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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그리고 나

2010-03-04     원광대신문
                                     남상재 교수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시각정보디자인 섬유디자인전공)
디자인이란 'Designare 계획을 기호로 명시하다' 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어떠한 행동의 계획을 발전시켜나가는 Process이며 목적에 합치하는 조형의 과정을 일관하는 계획, 즉 조형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생활의 목적에 합치되는 실용적이고 미적인 조형을 계획하고 그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디자인은 환경 속에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구체적 작업과 계획으로서 모든 인간 활동에 근거를 두고 이루어지며 현실세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지향한다. 언뜻 디자인은 고도로 복잡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이것 역시 중요한 점이나 디자인은 더 나아가 생활 속의 예술이며, 사회적 과정임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며, 시스템과 관계된 것으로 항상 가능성을 전제로 시작되는 의식적 창조이며 계획인 것이다. 더욱이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한 美와 用의 결정체인 Soft Science라고도 말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나를 대입시켜 생각해본다면 주체인 나는 곧 멋진 삶을 아름답게 계획하려는 유능한 디자이너로서의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되리라 본다.
지난 2000년도에 나는 16년째 교수생활의 매너리즘에서 오는 교수법에 대한 스스로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과감히 캐나다 UBC(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으로 교환교수로 떠나게 된다. 밖으로는 Global을 지향하고 내면으로는 한국작가와 교수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열정 하나로 외국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 후 10여년에 걸쳐 방학마다 일본, 상하이, 폴란드 로츠 섬유미술관 초청개인전을 시작으로 스웨덴, 스위스, 회장과 국제디렉터의 자격으로 전북한지조형작가협회와 섬유미술전공 대학원생을 이끌고 참여한 영국전시와 세미나를 정점으로 하여 독일과 프라하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한지를 통해 알리는 일을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재작년에 다시 벤쿠버에서 일년 동안 한지문화축제 기획과 캐필라노 대학에서 교환교수를 하고 돌아왔다. 실로 긴 모험과 개척의 시기였다.
나는 세계를 알고 싶어 다녔지만 결국 나는 한국적인 고유한 미를 알리는 데 더 주력하게 되었으며 Global이라는 파랑새는 나 자신과 내 지역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2009년 늦여름 돌아와 홀로 조용히 거울 앞에 선 나는 혹독한 후유증을 치러야만 했다. 몸은 많이 지쳐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성숙해진 나를 보며 그동안의 부딪혀 얻어낸 산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교수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2010년도의 새봄은 인생사 다시 쓰는 더욱 의미있는 새 출발선상에 있게 되리라 본다.
현실 속에서 새로움과 변화에 목말라하는 대학생들은 더하리라 본다.
외국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추운 겨울에도 쾌적하고 따뜻한 실기실, 바닥이 깨끗하고 곳곳에 있는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온갖 나라의 음식이 준비된 카페테리아, 수영과 헬스를 할 수 있는 스포츠 컴플렉스, 초현대식 도서실의 전면 투명유리로 안이 환히 보이는 밤새도록 꺼지지 않는 학구열,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된 기숙사와 학교 안의 타운하우스… 대학 4년 동안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과 실비로 제공되어 마음껏 사용하는 실기재료들, 소수정원의 학생들… 선진국 대학들의 겉모습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시설과 조건에 감동받기보다는 성실하고 소탈한 탈권위적인 교수들의 겸손한 열린 태도와 자기주장이 강한 개성 넘치고 당당한 학생들의 권리추구와 의무수행에 더욱 작아지는 내 모습을 보았다. 당당함이란 철저한 책임의식을 지닌 자기관리와 자신만의 세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교수에게 당차게 요구하는 만큼 학생 역시 약속과 시간개념이 철저하며 모든 실기과정을 능동적으로 마음껏 해결해 나간다. 교수는 어디까지나 이론과 기법 시범을 보여주고 각자의 문제를 쉬운 방법으로 인도해 줄 뿐이었으며 창조성을 매우 중요시하며 자유롭게 학생들과 진지한 토론을 기꺼이 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우리대학의 교육 시설과 환경을 선진국형 대학들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도전할 목적의식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더 이상 대학생활이 아름다울 수가 없다고 본다. 즉 창조정신으로 자신을 개혁하여 어려운 여건을 새롭게 디자인해나가는 것이다.
󰡐닥터 지바고󰡑는 전쟁 중에서도 유리창을 통해 눈 덮힌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시상을 떠올렸으며 유명한 화가들의 불후의 명작들은 다 열악한 환경이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강렬한 작업의지를 더욱 더 불타오르게 만들어 승화했음에 위대하다고 보는 것이다.
󰡐빅터 파파넥󰡑은 "디자인은 의미 있는 질서를 창조하려는 의식 노력이다"라고 하였다. 우리 학생들도 스스로 삶을 멋지게 디자인하길 바란다.
새 봄, 새 희망으로 Go 원광대학교, Go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