비율을 보이고 있고, 어려운 재정 속에서도 더 나아질 예정인데 비현실적 목표를 들어가며 과격 투쟁을 그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이어 이들의 목적이 다른 분야로 번져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지하철과 무관한 장애인 권리 예산 6천억 원대 확충을 요구하고, 지하철과 일절 관계없는 버스, 장애인 콜택시 등의 사항을 지하철역에서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출퇴근 직장인을 중심으로 시위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생들 역시 수업에 지각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서울교통공사 역시 시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운영에 차질을 빚지는 않겠다며 3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십만이 오가는 지하철역에서 이러한 강경 시위는 형법상으로도 위배되는 일로,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 지위를 이용해 되려 시위 방식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장연의 주장에 '전장연이 곧 장애인'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인권단체 중 하나일 뿐일진데, 이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들에 이 전제를 끼워넣어 비판의 목소리를 장애인 전체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전장연을 제외한 다른 장애인 인권단체들의 비판 여론 역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21년 간의 투쟁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는 말이 있다. 이른바 '언더도그마 현상'인데,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국제 사회의 형편을 봤을 때 이 언더도그마가 악용되고 오용되는 사례가 점차 잦아지는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약자의 범죄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핍박과 언더도그마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각종 이분법적 갈등으로 인해 혐오주의가 팽배해 있는 현 시점,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들을 대할 때 직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뚜렷한 주관과 통찰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정환 기자 woohyeon17@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