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사정이 하루의 기분을 정한 날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인의 눈치를 보게 됐던 날들도 있었다. 돈이 세상의 진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문뜩 '돈이 전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세상의 갑질 논란을 보면 인성과 자본의 상관관계가 궁금해진다. 
 한국의 봉준호 감독은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자본주의 사회의 적나라함을 드러내는 영화를 만들어 냈다. 특히 그가 만든 영화 〈기생충〉은 2020년 아카데미시상식의 주요상을 모두 석권하며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올린 작품이자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호에서는 계층사회를 풍자한 영화 <기생충>을 소개하고자 한다.
 반지하의 어두컴컴한 집에서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 구성원은 변변한 직업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명문대에 다니는 기우(최우식 분)의 친구 민혁이 수석을 선물로 가져오면서 영화의 발단이 전개된다. 유학을 떠나야 하는 민혁을 대신해 기우는 가짜 대학생이 되어 과외선생으로 박 사장(이선균 분)의 딸 다혜(현승민 분)의 과외를 맡게 된다. 기우는 연교(조여정 분)와 대화하던 중 일종의 사기행각을 구상한다. 
 기우, 기정, 기택 순으로 박 사장 집에 사기 취업을 한 이들은 마지막으로 모친인 충숙(장혜진 분)을 취업시키기 위해 기존의 가정부인 문광(이정은 분)이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악용해 그녀를 결핵 환자로 몰아 충숙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렇게 기택의 가족은 협동 사기 연극으로 취업했고, 영화는 향후 행복한 나날이 벌어질 것을 상상한다. 
 어느 날, 박 사장의 가족은 캠핑을 떠나고, 기택의 가족들은 박 사장의 집이 제집인 마냥 거실에서 술과 음식을 마시고 먹으며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때, 기택 가족의 모략으로 쫓겨난 문광이 두고 간 물건이 있다며 찾아왔다. 문광은 주방의 벽과 진열장 사이의 지하로 가는 숨겨진 문을 개방했고 그 속에 문광의 남편이 살고 있다는 것이 발견된다. 충숙은 경찰에 신고하려 했으나 문광에게 기택의 가족 사기 행각이 발각되어 결국 그들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다. 
 갑작스럽게 박 사장의 가족들이 우천으로 집에 돌아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연교는 충숙에게 짜파구리를 만들어 두라고 시킨다. 다급해진 기택 가족들은 집안 곳곳에 몸을 숨기고 문광의 가족을 지하실에 감금한다. 문광은 이 과정 속에서 목숨을 잃었고 문광의 남편은 다급하게 박 사장의 아들 다송이 모스부호를 알 것으로 추측해 머리로 불을 깜빡이며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낸다.
 아무것도 모르는 박 사장 댁은 아들 다송의 생일 파티를 계획하며 기택 가족들은 어부지리로 참석하게 된다. 기우는 문광과 그 남편을 확실히 살인할 계획을 세웠지만 역으로 당하고 만다. 이렇게 문광의 남편은 부엌칼을 들고 파티장으로 나온다. 그는 부엌칼로 케이크를 들고 있는 기정을 찌르고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박 사장은 놀라 쓰러진 아들 다송이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기택을 부르고 기택은 우발적으로 박 사장을 찔렀다.
 이렇게 기택은 살인자 신분으로 여전히 박 사장 댁의 지하실에 몸을 숨기며 살고 있다. 기택은 불을 깜빡이며 신호를 보냈고 기우는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것을 짐작한다. 기우는 꿈에서 성공하여 박 사장 집을 매입하지만 결국 현실은 반지하로 영화가 끝이 난다.
 경제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부류가 비단 기택의 가족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음과 생존에 있어서 자본이 개입되는 현실에 환멸감을 느낀 기택의 칼은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 계층사회의 폭력성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엔 암울한 현실 속의 고통 받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  

김수민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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