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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만화 세상 속으로

2011-12-02     이채린 기자

2M의 만화책을 2층 높이로 전시하고 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 대사를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MBC 드라마 <다모>의 대사이다. <다모>, <풀하우스>, <신돈>, <불량주부>, <궁>, <쩐의 전쟁>, <메리는 외박중> 등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바로 우리나라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어릴 적 만화를 생각해 보자. 기자는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을 방문해, <둘리>,<달려라 하니>,<검정고무신> 등 우리가 보고 자란 만화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과거 우리시대의 만화와 현재 만화도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었다.

‘한국만화박물관’에서는 15일부터 시각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만화를 즐길 수 있는 전시회 ‘감각의 확대, 관계의 확장’이 열렸다. 시각장애인에게 그 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시각적 예술 장르 중 하나인 만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층 로비에서는 ‘오감으로 만화와 놀기’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권윤주 작가는 인기 캐릭터 '스노우캣'을 오렌지, 박스 등과 접목시켜 입체적이고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김소희, 정성훈 작가는 시각장애아를 다룬 웹툰 '안녕, 딱공?'을 부조 형태로 전시하여 눈길을 끌었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각종 전시물을 헝겊, 아크릴, 석고, 털실, 솜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 입체적으로 표현한 기획전이 열렸다. 시각장애인들 뿐만 아닌 우리들 또한 촉각을 이용하여 만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 외에도 ‘시각을 제외한 감각으로 애니메이션 보기’, ‘오감으로 만화와 놀기’등 감각으로 만화를 즐길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한국만화박물관’ 3층 상설전시실에서는 역사와 관련된 전시물을 시대별로 전시하여 한국 만화 100년의 발자취를 따라 갈 수 있다. 최초의 만화가 등장한 1909년부터 만화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이어 대중과 함께한 인기 만화들이 전시됐다. ‘만화가의 펜’ 이라는 코너에서 만화가들의 필기구를 전시했고 그 옆에서 화면을 통해 ‘만화가가 생각하는 만화’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추억의 만화방’은 1960~1970년대의 옛날 만화가게, 골목 등을 재현했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해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또한 4D 애니메이션도 볼 수 있었다. 3차원의 영상과 더불어 진동, 바람 등 오감으로 만화를 즐길 수 있는 4차원 상영관이다.

4층의 체험존에서는 스스로 만화가가 되어보고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라이트박스 캐릭터 그리기’는 만화가처럼 라이트박스에서 만화캐릭터를 옮겨 그려볼 수 있도록 마련된 기획이다. ‘만화가의 머릿속’이라는 전시실은 잠든 만화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만화가의 생각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푹신한 쿠션과 같은 여러 생각들이 이곳저곳에 붙어 머릿속을 구성하고 있었다. ‘만화가 이야기’전시실은 우리가 사랑하는 ‘고우영’, ‘허영만’, ‘황미나’ ,‘강풀’ 등의 만화가들을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캐릭터 공간’은 <공포의 외인구단>, <라이파이>, <풀하우스> 등 만화의 주요장면 속으로 들어가 직접 주인공이 돼 볼 수 있는 전시실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체험’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시뮬레이션을 보며 야구공을 던져 볼 수 있다. ‘<풀하우스> 체험’은 만화속 풀하우스 주인공들의 만남의 주요 장소였던 벤치가 놓여 있어 주인공처럼 벤치에 앉아 볼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됐다. ‘카툰 캘러리’에서는 국내외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특별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1970년대의 옛날 만화가게를 재현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만화박물관은 2층에 ‘만화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만화 전문 자료실로 25만권여 권의 만화 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어 각종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이어 ‘체험교육실’에서는 다양한 만화 관련 프로그램으로 ‘캐릭터뱃지 만들기’, ‘닥종이인형만들기’ 등 여러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주로 만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찾고 있었다. 그 중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도 많았다. 박예주 씨(37, 부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이런 재미난 곳이 있었는데,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고 나 또한 추억에 젖었다. 아이들도 훗날 나와 같은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날이 되었길 바란다”고 전했다. 평소 만화에 관심이 많다는 홍새미 씨(20, 인천)은 “어릴 적에 만화를 많이 보았고 지금도 평소 웹툰을 즐겨본다. 만화박물관이라는 생소한 소재의 박물관이 있어 신기했다”며 “어릴 적 추억에 잠길 수 있었고 여러 가지 볼거리와 체험으로 만화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 동안 한국 만화의 역사는 고난과 역경, 많은 수난을 겪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의 치열한 창작정신과 만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만화문화를 지켜왔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차별화된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한국만화의 역사를 보여줬다. 더 이상 보는 것만이 만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방법이 아니다. 직접 체험하고 만화를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만화를 즐기고 사랑하는 것도 우리나라 문화를 지키며 가꿔나갈 수 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