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의 기능과 역할
 대학신문은, 대학에서 그 구성원뿐 아니라 동문지역사회 등 사회구성원을 독자로 하고, 주로 학생이 편집해 발행하는 신문을 말한다. 대학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팎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취재하고 보도하며, 논란이 될 만한 일을 공론화한다. 학생들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점을 제외하면 보도와 비판이 중심 기능이라는 점에서 기성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대학신문이 없다면 우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민주화 투쟁이 활발했던 80년대, 학생들의 진실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그 시절이야말로 대학신문의 전성기라 볼 수 있다. 그 시절 대학신문은 정치문제가 주요 이슈였다. 그러나 현재는 학내의 문제로부터 시작해 정치, 문화, 사회, 환경까지 그때보다 주제가 훨씬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내용이 태반이던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대학신문은 싸늘하게 죽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이제는 익명이란 이름 뒤에 숨어서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을 위해선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매체라고 부르고, 대학신문도 그중 하나다. 
 기술이 발전하면 매체도 변화한다. 신문 자체는 인쇄 매체지만 사회는 현재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내가 아닌 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실제 언론과는 다르게 신뢰도가 떨어지고, 과장되는 경우가 많아 유사 언론이라 불린다. 이는 접근하기 쉽고, 신속하기에 대학신문에 비하면 학생들의 관심이 높고 노출되는 것 또한 쉽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학신문이 교내의 모든 사건을 기사화하기 어려워 학생, 동문, 지역민의 요구에 모두 부합하는 신문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또한, 학생 중심이 아닌 대학 운영자 중심의 신문이 돼가고 있으며, '누구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대학신문의 위상과 기능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학신문 독자들이 말하는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조사하고, 기성 신문의 실태와 함께 대학신문의 미래를 짚어봤다.

<원대신문>의 문제점과 바라는 점 
 위에서도 언급했듯 대학신문이 가진 문제는 많다. 하지만 '우리대학 학생들이 생각하는 우리대학 신문의 문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교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이는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으며, 16%의 응답률을 보였다.
 본 설문에서 대학신문의 문제점과 대학신문에 바라는 점을 주관식으로 받았다. 먼저 문제점엔 '신문 자체 홍보가 약하다', '콘텐츠가 흥미롭지 못한 것 같다', '얻는 정보가 유익하지 못하다'. '학교를 홍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신문이 어디에 배치돼있는지 모른다', '종이신문은낭비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또한, 바라는 점에는 '종이신문 제작을 중단하고, 인터넷 신문으로 변경했으면 좋겠다.', '실제로 대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팩트를 낱낱이 실었으면 좋겠다','재밌는 콘텐츠를 넣어달라', '자유로운 취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어, 개선방안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민소진 씨(문예창작학과 1년)는 "대학신문의 요지가 학생들이 주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것을 아는 사람만 읽는다"며 "모든 학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교내 이벤트가 에브리타임 같은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와도 모르는 학생들이나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은 참여가 어려우니 신문 배너 등에 홍보를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대학 대학신문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던 학생도 있었다. 윤혜민 씨(경영학부 1년)는 "나처럼 우리 학교에 대학신문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사람들이 많이 접하는 SNS를 통해서 우리 학교에서 있었던 다양한 이슈를 알리고,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체적으로 홍보를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설문에 공통적으로 언급된 점은 '홍보 부족'이다. 홍보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학생들의 참여도 활발해질까? 이뿐만 아니라 종이 신문을 인터넷 신문으로 변경해달라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사실부터 말하자면, 우리대학의 인터넷 신문은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이유는, 대학신문의 '홍보 부족'으로부터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홍보에 이어 콘텐츠 부족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원대신문>의 다양한 코너에는 신문을 읽고 짧은 감상을 쓰는 '원대신문을 읽고', 교내에서 느낀 불만을 토로하는 '고슴도치', 자유 주제로 제 목소리를 내는 '열린소리', 찬반으로 나뉘어 한 논제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토론배틀', 교내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순간을 담은 사진을 게시하는 '원광 포커스' 등 격주 발간마다 학생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부분을 싣고 있다. 
 그러나, 학생참여율이 저조한 탓에 그마저도 학생 기자의 몫이 된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흥미를 끌 수 있는 참신한 코너를 만드는 등 참여율을 상승시킬 방법을 모색하면 좋을 것이다.

위태로운 종이신문 패러다임
 신문 가판대는 가뭄에 콩 나듯이 보기가 어려워졌다.  1천 원짜리 신문 한 부를 사질 않으니 말이다. 집에서 신문을 보던 풍경도 그렇다. 매일 새벽 현관문 앞에 던져진 신문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미디어 사용이 많아졌으니까 모든 미디어가 활성화돼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에는 반박이 생긴다. 어느샌가 신문은 "껄끄럽고", "Old school", 즉 구시대적 산물로 전락했다. 그 사실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신문 발행 부수를 공적으로 검증하는 기관인 ABC에서 종이신문 구독률을 알아봤다. 1996년 69.3%에서 2020년 6.3%까지 10분의 1 이하로 하락했고, 2009년 기존 29%에서 불과 10년 뒤 6.4% 대로 5분의 1 토막이 났다.
