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하는 학생, 출근하는 기자 
 문서 작성 프로그램 '한글'에서 Ctrl + Q  + I를 누르면 작성한 글이 몇 자인지 그리고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몇 매가 나오는지 알 수 있죠. 기억하실 필요 없는 기능입니다만 이 단축키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배우기 마련입니다. 외국어나 코딩, 기술과 같은 것 말이죠. 학보사는 시대 흐름과 반대로 흘러가네요. 옆 학생이 해커스 펼쳐 놓고 영어 문법을 공부하고 있을 때 국어 맞춤법을 공부합니다. 친구들 카톡 맞춤법이 불편해지는 직업병은 덤입니다. '지면제작기'라는 프로그램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동영상 편집에 프리미어 프로가 있다면 신문 제작 및 편집에는 지면제작기가 있습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잘 쓴다고 해서 자기소개서 자격 및 특기란에 '지면제작기를 상당한 수준으로 다룰 수 있음'을 추가할 수는 없습니다.
 2014년에 몇몇 학보사가 인원부족으로 퇴색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학업과 스펙 관리만으로도 바쁜 학생들에게 학보사 업무는 부담입니다. 점점 멀어지는 문자에 대한 관심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읽어야' 하는 신문은 '보고 듣는' 영상 매체에 밀려났습니다. '카메라는 칼보다 강하다'고 했던 봉준호 감독의 말이 와닿는 건, 시대 흐름이 읽기에서 보기로 변했다는 증거겠죠.
 그럼에도 1년 반의 학보사 생활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 전화를 부담스러워하던 시절은 안녕. 외국인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어학당 주변을 서성거리며 유학생을 물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하왈유. 아임 빠인 땡큐. 앤 유?" 수준의 영어로 말이죠. 제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을 찾아가야만 하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들이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고, 제 태도와 질문의 양식은 돌아오는 대답의 질을 좌우했습니다. 이렇듯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하며 달의 이면을 보듯 제 이면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학보사 경험이 항상 의미 있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의미 있는 시간이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귀가(歸家) 대신 퇴근을 하는 대학생 구성원들의 시간이 모여 원대신문이라는 바통이 66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아 쉼 없이 달려왔을 현재 원대신문 구성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원대신문 창간 6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정철(원대신문 52기, 2014년도 부편집장)


 

도전을 두려워 않는 원대신문
 예비수습기자. 2014년 처음으로 원대신문에 내 이름이 찍혔을 때 달린 나의 꼬리표, 나의 직급이었다. 그 여섯 글자로 나를 소개했던 첫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난다. 대학 발전에 이바지한 동문에게 소감을 묻는 전화 인터뷰였다. 말 더듬는 어리숙한 초보 기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공책에 인터뷰 내용을 다 적었다. 첫인사부터 끝인사까지 몽땅 말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는 읽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심장은 또 왜 그리 크게 뛰는지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그렇게 작성한 기사는 '인물동정' 코너에 실렸다. 우리대학 구성원의 성취나 업적을 전하는 단신인데 아쉽게도 지금의 원대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코너는 우리 54기에 의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신문을 읽게 할 순 없을까?"
 '경영학부 14학번'보다 '원대신문사 54기'로 자기 소개하는 나날이 길어지면서 시작된 고민이었다. 기자들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겨울 합숙이 열정으로 후끈거릴 정도였다. 그렇게 탄생한 아이디어는 편집장의 주도하에 구체화됐고 내 손을 거쳐 지면 위에 올라갔다. 지금의 1면 레이아웃이 이때 만들어졌다. 하단에 있던 지면소개를 위로 끌어올린 후 글자의 크기는 키우고 양은 줄여 가독성을 높였다. (지금과 다른 원대신문 모습이 궁금한 사람은 1263호 혹은 그 이전 발행호를 보면 된다)
 이듬해에는 또 새로운 코너들을 개설했다. 한 예로 앞서 언급한 '인물동정'은 지금의 '휴먼스 오브 원광'이 됐다. 우리대학 구성원들을 더 큰 지면으로 이끌어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자세히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많은 변화를 꾀한 만큼 넘을 산도 많았다. 사실 '휴먼스 오브 원광'은 주간 회의에서 큰 반대에 부딪혔던 코너였다. 기획 당시에는 적합한 취재원의 선별, 지면의 크기, 운영의 지속성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실한 초안을 가지고 회의에 임한 나는 주간 교수님의 지적에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다. 원대신문 독자들에게만 몰래 알려주자면 난 이 주간 회의에서 눈물을 쏟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숙하기 그지없다. 그런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코너가 아직까지도 잘 운영되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
 '휴먼스 오브 원광'을 비롯해 당시 기자들이 만들어 낸 변화가 2022년을 넘어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나의 흔적이 유지된다면 뿌듯할 것이고 사라져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면 응원을 할 것이다. 이 감정의 기저에는 원대신문이 앞으로도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란 확신이 있다. 
 영원히 살아있을 원대신문의 한때를 그리고 창간 66주년 축사를 장식하게 돼 기쁘다. 모쪼록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원대신문이 되길 바란다.

