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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여는 창] 2022 이태원 핼러윈 '책임 없는 참사는 없다'

인파 속 늦어진 구조, 피해 증폭··· 정부, 예방 방안 고민을

2022-11-07     원대신문
서울 이태원 역 1번 출구 앞 추모의 발길 / 출처 : SNS(트위터) 캡처

'지옥'을 방불케 했던 이태원 현장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첫 '노 마스크' 핼러윈을 맞이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은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다수의 인파가 뒤엉키면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너무나 많은 수의 축제 인파가 섞여 압박이 시작되면서 결국 밀리는 힘을 견디지 못한 앞쪽 한두 명이 넘어지고 뒤쪽 인파들이 도미노처럼 넘어지면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호흡곤란은 물론 심정지까지 오는 악몽 같은 상황에서 신속한 구조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인파로 인해 구급대는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고, 골든타임을 놓치며 많은 사상자를 낳게 됐다. 
 지난 4일 기준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91명으로 총 347명의 사상자가 집계됐다. 사망자 중 여성이 101명, 남성이 55명으로 체구가 작은 여성이 많이 희생됐다. 하지만 이는 최종 집계가 아니므로 앞으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31일에는 우리대학이 위치한 전북 지역에 연고를 두거나 거주하는 사망자 7명이 확인됐다. 사망자 모두 20, 30대이며, 여성 5명, 남성 2명이다. 전북도는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해 전북도청 1층 공연장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6명 중 128명 (내국인 121명, 외국인 7명)에 대한 발인과 본국 송환이 이뤄졌으며, 추가 발인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단일 사고 인명피해로는 최대 규모다. 
 생존자 A 씨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했다"며 "매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고, 살려달라는 목소리들이 머릿속에서 아우성친다"고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예방할 수 없었나
 이번 이태원 참사는 사전 예방 조치 미흡, 정부의 늦은 대처, 아쉬움을 남긴 시민의식, 13만 명의 거대한 인파, 미끄러운 바닥과 경사진 골목, 호텔 측의 철거 후 남겨진 구조물로 인해 생긴 병목현상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재난 안전사고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노 마스크' 핼러윈이었고, 과거부터 매년 축제가 진행된 이태원에는 경찰을 대거 배치해야 할 만큼 사람이 많이 모였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이번 참사는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그중에서도 해밀턴 호텔의 불법 증축 건축물들은 당시 시민들의 대피를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턴 호텔 옆 내리막길에는 무단 증축 후 철거하다 남겨진 구조물이 있었다. 이 구조물 때문에 도로 폭이 4미터에서 3.2미터까지 줄어들었다. 또 내리막길인 지형 특성도 인명피해를 키웠다. 이 내리막길은 약 10도의 경사도가 있었고, 이에 따라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며 앞 쏠림 현상이 심하게 일어났다. 호텔 측은 지난해 관할구청인 용산구청의 지적을 받은 바가 있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해당 구조물을 철거하지 않았다.
 우리대학 김형두 교수(소방행정학부 전임교수)는 "건축법에서는 도로 폭을 4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시민 안전을 저해한 해밀턴 호텔 불법건축물은 분명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다"며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와 편법으로 설치한 구조물은 도로 기능을 저해하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사고의 전조증상인 '신고'를 가볍게 넘긴 것도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고 당일 최초 신고는 오후 6시  31분으로 확인됐다. 그 후 3분 뒤인 두 번째 신고 전화에는 "압사당할 것 같다. 겨우 빠져나왔는데 인파가 너무 많아서 통제가 필요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되며 당시 상황이 심각함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신고는 이른 6시부터 접수됐지만, 경찰의 판단하에 '일반적 불편 신고'로 간주 처리돼 대형참사를 막을 기회를 잃었다.
 112상황실의 근태도 문제였다. 이태원 사고 당시 상황실 근무를 맡은 류미진 상황 관리관은 사고 발생 당시 상황실을 비우고, 본인의 사무실에서 대기해 1시간 뒤 복귀했다. 이에 따라 상황 인지가 늦어 보고가 지연된 것이다. 이렇듯 전조증상을 통해 참사를 바로잡을 기회는 많았지만, 경찰과 112상황실은 잡지 않았다. 
 이번 참사의 책임은 정부 또한 피해 갈 수 없다. 정부는 말 그대로 '유명무실'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1조 5천여억 원을 투입해 구축한 지방자치단체· 소방· 경찰 간 재난 안전 통신망이 이태원 참사 당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호 씨(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는 "재난 안전 통신망은 버튼만 누르면 유관기관 간 통화할 수 있는 체계인데 작동이 안 됐다"고 밝혔다. 결국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 안전을 위해 구축된 통신망이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것이다. 사전 대응 미미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없었다. 이에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그동안 구축된 재난통신망이 이번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않은 것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재정비된 의료응급시스템 또한 이번 참사 현장과의 원활한 소통에 실패했다. 김호중 교수 (순천향대 응급의학과)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혼잡한 상황에서는 더욱 사고 현장과 병원간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특히 첫 환자 발생 시 병원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현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국민 안전을 최우선 해야
 핼러윈(Halloween) 축제라고 하면 무시무시한 복장으로 변장을 한 채로 참가하는 가장무도회와 입으로 사과 물기를 하거나, 집마다 사탕을 구하러 다니는 아이들로 북적대는 밤을 떠올린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수만 명의 인원이 좁은 거리에 갑자기 밀집하면서 발생했다. 도로 통제는 물론 안전관리가 철저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워낙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에 사고 발생 당시 대피 경로는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 경찰이 출동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는 사람과 구경하느라 경로를 가로막는 사람들로 인해 상황통제가 더욱 어려웠다. 
 핼러윈 축제 자체를 즐기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단 몇 초가 급한 응급상황에서 빛나지 못한 시민의식은 안타까운 현실로 다가왔다. 몇 미터 차이로 생사가 갈렸다. 친구가 넘어져도 잡아줄 수 없었고, 미끄럽고 좁은 골목은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을 더욱 고되게 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2·3차 피해를 줄 수 있는 무분별한 보도는 자제해야 하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명예훼손을 멈춰야 한다. 
 많은 청춘이 정부의 무관심한 대처로 한 순간에 우리의 곁을 떠났다. 조금만 신경 쓰고 안전관리를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일차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가장 기본인 시민의 안전에 틈이 생긴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 참사에 관한 정확한 진실규명과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김하늘 기자 sponge5021@wku.ac.kr
조혜연 기자 yeonsop321@wku.ac.kr
이은교 수습기자 dldmsry11002@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