 지난해 자유언론실천재단에 따르면, 언론과 권력의 유착으로 인해 발행 부수를 조작하기도 하고, 유료부수를 부풀려 환경 오염과 쓸데없는 자원 낭비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겨레는 "자체적으로 발송 부수의 투명성을 끌어 올리겠다"며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또 신문 1장의 폐지 가격은 보통 20원, 최저 5원으로 인쇄된 신문이 다시 생산 업체로 팔려갈 경우, 1kg에 210~250원으로 계란판 자재나 건축용 재료로 팔린다고 한다. 더불어 계란판은 폐지로, 신문지가 된다. 결국 신문사는 구독률이 떨어진 데다 깨끗한 종이에 잉크를 찍고, 싸게 계란판 용지로 되파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은 종이신문 패러다임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격주로 8천부를 찍어내는 <원대신문>과 같은 소규모 대학 언론사는 어떨까? 단과대마다 설치된 신문 보관대에 켜켜이 쌓인 신문은 일상이며, 읽히지 못해 남겨진 신문은 길가를 떠도는 유령신문이 돼 버렸다. 지면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종이신문의 위기는 절벽 끝에 서 있다.
 언론사를 비롯한 많은 매체가 디지털로의 전환을 진행했다. 경쟁에 실패한 종이신문은 편리성과 수요의 두꺼운 벽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학신문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독자는 모두 소셜(Social)로 넘어갔는데, 학생 기자만 종이신문에 목을 매고 있는 건 아닐까? 결과적으로 이런 실태가 신문을 향한 부정적 인식을 만들고, 외면되고 있으며, 대학신문 기자마저 믿기 힘든 이해충돌을 맞고 있다.
 결국, 대학신문은 더 나은 대학의 모습을 위해 학생이 참여하는 의제 설정과 공론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도태되기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건강한 대학신문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대학신문의 미래는?
 필자는 <원대신문>의 학생 기자이자, 대학 구성원으로서 대학신문이 쇠퇴 되고 있다는 현실에 아쉬움이 크다. 대학신문이 과거와는 다른 흐름과 맥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언제나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을 위한 갖가지 노력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대학신문의 의의 및 발전해야 하는 필요성과 방향의 논의는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글은 기억이 되고,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모든 기사에 큰 화젯거리가 생기기엔 어렵다. 만일 생긴다면, 오히려 호재(好材)라고 보기엔 어렵다. 학보사 기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의 행사와 화젯거리를 찾아 나서지만, 크나큰 화젯거리가 드물기에 재미없는 신문이라고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학생이 학교 내에서 느낀 불편한 점과 애로사항을 학교 언론인 대학신문에 제공하고, 대학신문이 편집 및 가공을 통해 알리며 개선하는 선순환이 이뤄짐으로써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즉 학생의 관심과 높은 참여도는 언론의 제 역할을 할 구실을 제공해 준다.
 코로나19를 비롯해 과거부터 대학언론은 제 역할을 다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중요한 건 위기 앞에 좌절하기보다 위기가 되는 사사로운 원인을 느리더라도 해소할 해결책을 기획하고, 실행해 나서는 것이다. 학교 명예를 실추시킬만한 사건에 사사로운 팩트를 체크하고, 발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압박에는 분명히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원대신문>은 그동안 학교의 중대 사항을 기사라는 목소리로 제공했다. 지난 3월, 신문의 1면에 구조조정 학과와 대학 간의 소통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 기숙사 내 냉장고 미설치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의 목소리를 담기도 했으며, 전동 킥보드 사용과 그 장단점에 의견을 내고 안전 유지에 도움이 되기 위해 힘썼다.
 그러나, 돌바닥에 앉을 때 돗자리로 쓰이는 굴욕을 당했고, 읽은 사람 수보다 차마 읽어 보지도 못한 사람이 더 많은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지지하는 이유는 대학신문을 만드는 주체가 학생이기 때문이다. 대학 신문사는 대학 부속기관이지만 학생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기관이다. 대학언론의 방향성은 학생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관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백지장에 물 한 방울 떨어지듯 사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나비효과'처럼 모두가 모여 소중한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대학 신문에 변화라는 꽃이 피어날 것이다. 대학신문이 앞으로도 건재하기 위해선 학생들의 참여와 함께 새로운 미디어로 진화·발전하는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조혜연 기자 [email protected]
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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