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카지노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재미극장)

‘익산장애인영화제’, 특별한 시선으로 따뜻함을 담는 영화제

2011-10-14     신수영 기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두 눈을 찡긋거리게 하는 지난 5일 오후, 장애인들의 삶의 애환을 그린 장애인영화제를 취재하기 위해 자리를 나섰다. 그 곳에는 그들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는 사람들, 바로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대학 중등특수교육과 동아리 ‘마노앤마노(Mano en Mano)’와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우리대학 동문 주차장 부근)가 공동으로 주최한 ‘익산장애인영화제’가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재미극장)에서 열렸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이번 영화제는 ‘세상에 소리치고 마음을 두드리는 6개의 울림, 어울림’이라는 주제로 총 14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이 영화제 주제에는 두 가지 뜻이 숨어 있단다.

 마노앤마노 동아리 김영은 회장(중등특수교육과 2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들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들의 권리와 외침, 사랑의 울림 감동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며 주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영화제는 장애인을 소재로 다룬 점도 이색적이지만 순수하게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영화제와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영화제의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유소정 양(중등특수교육과 3년)은 “장애인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영화제를 기획했다. 장애인도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 특성상 장애학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을 유 양. 그렇게 평소 장애인들과 접촉하다보니 장애 학우들과 일반 비장애 학우들과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영화제 기획에서부터 감독 섭외, 출품작 선정 등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단다. 때문에 학생들은 영화제 개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공모전에 참여해 입상한 상금을 모두 영화제 개최에 투자했다. 그나마 재미극장와 익산시자원봉사센터의 지원 덕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고. 

 재미극장에 들어서니 막 영화 상영이 끝난 뒤라 극장에서 나오는 창혜복지재단  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과의 인연이라며 안아달라고 보채는 친구, 기자의 카메라가 신기한듯 만지작거리는 친구 등 그들을 보고 있자니 입가의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사회복지법인 창혜복지재단 오이숙 담당자(46세)는 “장애인영화제가 열린다고 해서 창예원 식구들과 함께 관람하러 오게 됐어요”라며 “장애우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친구들이 영화속 주인공으로 출연해서인지 몰라도 다른 영화보다 더 관심 있게 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영화를 본 장애우들이 가슴으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런 기회를 통해 장애우들 간에 공감대가 형성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상영하고 있는 영화들의 평균 상영시간은 1시간 정도라고 한다. 마노앤마노에서는 장애인들이 영화관람을 최대한 편하게 하기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청각 장애인이 방문할 경우에는 수화를 통해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영화 속에 자막을 삽입해 관람을 도왔다. 
 
 ‘달팽이의 별’이란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 안에 들어섰다. 극장 안에 들어가자 20여 개의 휠체어가 동시에 들어갈 만큼의 커다란 통로와 널찍한 의자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2009년 봄에 촬영을 시작해 올 4월에 촬영을 마친 다큐형식의 이 영화는 이승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은 ‘EBS EDIF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2010 시청자상’과 ‘유니세프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연이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이 감독은 시청각 복합 장애인 남편 ‘영찬’과 척추 장애인 부인 ‘순호’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풀어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을 지탱한 것은 그들의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외로움의 군본 의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단다.

 “장애인들에게 있어 소통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를 달팽이 같다고 표현하곤 하죠. 그래서 달팽이라는 단어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친구들이 갖고 있는 세상, 우리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상을 별이라고 비유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시청각 장애인은 어떻게 의사를 소통 할까?’라는 궁금증으로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그 영화가 주는 매력 때문에 집중하게 된다. 가공되지 않은 그들의 아름다움 덕에 관객들은 웃고 울고 즐거워 할 수 있었다. 이들은 그들의 느림 속에서 우리들이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미처 보지 못한 소소하지만 특별한 것, 놓치고 사는 것들을 포착하고 있었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나만의 티셔츠 만들기’, ‘즉석사진 찍기’ 등 부대행사도 마련해 장애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라는 의욕만으로 출발한 ‘익산장애인영화제.’ 순수 학생들이 주관한 탓에 기획력과 출품작, 예산 부족 등이 다소 아쉬웠다. 앞으로 장애인들의 시선에 맞춘 따뜻한 영화제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