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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에서 묻어나는 진실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시사개그까지…개그는 그 시대의 󰡐거울󰡑

2009-09-12     오연지

웃음 코드의 변화, TV 오락프로그램 분석

정치 현실 풍자한 <개그콘서트>, 치밀한 구성 속에서

사회 비판한 <무한도전> … 시청자들로부터 호응

매주 주말 저녁, 텔레비전 앞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힘은 단연 개그․예능 프로그램(이하 오락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오후 6시 이후 공중파 방송 3사 프로그램 편성표만 보더라도 시사 프로그램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반면 오락프로그램들은 평균 3개씩 편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은 주말의 오락프로그램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오락프로그램은 평균 10% 이상의 시청률을 얻고 있어 주말 황금시간대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는 오늘날의 오락프로그램이 단순히 웃고 떠들기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 속에 뼈가 있는 개그로 예전의 개그와는 확실히 다르다. 시대가 변한 만큼 대중의 웃음코드도 변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1980년대 KBS 코미디 프로그램인 <유머 1번지>에서 개그맨 심형래가 넘어지고 자학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통해 대중을 웃게 만들었다면 현재의 오락프로그램들은 사회, 정치 비판을 통해 대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물론 과거 <유머 1번지>에서도 사회를 풍자하는 시사개그는 있었다. 故 김형곤 코미디언이 선보인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는 당시 󰡒잘 될 턱이 있나󰡓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코너에서 회장의 처남 역을 맡은 코미디언 양종철이 󰡒밥 먹고 합시다󰡓라는 말에 회장은 󰡒저거 처남만 아니면 짤라 버리는데󰡓라고 말해 당시 재벌가의 경영 세습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웃음 코드는 현시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데 요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6일, 방송 10주년을 맞이한 KBS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는 타 방송국의 개그프로그램과는 달리 과거부터 지금까지 개그에 시사적인 요소를 가미해 대중으로부터 시대적 공감을 얻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특히 현재 방영되고 있는 코너 중 󰡐뿌레땅 뿌르국󰡑 코너는 잘못된 정치 현실을 풍자하는 시사개그를 선보이면서 대중으로부터 씁쓸하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웃음을 자아내 날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개그프로그램이 대놓고 사회를 풍자함에 따라 대중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다면 MBC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치밀한 구성을 통해 은연 중에 그 속내를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얻고 있다. 이는 무한도전이 해당 홈페이지에 매주 방영되는 특집에 대한 기획의도를 정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도 시청자들이 그 속에 담긴 메세지를 분석함에 따라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님을 입증시킴으로써 가능했다.

특히 지난달 22일 방송된 <무한도전> 󰡐패닉룸󰡑 특집(8월 22일 방송)은 미디어법을 은영 중 비판하고 있다. 폐쇄된 컨테이너에 갇힌 무한도전 멤버들이 1~2분 내에 주어진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지상에서 5m씩 올라가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컨테이너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통해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상에서 25m까지 올라간 컨테이너를 보고 질겁했지만 실제로 컨테이너는 지상에서 50cm~1m 정도만 떠 있었을 뿐이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패닉룸󰡑 특집에 대해 󰡐단순히 보여지는 텔레비전이 대중들을 쉽게 속일 수 있는 점과 이러한 왜곡방송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법의 위험성󰡑이라는 분석을 도출해 냈다.

이 외에도 <무한도전>의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6월 20일, 27일 방송)은 재개발 지역의 참담한 현실을 지적함으로써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형사와 죄수로 나뉘어 서로 추격전을 벌이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그 속에 숨겨진 의도를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미션을 수행하며 지나치게 되는 남산 시민아파트와 동대문 연예인 아파트, 그리고 김포 오쇠동은 모두 󰡐재개발󰡑이란 단어와 연관이 있고, 죄수들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300만원󰡑이란 돈은 오쇠동 철거민들에게 주어지는 보상금의 액수와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이 게임하고 즐기는 식의 오락프로그램을 넘어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있고 시사적인 요소를 가미한 프로그램은 대중에게 공감의 폭을 넓힘으로써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늘날의 오락프로그램은 단순히 가볍게 웃고 넘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웃음 속에 󰡐뼈󰡑를 담고 있어 대중에게 일종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메세지를 알아차리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텔레비전을 단순한 󰡐바보상자󰡑로 만들지 아니면 󰡐바보(바다의 보배)상자󰡑로 만들지는 시청자, 바로 우리들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