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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권하다] 현대 민주주의 주춧돌이 된 생각들

조국,『법고전 산책』추천 민주공화국의 당당한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

2024-05-13     원대신문
 김요한 교수 (신문방송학과)

 

흔히 고전(古典)이라 하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높게 평가되는 작품을 뜻한다. 고전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생각했던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언젠가 꼭 읽겠다는 다짐이었다. 아니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당위일지도 모르겠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데 나만 모르면 창피하니까. 

 하지만 결심이든 아니면 필연이든, 두 번째 믿음 때문에 대부분 보지 않았다. 바로 '고전은 읽기 너무 어렵다'는 선입견이었다. 때론 수백에서 2천 년이 넘는 책들도 있다 보니 당시 저자의 생각과 언어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너무 많은 분량도 피하기 좋은 변명거리였다. 그럼에도 읽고 느끼고 싶다는 소망은 가슴 한 켠에 남아있었다. 그런 이유로 고전을 현대의 언어로 쉽게 해석해주는 작가를 나는 좋아한다. 

 이번에 권하고 싶은 책은 조국의 ≪법고전 산책≫(오마이북, 2022)이다. 그는 이 책에서 총 15개의 법 관련 고전과 사상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 설명을 넘어 현대 사회, 특히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하였다.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깊이 새겨진 내용을 중심으로 이 책을 추천하려고 한다. 

 우선 우리 헌법 1조 2항에도 명시된 국민주권론의 등장 배경인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로크의 <통치론>이다. 사람들은 왜 국가와 정부를 만드는 계약을 맺었을까? 바로 천부인권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다. 나아가 인민의 자유를 빼앗고 폭압적인 정부에 대해서는 저항권을 발동하라고 역설한다. 여기에 저자는 동양 고전인 <맹자>를 덧붙여 '폭군방벌론'을 소개했다. 

 어질고(仁) 정의롭지(義) 못한 자, 즉 측은지심이 없거나 악을 미워하고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군주는 일개 필부에 불과하다. 인민은 그런 왕을 추방하고 정벌할 수 있다. 시대를 넘어 부도덕한 정치 지도자에게는 언제나 해당될 수 있는 서릿발처럼 준엄한 법칙이다. 

 다음은 현대 민주주의의 주요 원칙인 3권 분립을 제안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그리고 체사레 베카리아가 쓴 근대 형사법학의 고전 <범죄와 형벌>이다. 이 책의 내용들 중에선 '가혹한 형벌'과 '사형'의 위해성이 눈길을 끌었다. 

 죄가 사회에 미친 해악을 초과하여 가해지는 형벌은 범죄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범죄자가 가혹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이 생길 것이다. 흉악범 기사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저런 범죄자는 사형을 시켜야 돼"라고 주장했던 짧은 생각을 깨뜨렸다. 죽기로 작정한 '결심이 선 인간이 사회를 침해하는 것을 결코 사형으로는 방지할 수 없다.' 더불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 혹은 독재자의 불순한 의도로 집행된 사형은 어찌할 것인가. 그 무엇도 빼앗긴 피해자의 생명을 보상할 순 없다. 

 그 다음 감명 깊었던 고전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다. 인간은 누구나 사상과 양심, 표현, 그리고 행동의 자유를 갖는다. 국가와 사회도 함부로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자유의 한계를 두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이 말할 권리를 뺏거나 폭행을 할 자유도 인정해야 하나? 밀은 이에 명확한 답을 제시했다. '타인에게 해를 미치는 자유'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저자 조국도 본문에서 소개한 사례다.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됐던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진술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물론 마약을 허용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 고령사회로 접어든 시점에 유병장수, 높은 간병비, 연명치료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환자 자신이 원한다면 유럽 일부 국가들처럼 '안락사'를 허용하는 문제도 우리 사회가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 오히려 비싼 연명치료가 '남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소개하려는 고전은 미국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불복종>이다. 멕시코와 전쟁 반대나 노예제 페지 신조 등 당시 미국 사회의 정책이나 통념에 반대했던 소로는 '시민불복종'이라는 현대적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소로는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라'고 주장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언제나 '불의의 법'들이 존재했으며, 소로의 처방은 그런 법에 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나치,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있었던 인종차별이나 제국주의 일본과 영국의 식민지 수탈 정책 같은 정의에 어긋나는 법과 제도가 실재했다. 이에 저항하는 것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수호하는 인간의 권리이자 의무다. 인도의 간디는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무'이며, '국가가 무법적이거나 부패해졌을 때, 시민불복종은 신성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타인의 실수는 현미경을 들이대며 부각하고, 자신이나 지인 관련 범죄혐의는 법기술을 사용해 요리조리 피하는 기이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주권자인 시민은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지, 준칙을 제공한다. 관련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민주공화국의 당당한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