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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학생 간 수강신청 거래(?) 성행

'은밀하게, 간단하게'매매가 이뤄지고 있어

2013-09-08     정도영 기자

   

 

지난달 21일 수강신청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PC방을 찾은 A씨, 인기강의를 듣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력 끝에 수강신청에 성공한 A씨는 어느 날 BBS 봉황사랑방에 접속해 정보를 검색하던 중 강의를 사고파는 내용의 게시물을 보게 된다. "강의 팝니다", "강의 교환합니다. 연락주세요." 이 글을 본 A씨는 자신이 힘겹게 신청한 강의도 매매가 이뤄진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수강신청 기간 전 후로 이렇게 강의를 사고파는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꿀 강의'가 그 대상이다. '꿀 강의'란 높은 학점을 취득하거나 재미있는 수업을 말한다. 이런 인기과목 수강신청에 성공한 학생들 중 극히 일부 학생들이 돈을 받고 강의를 팔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기과목을 듣기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 학생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어둠의 거래'는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이뤄진다.
 지난 4일 기자는 우리대학 BBS 봉황사랑방에 수강신청 매매 관련 게시물이 올라온 것을 확인한 뒤, 게시물에 적힌 판매자의 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판매자에게 강의 거래의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수강신청 매매가 이뤄지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먼저 판매자가 강의를 "OOO 강의 필요하신 분 연락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수강 강의를 하나의 매물처럼 홈페이지에 올린다. 강의를 사려고 하는 구매자는 게시물에 적혀있는 연락처를 통해 판매자와 만난다. 이후 두 개의 컴퓨터가 있는 장소에서 판매자가 강의를 취소하는 순간 구매자가 신청을 누르면서 거래는 성사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되는 정확한 금전적 액수가 얼마인지 확인 할 수는 없었으나 실제 전화 통화를 통해 실제로 거래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수강신청 거래행위로 전국의 대학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소재의 'S' 대학의 경우 특정 인기강좌의 수강신청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전공자·고학년·성적우수자 위주의 우선 수강신청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거래행위로 생기는 학과 전공자 및 졸업학점 취득자들의 수강기회 박탈을 막기 위해 시도했으나 이외의 다른 학생들의 반대가 심해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파이낸셜 뉴스 5월 10일자 24면 기재) 
 이외에도 'ㄷ' 대학교에서는 '선수강신청제도'를 도입하려한다. '선수강신청제도'란 정규수강신청 전 어떤 강의에 학생들의 신청률이 높은지 미리 파악한다. 이후 정규수강신청 때 인원이 많이 몰리는 강의를 분반하거나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효율적인 강좌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학생들과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네이버 블로그, ㄷ대학교)  
 이처럼 대학들은 학생들의 수강 신청 거래 행위 사실을 알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대학 학사지원팀 최재천 담담관은 "수강신청거래행위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현 시스템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수강신청에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 한다. 이런 행위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니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흥 씨(경제학과 2년)는 "수강신청거래행위로 인해 피해보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로 기분이 나쁘다. 정직한 학생들을 위해 하루빨리 해결방안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질 높은 수업을 위해 수많은 교수와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은 노력한다. 이런 노력이 수강신청거래로 인해 더럽혀진다. 좋은 학점, 쉬운 수업을 듣기 위해 성행하는 수강신청거래행위, 이를 막을 시스템이나 방안은 없지만 개인의 양심을 챙겨야 할 때다. 더 좋은 수업, 정직한 수업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 대학은 더 아름다워지게 될 것이다.
 
  정도영 기자 ehdud3114@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