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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사람처럼 슬픔과 기쁨의 감정을 느껴"

맹수 사육장 종종 위험한 사고 발생, 음식물 주는 행위 금지해야

2011-06-02     김주선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등 공휴일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족들과 야유회 기회가 많은 5월에 가장 분비는 곳으로 동물원을 뽑을 수 있다.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전주동물원을 찾아 각 종 동물들의 관리 실태와 사육사들의 애환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21일 기자가 방문한 전주동물원은 아침부터 비가 와서 그런지 입구에서부터 동물들의 분뇨냄새가 진동했다. 이렇게 거의 매일같이 고약한 냄새를 맡으면서도 동물들을 씻겨주고 사육장을 청소하면서 누구보다 동물들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육사들이다.
 오늘 하루 기자 역시 사육사가 되어 보았다. 사육사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9시이지만 대부분의 사육사들은 그보다 일찍 출근을 한단다. 사육사들이 일찍 출근해야하는 이유는 동물들의 먹이를 챙겨주고 위생을 위해 사육장을 청소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건강상태 점검도 사육사들의 주요 임무인데 웬만한 사육사들은 동물들의 표정만 봐도 상태를 알 수 있단다. 
 기자는 윤종선(47세) 사육사의 안내를 받아 사육체험을 시작했다. 윤 사육사가 관리하고 있는 동물은 사슴, 호랑이, 원숭 등 3종류의 동물들이다.
본지 김주선 기자가 사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기자가 처음으로 찾은 곳은 사슴 사육장이었다. 사슴하면 흔히 꽃사슴 한 종으로 알고 있는데 사슴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특히 사슴의 종 중에서‘라마’는 낙타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끔 상대방을 침으로 공격을 하기도 한단다. 라마의 침은 냄새가 고약할 뿐 아니라 심하면 기절도 할 정도라고.
 사슴은 초식동물이다 보니 건초와 사료들이 주요 먹이이다. 그래서 사슴 사육장은 육식동물의 사육장에 비해 냄새가 진하지 않다고 한다.
 기자가 먹이를 들고 다가가자 사슴들이 기자에게로 다가왔다. 그 모습이 매우 사랑스러웠다. 사슴 사육체험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음식을 먹으려는 욕구는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전주동물원의 20마리 남짓한 꽃사슴들이 모두 한 가족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다음 기자가 찾은 장소는 호랑이 사육장이다. 호랑이는 1마리당 3평의 공간에서 살고 있었다. 호랑이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답답해하며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가엽고 불쌍해보였다. 하루에 4kg의 먹이를 먹는다고 한다. 먹이를 주니 그 순간 순한 양처럼 온순해졌다. 그들은 먹이를 준 기자에게 감사하는 듯이 온순한 표정을 지었다.
 기자는 호랑이 사육장 청소를 자청했다. 호랑이들은 고양이 과로 초식동물들과는 다르게 소변으로 영역을 표시한다. 그래서 사슴사육장과 비교했을 때 호랑이 사육장은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윤 사육사에 설명에 따르면 호랑이와 늑대 그리고 표범들은 서로 다른 독특한 냄새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호랑이 사육장 7곳을 모두 청소한 후 거울에 비친 기자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동물들의 냄새와 땀으로 범벅 되어 있었다.
그러나 깨끗해진 사육장을 보면서 마음만은 뿌듯했다. 그리고 사육사의 일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원숭이 사육장이다. 맨 처음 기자의 눈에 들어온 원숭이는 ‘맨드릴 원숭이’인데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들은 절대 먹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사육사가 사과와 오이를 던져주자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바나나를 던져주자 덥석 잡아챘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란 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기자는 원숭이들에게 음식을 주고 나서 관광객들과 만남을 연결해주는 통로를 열어줬다. 원숭이들이 외부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윤 사육사에게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 아비 원숭이와 아들원숭이 이야기였다. 어미 원숭이가 아들 원숭이를 낳다가 죽었다는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비 원숭이는 아들 원숭이를 애틋한 눈빛으로 항상 바라봐 주고 감싸준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아기 원숭이가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빌어 주었다. 문득이런 마음이 바로 사육사들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맹수들이 살고 있는 동물원에는 끔찍한 사고들이 종종 일어난다. 2008년 12월 17일 암컷 호랑이가 수컷 사자에 목을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자우리로 잘못 던져진 먹이가 5m 깊이의 함정에 빠졌고 때마침 사자우리 옆 호랑이우리에서 암호랑이가 먹이를 먹기 위해 함정에 뛰어 들었는데 뒤이어 뛰어든 사자와 다툼이 발생한 것이다. 이외에도 동물원에서는 여러 사고들이 발생한다. 수컷들의 세력다툼 때문에 어미가 새끼를 낳고 버리는 경우도 있고 또 음식을 잘 못 먹어 숨지는 경우도 있다. 사육사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기르던 동물들이 숨지면 마치 자식을 잃은 심정이란다.
 동물들을 관람만 해야 한다고 강조한 윤 사육사은 “동물들에게 음식물을 던져주는 행위는 이들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이다” 며 “초식동물들은 위가 4개인 단추동물인데 몸에서 소화시킬 수 없는 음식물을 먹게 되면 설사를 하게 되고 또 몸에 축적되는 경우 숨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은 야생의 동물들에 비해 수명이 긴 편이지만 평생 동물원에 갇혀 있어 생을 마감하기 때문에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흔히 동물원을 관람할 때 무의식적으로 주게 되는 음식물들이 자칫 동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단다. 기자는 이번 전주동물원을 취재를 하면서 동물들도 사람과 같이 슬픔과 기쁨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희생되는 동물들이 없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물원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