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때 <전우치>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그때 화담이라는 도사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씨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주로 악역을 맡아오던 그가 하고 싶은 행동은 다하고, 다니는 곳마다 사고를 치는 철부지 같은 성격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남쪽으로 튀어>라는 영화가 그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해갑(김윤석)은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영화감독인 그가 만들어내는 영화는 전부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영화이고, 오죽하면 정부에서 요원들을 보내 감시하게 할 정도다. 그 때문에 해갑은 세금은물론 국민연금 또한 일절 내지 않으며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온 탓에 자신이 살던집과 사용하던 물건들에 압류가 들어가고 그는 가족들과 함께 자신이 살았던고향 '들섬' 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누군가에 의해 정부의 소유가 되고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들섬 주민들은 살 곳을 잃게 되고 그의 가족들도 새로운 터전을 잃게 될것이다. 그는 고향후배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고 복수에 성공한다. 하지만 해갑은 경찰에게 쫒기는 몸이 되었다. 결국 해갑은 아이들을 섬 어르신들에게 맡기고 아내와 함께 배를 타고 그의부모님이 찾았다는 '지도에도 없는 섬'을 찾아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관심 있는 배우가 나온 영화라 호기심에 찾아본 정도였지만 의외로 많은 것을 느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중학생들의 불의를 보지 못하고 저항했던 해갑의 아들 나라, '철의 여인' 이라 불리며 운동권의 전설로 불리던 해갑의 아내 그리고 해갑. 그들은 모두 자신이 옳지 못하다 생각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며 행동에 옮겼다. 그에 비해 나는 항상 무언가 잃을 것을 걱정한다. 또한 옳은 것을 옳다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때문에 애매모호한 상황에 처하면 곤란함에 그것을 피하기 일쑤다. 비록 이 사회 사람들에게그의 가족은 단지 질서를 지키지 않는 불량아로 보일지 모르겠다. 허나 확실히 옳은 행동임에도 자신감이 없어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에게는 해갑이란 인물은 나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지게 해줬다.
   남들과 다르다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던 모습과 아들 나라에게 짖궂은 장난을 치는 해갑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나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말씀하셨다. 단순한 부자관계를 넘어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로 남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나도 나라처럼 처음엔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동경하는 나라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먼 훗날 어른이 되어 '지도에도 없는 섬' 을 떠난 해갑부부를 보고 섬을 찾아 떠날 나라처럼, 우리들도 부모의 발자취를 따라 나 자신만의 '지도에도 없는 섬'을 찾아 떠나야 되는 것이 아닐까.
 

박대희(경영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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