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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로 보는 영화] "Call me Ishmael.(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

모비딕, 1956, 존 휴스턴

2024-06-03     원대신문

   과거 19세기경 칠레 남부의 모카섬 인근에 난폭하기로 악명 높은 향유고래 '모카 딕(Mocha Dick)'이 있었다. 최초의 목격담은 1810년 이전으로 알려지며  1820년에 서경 119'의 적도 바로 남쪽에서 미국 포경선 에식스 호를 들이받아 침몰시켰다. 
   몸길이는 70피트 (21.3미터)가 넘으며 이후 전 세계 포경 업계에 그 악명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포경선들이 이 흰고래를 잡아보겠다고 모카 섬으로 몰려들었다. 이후 1839년 미국에서 모카딕에 대한 책이 출판되면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기록에 따르면 1838년 포경선의 공격으로 죽어가던 고래들을 도와주려다 결국 작살에 맞고 죽었다고 한다. 악명 높은 모카 딕을 모티브 삼았던 괴수와 같은 흰머리 향유고래와 에이허브 선장의 복수극, <모비 딕>을 소개해 보겠다. 
   이 영화는 삶에 염증을 느끼고 신비스러운 고래를 만나기 위해 포경선에 오르는 이스마엘이라는 청년의 회상으로 구성돼 있다. 항구도시 뉴베드퍼드에 도착한 이스마엘은 여인숙에서 기괴한 문신을 한 남태평양 출신 원주민 작살잡이 퀴퀘크를 만난다. 이스마엘은 문명의 위선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소박함과 위엄을 지닌 이 남자에게서 진한 인간애를 느끼고 그와 함께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한다.
   승선하기 전 "바다에 도전하는 자는 영혼을 잃게 될 것"이라는 메플 신부의 경고를 비롯해 불길한 징조가 여럿 있었지만 둘은 무시한 채 배에 오른다. 한쪽 다리에 고래뼈로 만든 의족을 한 선장 에이허브는 오로지 자신의 한쪽 다리를 가져간 거대한 흰 고래 '모비 딕(Moby  Dick)' 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배에는 스타벅이라는 일등 항해사가 있는데 그는 에이허브와 대립되는 이성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그들 앞에 경이로운 괴물 모비딕이 나타난다. 등에는 무수한 작살이 꽂힌 채 욕망과 분노에 사로잡힌 인간들을 조롱하듯 모비딕은 바다의 제왕답게 쉽게 정복되지 않는다. 그러나스타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에이허브와 모비딕의 대결은 사흘 낮밤 동안 처절하게 지속된다. 첫째 날과 둘째 날 보트 여러 대가 파괴되고 선원들이 죽었지만 에이허브의 분노와 집착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정복되지 않는 흰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나는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겠다. 지옥 한복판에서 너를 찔러 죽이고, 증오를 위해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뱉어주마" 이 대사로 그가 얼마나 원한에 사로잡혀 있는지 단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결국 사흘이 되던 날 에이허브는 마지막 남은 보트를 타고 나가 모비 딕에게 작살을 명중시키지만, 작살 줄이 목에 감겨 고래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피쿼드호는 침몰하고 이스마엘 혼자만 바다를 표류한다. 에이허브 선장은 기적적으로 생환하나 이후로도 모비 딕을 죽여버리려는 집념에 사로잡혀 판단력을 잃고 복수만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정작 모비 딕의 꼬리 짓 몇 번으로 태평양 바다에서 파국에 이른 것은 에이허브 자신이었다. 이 아름다운 창조물, 향유고래 모비 딕은 자기의 바다, 자신의 터전에서 방해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주인 아니던가. 선장과 피쿼드호를 침몰시킨 모비 딕은 그냥 제 갈 길을 가는 양 유유히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침몰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 선장과 피쿼드호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인간 특유의 불치병인 집착과 어리석음과 뒤엉켜 함께 수몰됐다. 처절한 복수극은 결국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선장 자신을 파멸로 이끌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향유고래, 모비 딕은 그저 자연의 섭리와 본능에 따라 살아갔던 것뿐이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에 무모하게 도전한 것은 에이허브 선장 자신이다. 모비 딕은 그로 인해 자멸하는 최후를 맞이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배성민 기자 aqswdefr3331@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