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의 위기진단

<원대신문> 동문 언론인을 만나다

 박용근 동문은 우리대학 신문방송학과(82학번)을 졸업한 후 <전라일보>, <새전북신문>을 거쳐 지난 2002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오늘날도 기자의 외길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며, 또한 원광언론인협회장을 도맡아 지역 언론의 중추적인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아름다운 선행을 알리고, 외부 압력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독립언론을 추구하는 박 동문을 만나 대학 언론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과, 더 나아가 올바른 저널리즘의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

 

 

 회장님은 1989년 우리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현재 <경향신문> 기자이면서 원광언론인협회 회장으로도 열심히 활동하시고 계신데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신문방송학과 82학번으로 우리대학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우리대학 신문방송학과 출범 초기에 제가 있었는데,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자부심을 바탕으로 저는 졸업과 동시에 지방언론에 몸 담았습니다. <전라일보>, <새전북신문>을 거쳐 지난 2002년에 <경향신문>에 입사했답니다. 서울에서 잠시 근무하다 전북 담당 기자로 내려와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원광언론인협회(이하 원언회) 회장을 맡으면서 지역 언론 활성화와 원광대학 발전을 위해 노력해오셨습니다. 원언회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십시오.
 우리대학 출신 언론인들을 망라한 친목 자생단체입니다. 전북권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에 계신 동문 언론인들이 규합돼 있으며, 회원은 100명이 넘습니다.
 모교 발전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게 원언회의 모토입니다. 매년 추천된 회원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원광언론인상도 시상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해 원언회 역시 일체의 공식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 빨리 일상을 되찾아야겠지요.
 
 회장님이 몸을 담고 있는 <경향신문>은 어떤 성격의 신문이며, 회장님은 어떠한 언론관을 갖고 있는지에 설명 부탁드립니다.
 <경향신문>은 재벌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언론'입니다. 과거 1946년 10월 6일 천주교 신부님들에 의해 창간됐습니다. 당시 대표적인 진보언론으로 성장하다가 권력의 탄압을 받아 강제 폐간되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박정희 정권 당시에는 친정부신문이 되는 오욕의 세월도 있었지요. 우여곡절을 겪다가 외환위기(IMF)가 도래하면서 사원들이 주주로 나서 명실상부한 독립언론이 됐습니다.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사원주주회사로 정착됐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편집권이 완전히 독립돼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경향신문>에서 외부 압력에 의해 기사를 쓰지 못하는 일은 없답니다. 이런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복 받은 거지요. 저는 '사회적 약자'를 먼저 생각하며 일합니다. 반칙은 용납돼선 안 되고, 아름다운 선행은 널리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령인구 부족에 따라 지방대학들의 신입생 모집이 위기상황입니다. 우리대학도 지난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신입생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사정은 녹녹치 않습니다. 지방대학의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이 있다면 제시해주십시오.
 예견된 일입니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학과 정원을 늘리다 보니 자초한 일이지요. 5년 이후 학령인구가 최저점으로 떨어지면 여러 대학, 특히 지방대의 위기는 쓰나미처럼 캠퍼스를 휩쓸고 지나갈 것입니다. 모교는 다행히 이런 위기를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재정을 수년전부터 펼치며 자금을 확보해 두고 있는 것이 그 일환이겠지요.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내 앞의 밥그릇만 생각하는 고루한 생각으로는 기회를 잡을 수 없습니다. 과감한 학과 통폐합과 개편으로 특화대학을 만들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 구성원들이 멀리 내다보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모교가 도덕대학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대응하면 오히려 우리대학은 미래에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종이신문 존폐 위기는 신문을 만드는 모든 언론사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이에 전국 대부분의 대학언론들이 점점 입지가 좁아져 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대학신문의 위기 극복과,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향후 대학언론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 부탁합니다.
 비단 대학언론 뿐이겠습니까. 청년들이 워낙 어렵게 생존해야 하니, 과거처럼 온 몸을 불살라 서클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대학신문도 인력난이 있을 겁니다. 탈출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두 가지를 제언해 보겠습니다. 우선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읽히는 기사를 기획해야 합니다. 대학 저널리즘이 단순한 대학 홍보의 기능을 벗어나 예리하고 집요하게 학내외 문제점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 즉, 인물기사를 많이 게재하는 것도 읽히는 대학신문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또 하나는 외연을 넓혀야 합니다. 대학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지역과 연대하고 협력하며 지방 붕괴의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지방신문과의 결연을 맺어 상호교류하며 의제를 공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기자를 '기레기'라고 불리는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기레기는 허위 사실과 과장을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떨어뜨리거나, 기자로서의 전문성 해치는 사람을 지칭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기자들의 올바른 저널리즘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역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원인은 간명합니다. 작금 언론은 다양성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뉴스 채널은 셀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누구든 1인 매체를 만들려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 쏟아지는 뉴스는 홍수처럼 넘쳐납니다. 그런데 뉴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또한 독자들은 더욱 더 자극적인 기사를 원합니다. 각종 포털에서 열독율이 높은 뉴스들은 대체로 흥미 위주의 기사들입니다. 잘 알려진 신문과 방송은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만, 그런 여과 절차를 거치지 않는 매체가 늘어나며 메이저 언론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는 언론 본연의 공정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소위 일부 매체들의 정권과 야합한 아전인수(我田引水)격 보도행태가 언론에 대한 불신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언론인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데 민도가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갖고 있습니다.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또한 일선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경험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언론인은 자존감과 명예로 살아갑니다. 기자는 부자가 될 수 없고, 정치인도 돼선 안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내세울 일이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 굳이 기억한다면 20여 년 전에 장래희망이 경찰관인 초등학생 소녀가장 스토리를 썼는데, 기사를 보신 독자들께서 이 학생에게 많은 후원을 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잘 성장해 경찰관이 돼 꿈을 이룬 그 학생이 저를 찾아 왔어요. 눈물을 흘리며 감사인사를 했을 때 보람을 느꼈지요. 심야 귀갓길에 택시 기사에게 상해를 입히고 있던 강도를 제압해 경찰에 넘겼던 일화도 기억에 남습니다.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경험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특히 회장님의 대학생 시절인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이 활발했을 시기였습니다. 회장님께서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학창 시절이 궁금합니다.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 이유도 언론인을 꿈꿨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대학 1학년에 학원방송국(ABS) 보도국 기자로 들어가 일했지요. 실무국장까지 3년간을 방송국에 죄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데모를 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시국이 불안했을 시기입니다. 그래도 방송은 한 번도 펑크내지 않고 이어갔어요. 당시 날밤을 새가며 방송국을 지키고 제작을 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마지막으로 언론인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언론계가 많이 어렵습니다. 이 말은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나는 왜 언론인이 돼야 하는지 분명한 명제가 있어야 합니다. 확신이 서면 차근차근 준비하셔야 합니다. 글은 후천적으로도 잘 쓸 수 있습니다. 많이 읽고 써 봐야 합니다. 여러 매체의 사설을 보고 다시 써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시면 글의 원칙인 '기승전결'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김정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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