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 중 자연식물원이 명소로 꼽힌다.우리대학에서 자연식물원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35년 동안 자연식물원을 조성하고, 가꾼 정진철 명예교수(생명환경학부)다. 
 <원대신문>은 자연식물원에서 정진철 교수를 만나 자연식물원의 역사, 그리고 교수로서 지낸 35년의 세월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지난달 정년을 맞으셨습니다. 많은 감정이 교차할 거라 생각되는데, 그간 느끼신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보낸 35년의 세월을 떠올려볼 때, 식물원은 제게 가장 큰 추억의 장소입니다. 그래서 식물원을 처음 조성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소회라고 한다면 그간 감사했던 분들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학발전기금 1천만 원을 기탁하셨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기탁한 것뿐입니다. 오히려 대학 측에서 크게 생각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지금 하는 인터뷰도 마찬가지죠(웃음). 원광대학교는 제게 포근한 안식처, 그리고 마음속의 고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조림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식물원 가꾸기 시작하면서 환경생태학을 연구하기 시작했었습니다. 식물원을 설계하기 위한 과정이었죠. 그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식물원을 가꿔 나갔습니다. 또한 식물원의 나무와 풀은 학생들의 교육을 우선으로 생각해서 심은 것입니다. 
 
▲ 양수호 편집장과 인터뷰 중인 정진철 명예교수
 교수로서 많은 학생을 지도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나 일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유용선 학생입니다. 처음에는 학과에 적응하지 못해 우려스러웠지만, 제게 지도를 받으면서 학과 공부에 열성적이게 됐습니다. 매년 스승의 날에 빠지지 않고, 연락을 주는 것도 유용선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기도 하죠. 현재는 모 은행에서 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또한 고마운 제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최근에는 제자들이 집까지 찾아와 제 정년 축하 파티를 열었습니다. 아내는 귀찮아했지만(웃음) 제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자연식물원 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무나 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단풍나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은사님께서 원광대학교에 심으라고 주신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은사님은 전북대학교에 식물원을 만들고 싶어 하셨지만,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저보고 원광대학교에 나무를 심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첫 인연을 맺은 단풍나무는 우리대학 식물원 내에 150여 종이 있습니다. 최근에 제자들이 퇴임을 기념하여 기념식수를 했는데, 은사님이 주신 나무 옆에 심었습니다. 
 
▲ 지난 8월 제자들이 심은 기념식수
 수목원을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예산이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나무와 꽃을 모았습니다. 원불교 총부, 대학 당국 등 다양한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학생들을 위한 좋은 일이라며 선뜻 기부해주셨습니다. 특히 원불교 총부에서 식물원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준 건, 원불교에서 강조하는 생명 존중 정신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대학 식물원의 특색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대학 중에서는 서울대학교가 식물원을 가장 먼저 만들었습니다. 현재 관악산 부근에서 운영 중이죠. 또한 신구대학이 온실에 열대 식물을 가꾸는 형태로 운영 중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대학이 식물원을 운영 중인데, 사실 식물원이라고 보기 어려운 소규모로 이뤄진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대학교와 우리대학만이 식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대학 식물원은 산림청에도 등록돼있습니다. 타 대학의 경우 식물원으로 수익사업을 하는데. 우리대학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식물원에서 결혼예식을 진행할 수 있게 풀밭을 조성해놨습니다. 현재 두 팀이 식물원에서의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웃음)
 
 지난 2011년에 열린 제16회 환경의 날에서는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당시 제자이자 학과 1회 졸업생이 전북환경지청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제가 식물원을 알리고 가꾸기 위해 했던 노력을 제자가 환경부에 보고해서 인정받았습니다. 제자를 잘 둔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현대인들 사이에서 식물을 통한 '힐링'이 인기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어떤 원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전에도 식물을 통한 치유를 강조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정책적으로 전국 각지에 식물원이 조성됐죠. 요즘 현대인들이 식물을 통해 치유 받고자 하는 건 세상 살기가 너무나 각박해졌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숲에서 가르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비교 결과, 사회 기여도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숲은 치유의 장이자 인성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향후 수목원을 가꿔나갈 이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식물원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땀 흘려 만들었습니다. 수목원은 제게 자식이자 고향 같은 곳입니다. 제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그릇이 있기 때문이죠. 다만 학생들과 교직원들과 함께 숨 쉬는 평생식물원으로 가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새겨 들어야할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비싼 학비를 내고 다니는 학교인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수의 시각뿐만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지켜보곤 하는데,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인생에 대해 진지하고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자신의 삶에 조급해하지 말고 하루하루 발전하는 자신을 믿으십시오.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바로 이 나무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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