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동문 최초로 원광대학교 의과대학병원장이 되셨습니다. 현재 어떤 것들을 느끼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맡아왔던 보직과 성격이 다를뿐더러 동문 최초로 병원장을 맡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병원, 원광학원, 교당을 중심으로 우리대학 동문이 많이 활동하고 있으니까 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며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저에게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를 키우고 가르치신 분들께 보은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역의 3차 병원으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병원뿐만 아니라 현재 지방 병원들은 지방에 있는 환자들이 수도권에 위치하는 대형 병원으로 집중된다는 점, 정부의 복지정책이 확대됨에 따라 선택 진료가 축소되거나 폐지된다는 점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병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 환자들을 위한 의료관광 사업을 확대할 것입니다. 이미 몽골 환자 및 외국인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2010년 보건복지부 국책사업으로 10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더욱 활성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 증진에 협력할 것입니다. 익산이 '여성 친화 도시'라는 점을 활용해 여성 질환, 산부과 등을 활성화하는 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산종법사님께서 말씀하신 '일원의학'의 정립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양·한방의 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소통할 것입니다.

   지난 취임식에서 구성원들과 소통을 통해 개혁과 변화를 이뤄 나가겠다고 하셨습니다. 소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것인지 설명 부탁합니다.
   직종과 부서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풍조는 구성원들의 소통에 방해가 되고, 이는 곧 병원의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인문학적 소양 교육을 확대해나갈 것이고, 상호 존중과 양보의 조직문화 그리고 직종과 부서 간 정보공유를 활성화하여 각 직종 및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 것이고, 이를 통해 협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의과대학의 교육목표는 기본 진료 능력과 더불어 도덕성, 인류 공헌, 리더십 등의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데요. 이런 점이 의사로 활동하는데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의술은 인술이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인문학적인 요소가 중요하죠. 우리대학이 학생들을 도덕적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 그것이 졸업 후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원불교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불교를 자신의 종교로 가지고 있지 않아도,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 원불교 관련 수업을 억지로 들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행동에 배어 나오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래서 우리대학 동문들은 남을 배려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품이 좋고 능력이 있는 인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병원은 이런 인재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인문학적 요소들의 중요성을 알기에 우리병원 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직원들에게 직업적 소명의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소명의식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질적인 면에 있어 다양하지 못한 부분들을 채워주고 싶습니다. 또한 의사들의 경우에는 대학생 시절 도덕적인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연습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근무 시간 동안 아픈 사람들을 계속해서 상대하죠. 그렇다보니 인문학적 요소, 즉 '마음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문학 관련 강의를 듣게 하거나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대학 의과대학 동문들은 학교 발전을 위한 기금과 장학금을 꾸준히 기탁해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의과대학 동문의 결속력이 강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의과대학 특성상 결속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 의과대학 동문들 사이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수업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가 있기에 더욱 결속력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원장님께선 교수로서, 의사로서 많은 일을 하셨는데요. 의예과에 진학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학창시절 저의 장래희망은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판사였죠.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법학과에 진학할 수 없었고 저의 장래희망은 교수로 바뀌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에는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속이 좋지 않아 약국에 자주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약사분과 장래희망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졌죠. "네 꿈이 뭐냐?"는 약사의 질문에 "교수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렇다면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어떠냐? 이번에 처음 생겼다던데 1회 졸업생이니 여러 혜택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1회 졸업생이 됐고, 1996년부터 조교수로서 원광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습니다.

   우리대학 의과대학 1회 졸업생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가요?
   제가 대학에 다니던 때는 어려운 시대였습니다. 고기 한 번 먹기가 힘들었죠. 당시에 하숙을 했었는데, 한 달에 한 번 고기가 반찬으로 올라오는 날에는 하숙집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저 역시 모든 일을 제치고 식사 시간만을 기다렸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또 기억나는 것은 의과대학 동기들끼리 했던 활동입니다. 모여서 체육대회도 했었고, 버스를 타고 군산으로 놀러가기도 했었죠. 그때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납니다.

   동기들과는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가요? 또 원광대학교 의과대학병원장으로 취임하셨을 때 동기들과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동기들과는 지금까지도 계속 만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홈커밍데이'라고 20주년 행사도 하고, 다 같이 기부를 하기도 하며 만날 기회를 이어왔기 때문입니다. 만남을 자주 갖지는 못했지만 그런 행사를 할 때 가끔 만나면 반갑고,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이 가깝게 느껴집니다. 바로 어제 만났던 친구 같죠.
   제가 병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모두 '쇼킹(shocking)'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병원 구성원부터 의과대학 동기들까지. 저 또한 놀랐습니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병원 경영을 잘해서 보답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잠을 설치며 병원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책임감을 느끼고 압박을 받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지만, 일관된 생각을 가지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원광대학교 의과대학병원장으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우선 병원 경영의 핵심 목표는 '환자 중심의 병원 강화'입니다. 환자가 있기에 우리병원이 있다는 생각으로 환자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고,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동안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하며, 수술 시 실수를 줄이는 것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병원 내 경계, 병원 외 울타리를 허물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갈 것입니다. 또한 저의 롤모델은 미국의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입니다. 미네소타주의 작은 도시에 있는 병원인데, 환자 중심의 서비스로 유명하죠. 사람들은 '미국'하면 '하버드'를 최고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메이오 클리닉은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일관된 경영 철학으로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지금은 미국의 의료관련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똑같습니다. 자신이 어느 학교 출신이든지 자신감을 갖고 임한다면, 메이오 클리닉처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동문으로서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재학생, 졸업생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취업난은 부모들의 고민이기도 하고 사회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소수의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죠. 하지만 우리병원 차원에서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취업난이 좋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높은 위치에 이르게 된 사람들의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결과만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궂은일이라면 무조건 거절하는 거죠. 따라서 조금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분야라면 망설임 없이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꿈과 희망, 목표를 가지면 해결될 문제라 생각합니다.

조윤지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