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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학과? 여자학과? ‘고정관념을 벗어라’

2011-10-14     김주선 기자

 전통적으로 여성과 남성 각각의 전유물이었던 일부 학과(전공)에 남녀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들 학과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남은 양(건축학과 4년), 이세훈 군(뷰티디자인학부 3년), 이창용 군(유아교육과 1년), 조영수 군(간호학과 1년)에게서 변화된 대학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 편집자


 
20대의 여성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는 공학도 김남은 양(건축학과 4년)

친구들은 저에게 남학생이 대부분인 공대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저는 과 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점은 별로 느끼지 못한 것 같습니다.
힘든 점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조별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별 과제를 하다보면 남학생들과 공부 시간대가 서로 달라 불편함을 느낍니다.
공대는 상대적으로 여학생이 적어서 2학년이 되면 동기들보다는 복학생 오빠들과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그러다보니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동기생들이 적어 혼자 다니는 경우가 빈번해 외로운 것 같습니다. 여학생 수가 적다보니 선후배의 위계질서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학생이 많은 타 학과가 부러운 점도 있습니다. 제가 20대이기 때문에 미용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공대에는 20대 여성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게 가장 아쉽습니다.
대학교 진학을 하기 전에는 모든 부분에서 남자와 여자를 구분했는데 건축학과에 진학하고 나서부터 남녀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이 앞으로 사회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헤어, 메이크업의 화려함에 빠진 뷰티디자이너 이세훈 군(뷰티디자인학부 3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로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길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학부는 인원만 봐도 여학생 수가 남학생 수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남학생이지만 헤어나 메이크업 등에 관심이 많다보니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것에 끌려 뷰티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저는 올해 복학을 했습니다. 군대를 갔다 오게 되면 나이 차이도 있고 하니 학교생활을 혼자 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복학하고 난 후 같은 학부 여학생들이 말을 많이 걸어주고 챙겨줘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쉽게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 여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여성의 특성이 강한 전공이라고 할지라도 본인 스스로 움츠리지만 않는다면 잘 적응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미용은 여성들만의 분야가 아니라 남성도 충분히 잘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실생활에서 남성들이 미용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아직도 체감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다 같이 할 수 있는 분야인데 너무 여성 쪽으로만 편중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미래의 유치원 교사 이창용 군(유아교육과 1년)

저는 신입생 O.T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동기들과 처음 대면하는 날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유아교육과 팻말이 보이는 곳을 찾아갔는데 남학생이 한 명도 없어 바로 줄에 서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거렸던 생각이 납니다.
유아교육과에는 남학생이 흔치 않아서 교수님들과 선배들이 저에게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해주십니다. 단점이 있다면 남학생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동성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동창들과 만나거나 반창회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동성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남학생이 많은 과가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자 동기생들이 항상 잘 챙겨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고마움을 표현한 적이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남자가 유치원 교사?”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당장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이러한 편견이 남아 있겠지만 앞으로는 남자들도 유아교육과에 관심을 갖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즐거우면 된다는 것입니다.


 
남자간호사를 꿈꾸는 조영수 군 (간호학과 1년)

일반적으로 간호학과하면 여성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때문인지 간호학과에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훨씬 많습니다. 처음에는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가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인지 남녀의 가치관 차이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간호학과는 남학생들이 선후배를 다 합쳐도 10명이 넘지 않습니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체육대회가 열려도 축구와 같은 구기 종목은 참가할 수가 없답니다.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요즘 친구들이 제가 간호학과를 입학한 소식을 듣고 소개팅을 주선해 달라며 전화를 하곤 합니다. 이제 그런 전화는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정작 저는 여자 친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간호학과를 들어오면 바로 생길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요즘 전국적으로 간호학과가 많이 생기고 남학생들의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졸업 후 병원에 근무하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당연히 장래희망은 남자 간호사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기자가 만나 본 4명의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학과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남학생의 경우에는 인원 수 부족으로 단체운동을 하지 못하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20대의 아름다움을 가꾸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4명의 학생들 모두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