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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 뜨거운 불길의 대포가마 ‘지역경제’ 살린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 지역경제순환센터

2011-10-06     김동영 수습기자

본지 김동영 기자가 가마 안으로 장작을 넣고있다.       (사진: 김주선 기자)
 ‘2011 완주와일드푸드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된 도예작가 워크숍 현장을 다녀왔다. 이번 워크숍은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전북지역 도예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직접 가마에 불을 지펴 도자기를 굽는 과정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완주군 고산면 삼기리 지역경제순환센터 안에 있는 가마는 2009년 겨울에 만들어진 전통 가마로 완주군에서 관리하고 있다. 지난 24일(토) 기자일행은 워크숍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전북 완주군 고산면으로 향했다.

 고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가마가 있는 삼기리 지역경제순환센터까지는 도보로 30여분이 걸린다고 한다. 택시를 잡을 수 없었던 우리 기자들은 때마침 그곳으로 향하던 승용차 운전자의 도움을 받아 쉽게 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역경제순환센터는 완주군에서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자는 취지로 개설된 기관으로,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센터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순환센터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가마는 대포처럼 생긴 모습을 본따 대포가마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거대한 대포를 보는 느낌이었다. 길다란 가마의 끝 부분은 굴뚝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연기가 나가기 쉽게 하기 위한 듯 뒷부분으로 갈수록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대포가마는 불이 지펴져 있었는데 가마 근처에만 서있어도 한여름의 더위 같은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가마의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황미영 작가를 만났다. 황 작가는 “이번 워크숍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전통가마를 알리자는 취지로 열었다.” 며 “완주 지역 도예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작품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자리를 통해 일반 사람들도 직접 도예 제작 체험을 해봄으로서 도자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가로 1.5m 세로 10m 크기의 대포가마는 흔히 볼 수 있는 전기가마나 가스가마와 다르게 나무장작만을 땔감 재료로 사용하는데 보통 1200℃에서 1300℃ 사이의 온도를 6일 동안 유지해야 한단다. 이 과정을 소성(조합된 원료를 가열하여 경화성물질을 만드는 조작과정)이라고 한다. 이어 초벌을 마친 자기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식혔다가 가마 안에 다시 넣고 가열하는 무유소성 방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기법에 따라 대포가마 안에 소성된 자기들은 자연스러운 색이 표현 된다고 한다. 자기를 반죽할  흙을 선별하는 것도 중요한데,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흙으로 성형된 자기는 일그러지거나 깨져버리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도자기의 재료나 장작의 종류, 가마 속의 환경에 따라 도자기 표면의 모습과 색감이 달라진다. 황 작가는 ‘장작을 대나무로 했을 때는 흰색, 소나무를 사용했을 때는 자기의 색깔이 청록색을 띤다고 말했다.  

 가마 옆에는 다양한 모양의 완성된 도자기들이 있었다. 각기 다른 형형색색의 도자기들 중 이중섭의 ‘소’를 연상시키는 황소모양 도자기가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표면에 균열이 가거나 일그러지고 깨진 도자기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이번 현장취재의 소재를 제공해준 우리대학 동문이자 도예과 강사인 진정욱 씨를 만났다. 진 동문은 “이번 워크숍에 초대된 도예작가는 총 10명인데 그중에서 우리대학 출신 작가가 3명이나 된다” 며 “도자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과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말했다.
이어 진 동문은 현재 대포가마 안에는 10명의 워크숍 초대작가들 작품 1천여 점의 작품들이 소성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작품이 완성되면 그 중 하나를 지역경제순환센터에 기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진 동문은 “완주군에서 이번 워크숍 기간 동안 장작과 숙식비를 지원해줘 소성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며 “이번 행사를 통해 낙후된 완주군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 동문은 앞으로 전북지역에서 도자기 페스티벌을 개최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는 진 동문과 이야기하면서 장작을 넣기 위해 뚫어놓은 봉통에 장작을 넣어봤다. 순간 무지막지하게 뜨거운 열기가 엄습해왔다. 봉통 주변은 보통 300℃~400℃에 이르는 온도의 열기를 품어낸다고 한다. 봉통을 통해 들여다본 가마 안의 미완성 자기들이 마치 태양을 보는 듯 새빨간 색을 띠고 있었다. 장작을 몇 차례 정도만 넣었는데도 온몸엔 땀이 비오듯 흘렀다.

 가마 주변에는 도예작가를 꿈꾸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우리대학 도예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중인 김은혜 씨는 “평일엔 강의실에서 이론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실제로 가마를 방문해 실기수업을 받는다” 며 “도자기는 이론 보다는 실무교육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작가들을 돕는 김 씨의 모습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들은 가마에 한 번 불을 지피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6일간 밤낮없이 가마 주변을 지킨다고 한다. 그리고 5일 정도 진행 됐을 때 막아 놨던 중간 문을 뚫어 얇은 나무 장작을 넣는다고 한다. 이 과정은 가마 뒷부분의 자기들에게 부족한 열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김 씨가 설명한다.

 소성이 끝난 후에는 냉기가 침투해 자기가 변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마의 모든 구멍을 막은 채 6일에서 7일 동안 가마 내의 온도가 내려가길 기다린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봉통이 있던 입구를 헐어내고 완성품을 꺼내면 작업이 완료된다. 도자기가 완성되기까지는 이와 같이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진 동문은 “도자기 만드는 작업은  작품에 대한 애정과 인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도자기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작가들의 인내와 땀으로 이루어진 피조물이다. 도예작가들의 가마보다 뜨거운 꿈과 열정을 생각하면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