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카지노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나보다 급한 당신이 먼저'

심폐소생술과 같은 초기처치 교육이 중요

2011-04-29     김주선

‘삐뽀 삐뽀~’ 길을 걷다 귓전을 때리는 사이렌 소리에 발걸음을 멈춰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응급차는 생사의 기로에 처한 긴박한 환자들을 병원으로 신속하게 옮기기 위해 운행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응급차가 급하게 향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긴박하게 운영되고 있는 우리대학 부속병원인 원광대학병원 응급실을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총 4회)취재했다. 취재는 원광대학병원 홍보실에서 협조해 주었다.

원광대학병원 응급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소독약 냄새가 기자를 맞이했다. 응급실 입구는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는 환자들과, 겉으로 알 수는 없지만 어딘가 아파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모두 한결같이 어둡고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응급실 안은 예상과 달리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자가 응급실을 취재하러 간 시간이 오후 3시경이었는데 낮 시간대라서 환자들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던 차에 약간 당황스러웠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치료를 받고 있던 어떤 환자는 의사의 손길이 닿자마자 “아악!”크게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응급환자들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고 있던 기자는 문득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한 젊은 남자환자가 고통스러움을 견디지 못해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기자의 어릴 적 교통사고기억이 떠올랐다. 언제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는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무척 아팠던 것만은 지금도 생생했다. 하지만 환자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바로 환자의 가족들이라고 한다.
응급실에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급히 치료해야 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술에 취해 술주정하는 환자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응급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환자들 때문에 자칫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이 치료받아야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말 큰일 아니냐”면서 응급환자가 아닌 사람들의 응급실 출입을 경계했다.

응급실은 매 순간 긴박하게 돌아간다. 이렇게 바쁜 응급실을 지키는 사람들은 바로 당직 의사들과 간호사들이다. 그들은 응급환자들이 언제 후송되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 상태라고 한다.

원광대학병원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3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으며 레지던트와 인턴이 각각 5명씩 근무하고 있다. 응급환자가 후송되면 의사들은 환자의 생체 징후(호흡, 혈압, 맥박)를 측정한다. 이어 인공호흡기와 C·T촬영, X-선 촬영, 제세동기, 환자감시모니터 등의 다양한 의료 기구를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검진이 끝난 환자는 담당과로 분류돼 집중치료를 받게 된다.

우리대학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평일에 경우 하루 약 70명에서 80명 선이다. 하지만 주말에는 환자 수가 100명에서 110명으로 급증한다. 우리 주변에서 하루에도 몇 십 명씩 응급환자가 발생한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응급의학과 황용 의사는 “응급환자는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응급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며 “응급실에 실려 온 응급환자는 초기 5분에서 10분 사이의 응급조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용 의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응급환자 이야기를 들었다. 한 가정의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목매어 자살을 시도 했는데 그녀의 어린 자녀가 이를 발견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단다. 다행이 어린 자녀의 심폐소생술로 어머니는 살아날 수 있었고 건강해진 상태로 퇴원했다고 한다.
황용 의사는 “심폐소생술은 모두가 알아야 하는 기초적인 치료법이다”고 강조했다. 심장 정지는 대부분 자택에서 60% 이상이 발생한단다. 초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사가 달려있는데 외국의 경우 철저한 교육으로 생존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초기처치 교육이 잘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한다. 원광대학교 병원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초기처치에 대한 심폐소생술 관련 교육 사이트를 5월경에 개설할 예정이다.

황용 의사에게 의사가 된 목적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의사는 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나보다는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취재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경음기를 울리며 급하게 응급실로 향하는 119구급차를 발견했다. 응급차가 멈춤과 동시에 119대원들과 가족들이 나이가 많이 드신 할아버지 한 분을 응급실로 서둘러 후송했다. 그리고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환자의 주변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몇 분 뒤 또 다른 응급환자가 도착했다. 역시 약속 한 듯 의사들의 진료는 계속되고 있었다.

사건, 사고란 언제 그리고 누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매 순간의 위기’이므로 항시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처치법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응급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하루를 25시간처럼 사용하는 원광대학병원 응급실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대학 학생들도 ‘남을 위한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