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2월 21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이날이 바로 세계인에게 냉전이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이때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인해 닉슨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중국을 방문한 대통령이 되었다. 1970년 마오쩌둥은 미국의 신문기자인 에드가 스노우를 초청해서, 국경절 행사에서 천안문 성루에 같이 올라 자신의 옆에 세웠다. 에드가 스노우는 마오쩌둥을 비롯한 공산당원들을 인터뷰하여 쓴 글인 『중국의 붉은 별』의 저자이며, 중국통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경제 없이 단 하루도 행복할 수 없다. 경제란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자원배분, 소득분배, 교환, 분업 등이 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여기서 핵심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공평하게 분배하여 효율적으로 소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인류의 역사는 생산과 소비의 역사이다. 경제의 성장은 과학기술과 자본축적이 주도한다. 과학기술과 자본축적의 역사가 생산 혁명의 트리거이다. 생산 혁명은 소비혁명을 낳고 문명사회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과거 19세기경 칠레 남부의 모카섬 인근에 난폭하기로 악명 높은 향유고래 '모카 딕(Mocha Dick)'이 있었다. 최초의 목격담은 1810년 이전으로 알려지며 1820년에 서경 119'의 적도 바로 남쪽에서 미국 포경선 에식스 호를 들이받아 침몰시켰다. 몸길이는 70피트 (21.3미터)가 넘으며 이후 전 세계 포경 업계에 그 악명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포경선들이 이 흰고래를 잡아보겠다고 모카 섬으로 몰려들었다. 이후 1839년 미국에서 모카딕에 대한 책이 출판되면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기록에 따르면 1838년 포경선의 공
인간의 식문화는 특정 지역의 기후와 지리적 특성, 종교, 관습 등의 포괄적인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것이다. 고대 러시아인 식문화의 중심에는 '카샤'와 '블린'이 있었다. 카샤는 죽으로 호밀과 보리, 귀리 등으로 만들었고, 결혼식의 중심 음식이었으며 전쟁 시 평화를 상징하기도 했을 정도로 중요했다. 블린은 팬케이크로 러시아인이 기독교 세례를 받기 전 믿었던 토속신앙의 영향으로 태양을 닮은 둥근 모양이었다. 빵과 소금은 외부인을 환대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하나의 예식이 되었다. 쟁반에 둥근 빵과 소금을 얹어 환대의식을 치르는 것을 '흘
흔히 고전(古典)이라 하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높게 평가되는 작품을 뜻한다. 고전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생각했던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언젠가 꼭 읽겠다는 다짐이었다. 아니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당위일지도 모르겠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데 나만 모르면 창피하니까. 하지만 결심이든 아니면 필연이든, 두 번째 믿음 때문에 대부분 보지 않았다. 바로 '고전은 읽기 너무 어렵다'는 선입견이었다. 때론 수백에서 2천 년이 넘는 책들도 있다 보니 당시 저자의 생각과 언어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너무 많은 분량도
지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여정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월드클래스' 손흥민을 필두로 역대 최강의 스쿼드라 평가된 대표팀이 거둔 결과라 더더욱 아쉬웠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를 최적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회 내내 반복된 수준 낮은 경기력과 이후 불거진 선수단 분열 소식은 많은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단순한 화풀이도 섞여 있었으나,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염려가 담긴 비판과 고언이 수없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아시안컵 결과에 대한 소란도 잦아
명작'을 권해달라니. 지극히 어려운 청탁이었다. 명작을 보고 읽고 연구하는 것이 나의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것에 속할 수 있는 기준과 조건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얼른 대답하기가 힘들다. 아마 평생 명확히 대답할 수 없을 것이며, 바로 그렇기에 명작이란 좋은 것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으로 하여금 이렇게 큰 고민을 하게 만들 수 있으니. 그래서 결국 명작이란 뭘까? 형태론적으로 접근하여 한자를 풀어보면 이름난(名) 작품(作)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이름이 났다는 것은 단순히 유명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
어느덧 봄이 무르익는 5월이 다가왔다. 봄은 사랑의 계절이란 말이 있다. 그 말대로 우리대학에도 사랑의 꽃이 이곳저곳 피어나는 것이 보인다. 이 분위기를 회고하며 로맨스 영화를 거론할 때 항상 거론되는 수작인 특별한 여자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 을 소개한다. 이혼을 겪은 남주인공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 분)는 웨스트 런던의 '노팅 힐'에 사는 소심한 남자다. 엉뚱하고 착한 친구 스파이크(리스 이판 분)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노팅힐 시장 한쪽 구석에 위치한 조그만 여행 서적 전문 서점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여느 때
2019년 6월 2일 일본의 공영방송 NHK에서 방영된 스페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다계통 위축이라는 진행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던 일본인 여성 코지마 미나는 2018년 스위스의 한 안락사 단체를 통해 삶을 마감했다. 한국에서 유학했던 경험을 살려 통번역 일을 하며 스스로 삶을 개척해왔던 그녀는 48세에 병을 선고받았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몸을 제어할 수 없게 되고 누워서 지내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것은, 자립심 강한 커리어우먼이었던 그녀에게는 절망적인 현실이었다. 어렵게 몸을 움직여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하였다. 그러던
최근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대중화로 인해 사람들의 독서량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서는 글쓰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자연스레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나 또한 대학에 입학했을 때, 그동안 오지선다형 문제에만 길들여 있다가 1학년 1학기 첫 중간고사 때 맞닥뜨린 커다란 서술형 답안지에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백지의 공포'였다. 나름 책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독서를 어느 정도 한다고 자부했던 나였지만, 그런 나에게도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유명한 글쓰기나 작문 관련
