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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 달라"

'고엽제 등 환경문제 주한미군 규탄 및 한미전쟁연습(UFG)중단촉구" 시위현장

2011-08-30     김주선 기자

 지난 달 24일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가 1978년 경북 칠곡군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독성물질인 고엽제가 매몰돼 있다고 양심 선언한 이래 우리 국민들은 고엽제 공포에 휩싸여있다. 고엽제 진상규명을 바라며 전국 미군기지 앞에는 시민단체를 비롯해 대학생들이 '고엽제 등 환경문제 주한미군 규탄 및 한미전쟁연습(UFG) 중단촉구'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시민들의 고엽제 규탄 시위/ 사진: 이채린 수습기자

 8.15 자주통일대회를 앞둔 하루 전 14일 '세상을바꾸는민중의힘'이 주최한 '고엽제 등 환경문제 주한미군 규탄 및 한미전쟁연습(UFG) 중단촉구'시위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1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시위가 있던 이 날은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동반됐다. 하늘의 구름 역시 시위를 암시 하듯 우중충했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차로를 사이에 두고 시위대와 경찰이 양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 쪽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단체, 대학생 그리고 일반시민들이 자리했다. 반면 반대편 도로에는 시위 군중을 경계하는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위가 계속 되면서 시위대들은 미군부지의 벽에 계란과 물품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경찰들은 확성기를 통해 󰡒당장 중지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하게 제지했다. 시위현장은 시위대와 경찰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팽팽히 오고갔다.

 이어 시위대는 "주한민군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기자가 뒤 따라가던 중 제주도에서 이번 시위에 참여하게 된 한 여대학생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했다. ㄱ양(ㅎ대학교 1년)는 "제주도에서는 지금 강정 마을 부근에 건설될 예정인 해군 기지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시민연대 구성원으로 소속돼 있다고 한다. 아직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의견이 곧고 강했던 ㄱ씨는 이어 "강정바다는 청경을 자랑하고 있어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며 "강정 앞바다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멸종위기에 빠져 있는 천연기념물들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제주 주민들은 이 문제로 4년 넘게 갈등을 겪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반대의 입장과 '경제적 효과를 누리자'는 찬성의 입장으로 나눠져 있으며, 심지어는 가족 구성원들 간에도 강정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단다. 주민들과 시민 단체의 반대시위로 인해 현재 해군기지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찰투입과 물대포 등 시위진압장비를 중앙에서 지원받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의 시위가 끝나가면서 시위대들은 '통일농업 실현', '쌀은 평화', '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 '고엽제 살포', '주한미군 규탄'이라고 쓰여 있는 플랑카드를 벽에 걸고 자신들의 시위 이유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인도에 앉아 대회사를 맡은 이규재 상임대표(범민련 남측본부 의장)를 시작으로 백현국 대구경북 진보연대 상임대표(왜관 대책위 공동대표), 모니카 무어헤드 IAC(인터내셔널 액션 센터)의 연설이 계속 이어졌다.

 이번 시위에는 대학생들이 참여도가 높은 것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 시위 참여자 ㄱ군(ㅇ대학교 1년)는 "연사들이 반값등록금에 대해 직접적인 표현은 삼갔지만 이번 시위는 현재 대학생들의 최대 이슈인 반값등록금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며 "국민들이 원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반값등록금이 현실화 돼 학생들의 고충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 시위현장이 긴박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고 있었다. 기자가 찾은 이번 시위 현장은 경찰과 마찰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경찰들이 시위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고한 시민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교통경찰들이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교통정리에 분주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번 시위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가장 눈에 띄었던 한 시위 그룹이 있었다. 그들은 노란색 조끼 위에 검은색 글씨체로 'MB 경쟁교육중단'이라고 쓰여 있었다. 기자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던 한 여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MB 경쟁교육중단'이 무슨말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녀는 "현 정부의 교육은 학생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며 "진정한 참된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을 등급으로 순위 매기는 현 교육정책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등만 살아남는 분단된 교육과 이러한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비판한다"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 했다. 그녀는'전교조'라고 불리는 '전국교사조합'에 소속된 교사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따라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또 헌법에도 집회시위가 보장돼 있다. 따라서 사회현상에 대해 찬반의견을 표출시 제지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우리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고엽제 환경문제, 그리고 현재 제주도 해군 기지 건설에 대한 찬반문제, 대학생의 반값등록금 시위 등 여러 분야에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위가 정당하다면 정부에서 제지할 이유가 있을까? 시위자들이 연행될 이유가 있을까? 반대로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면 이러한 시위는 생겨났을까? 앞으로 우리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번 시위는 표면적으로 '주한미군'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정부와 대립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가 많았다. 국민과 정부가 서로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다양하게 마련했으면 한다. 시위보다는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 하는 우리 사회의 성숙은 아직 성급한 일인가 되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