흔히 군은 자국의 안보를 지탱하는 최후의 마지노선이라 칭한다. 그러나, 간혹 일부 국가에서는 여러 사유 등으로 군이 자국을 상대로 쿠데타를 자행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닌지라, 후일 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고 작품에 따라선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한다. 이번 영화 역시, 과거 대한민국에서 발발했던 군사 쿠데타와 연관된 작품이다. 작품은 10·26 사건 직후부터 시작된다. 대통령 서거 소식으로 전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령이 선포된다. 이후, 계엄사령관인 '정상호(이성민 분)' 육군참모차장의
〈파묘〉와 우리대학 박물관 무당, 풍수사, 장의사들이 거액의 돈을 받고 묘를 이장하며 생기는 미스터리를 다룬, 최근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열풍이 뜨겁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 (2015), (2019)에 이어 를 통해 K-오컬트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한편으로 김은희 작가의 (2023)도 작년 큰 화제를 모았었다. 이에 따라 한국 무속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SNS 상에서 한국 무속 관련 학술서적을 서로 추천하는 모습도 보일 정도이다. 영화를 보고 혹 한국 무속에 관심이 생
일요일이었고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나는 평소처럼 점심을 건성 때우고, 소파에 습관적으로 널브러져 있었어요. 일요일이었으니까 조금은 봐줄 만한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지요. 나는 일요일의 몸을 가진 사람처럼 비스듬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라이터 같은 리모컨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어요. TV에서는 일요일 정오 뉴스가 담담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뉴스를 접한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어요. 뉴스 헤드라인에는 "프랑스 파리의 심장, '노트르담 대성당' 불타고 있어"라는 자막이 커다란 글자로 붙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처음 노트르
자전적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내는 작품, 을 소개한다. 영화는 1990년 서른 살 생일 전후의 조나단 라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대에는 무언가 이루어 놓고 싶었던 조나단은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서른 살 생일이 다가오자 초조한 압박감에 시달린다. 영화 제목인 은 무언가가 시계 바늘처럼 틱, 틱...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붐하고 터져 버릴 것 같은 조나단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나타낸다. 조나단은 낮에는 문댄스 다이너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밤에는 허름한 자신의
2023년 11월 21일 북한이 정찰위성 로켓을 발사하고,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부분적 파기를 선포하고, 이윽고 22일 북한은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 전면 파기를 선언하며, 남북한 관계를 다시 긴장과 갈등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긴장과 갈등은 비단 남북한 사이에서만 상존하는 반복성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 중국와 일본 사이, 한국과 일본 사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 등등 동북아시아를 구성하는 각 나라들의 관계 어디에나 갈등과 긴장이 상존할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의 정치경제 상황이 악화되어가면서, 점점 더 악화일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경계들을 넘나들며 살고 있으며 지구화의 맥락에서 서로 다른 사회와 문화의 온갖 분야에서 상호작용과 혼합이 이루어짐을 목격하고 있다. 특히 역설적이게도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맞닿은 지점, 즉 경계가 그어진 지점에서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면서도 새로운 공간과 공간 사이에 경계가 그어지고 있다. 동사의 접두어로서의 탈경계를 의미하는 트랜스(trans)는 전이하고(transfer), 초월하고(transcend), 침투하는(trespass) 것을 말한다. '트랜스'는 일방향적이지 않으며, '정착되지 않은' 이
여러분은 '사법살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여러 미디어 물의 소재로 채택될 만큼 오묘한 주제이기에 단어 자체가 그리 낯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말하는 건 단어 인지도가 아니라 발생 실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것이다. 국가를 막론하고 사법살인은 암암리에 발생하지만, 언론에서 보도해도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니기에 쉽게 망각하기 마련이다. 기자는 이런 사안에 대해 명확한 인지가 필요가 있다 판단해 다음과 같은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999년, 전북 삼례 소재 '우리슈퍼'에서 강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잔혹성에
봉황은 어떤 새인가?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새 한 마리가 있다. 바로 우리 대학의 상징 봉황이다. 봉황의 봉(鳳)자는 약 3,000년 된 글자인 갑골문에서부터 등장한다. 신(辛)자와 조(鳥)가 결합한 형태로, 신은 무기를 뜻하며, 조는 토템을 상징하여 곧 제정일치 시대의 왕권을 나타낸다. 지금 우리가 가진 문헌 자료에서 '봉황' 두 글자가 나오는 최초의 책은 『산해경』이다. 산과 바다에 관한 경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신비한 동물과 기이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며,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서라고 평가받는다. 여기서
名作의 기준이 무엇인가, 근원적 질문이 슬며시 고개를 들이민다. 고민은 핑계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결국 하게 될 터이니. 마흔두 살의 나는 아직도 이토록 점잖지 못하고 종종 위악적이다. 불안과 소요의 시간을 자기연민으로 포장한 채 말이다. 강단에 서 20대 청춘들을 지도한 지 어느덧 12년 차다. 학생들에게 대단한 학식을 전달하진 못 하지만 함께 깨달아가고 있단 믿음이 나를 버티게 했다. 서로 대등하게 고민을 나누는 관계, 드러나지 않던 그 시간에 함께 웃고 울며 학생들과 나는 자존감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함께 앉아 바라보던 것들
중국인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은 청나라 말기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여성 인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때 '여계혁명'을 외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하진'이다. 하진은 1886년 태어나서 1904년 근대중국의 대표적 지식인의 하나로 이름이 알려진 유사배와 결혼했다. 결혼 이후 상해애국여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면서 '반'이라는 이름에서 '하진'으로 개명했다. 1907년 유사배와 함께 일본에서 하진은 중국 최초의 무정부주의 잡지 중 하나인 『천의보』를 발간했다. 당시 하진은 육회권, 서아준, 주노도, 장욱 등과 함께 '여자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