조윤지(원대신문 54기, 2016년도 편집장)


 

구르는 자의 외침
 원대신문의 동문들 반갑습니다. 원대신문 56기로 활동했던 뉴스앤북의 하장수 기자입니다.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창간 6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가끔 원대신문 홈페이지에 들어갈 때마다 대학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원대신문의 명맥을 이어준 신문사 구성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제 추억을 지켜준 것과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다니는 언론사는 지난해 12월 졸업 후 올해 1월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초창기엔 학보사 경험을 살린다면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수습 기간이 끝난 지난 4월부턴 그 안일함은 깔끔하게 부셔졌습니다. 현재는 늘 기삿거리와 사수에게 치이는 신세입니다. 입사 10개월 차 기자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또, 메이저 언론, 지역 일간지도 아닌 작은 인터넷매체의 기자로서 모교 학보사 창간 축하글을 올리는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무와 관련된 이야기보단 기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풀어보려 합니다. 신입 기자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업계는 다른 조직에 비해 인색하고 냉소적이라는 것입니다. 언론 조직의 느낌은 학보사 생활과 언론사 생활에서의 느껴지는 온도 차이와 첫 사회생활에서 오는 막막함에서 오는 것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물론 직장 동료들과 타 매체 기자분들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수습기간이 끝난 후 출입처에 바로 던져진다면 이해가 되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시간 분배 관련입니다. 학보사도 그렇지만 기자는 할당량을 채우면 남은 시간을 비교적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배님들도 "빨리 취재해서 기사 쓰고 놀아라"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대부분 신입 기자는 시간 분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보도자료 기반인 기사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하는 기사는 시간 안에 쓰기 힘들기도 합니다. 저는 그날 기사를 작성하면서 다음 날 기삿거리도 같이 찾아서 정리하는 식으로 시간을 아끼고 있습니다. 손이 빠르거나 아이템을 잘 뽑는 분들은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나머지 언론 관련된 자질구레한 것들은 원대신문을 통해서 다 경험하셨을 겁니다. 확실한 건 원대신문은 언론인을 꿈꾸는 학우들에겐 좋은 기회인 건 사실입니다. 학보사 활동은 향후 업계 들어왔을 때 큰 경험이 될 것입니다. 
 부족한 연차라서 업계 상황을 자세히 말해줄 수 없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연차와 경험이 쌓이고 스스로 남부럽지 않은 '기자'가 됐을 때, 다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시면 언제든 환영하겠습니다. 

하장수(원대신문 56기, 2017년도 부편집장)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만의 기사를 만나길
 지난해 11월 서울에 위치한 S 대학 학보사가 탄압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해당 대학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학보 발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소속 기자 전원을 해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교내 언론 탄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이 개최됐고, 당시 학보사 편집국장의 '학보사 길들이기에 저항하며'라는 기고글이 공개됐는데 총장이 외부 언론을 통해 실언한 내용과 총학생회 주도로 이뤄진 200여 명의 학생 시위를 취재 및 기사화를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대학에서는 '총장에 대한 명예훼손'이란 취지로 헌법 제21조 4항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답변을 보이며, 예산을 근거로 계획된 발행일정표를 무시하고 신문 발행을 자체를 중단시켰다고 합니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난 후, 저는 안타까운 마음뿐이었습니다. 대학 생활 4년 중 3년, 하루의 반 이상을 원대신문 기자로 생활하며 마주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는가. 필요한 정보를 실었는가. 학교 홍보에 치중하지 않았나. 신문을 발행할 때마다 스스로 되물었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학과 통폐합 추진, 코로나19의 여파로 미숙한 수업 운영 방식 등의 소식을 주체적인 학보사의 시선으로 속 시원하게 꼬집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갈수록 본교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기사들로 지면을 채워야 했고, 어쨌거나 신문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급비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나 기획 기사가 힘들다면 학생 사설로, 기사화가 어렵다면 관련 사진 한 장이라도 게재해 학보사의 존립 이유를 보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학보사가 학교의 홍보지로 전락해버린 것이 아니냐"라는 쓴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발판 삼아 고군분투해 왔습니다. 
 학업과 병행하는 학보사 생활은 예상보다 힘들고, 본교를 비판하거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기사화하는 과정은 더 어려울 것입니다. 취재는 원활하지도 않을뿐더러, 기사 작성 및 퇴고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예리한 시선으로 완성된 기사 하나가 원대신문의 가치를 증명해줄 것입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끊임없이 고민하고 힘듦을 버티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자신과 완성된 신문을 보며 큰 성취감 느끼게 될 것입니다.
 창간 66주년을 축하드리며, 지금도 신문 제작을 위해 힘쓰고 있는 원대신문 구성원들과 앞으로 원대신문과 인연을 맺을 모든 이를 응원합니다. 기사 제목, 본문 내용 한 줄까지도 온전히 만족한 자신만의 기사를 만나길 바랍니다. 

임지환(원대신문 58기, 2019·20년도 편집장)


 

여러분은 원대신문의 주인공
 안녕하세요. 원대신문 60기로 활동했던 경기신문 이정호 기자입니다.
 먼저 우리대학 학보사인 원대신문의 창간 6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현상에 대해 취재 과정을 거쳐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좋은 내용은 널리 알려져 다른 곳에 적용될 수 있는 효과를, 나쁜 내용은 모두가 이에 대해 고민해보고 해결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주요 언론사에서 미처 담지 못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특정 계층, 지역 등의 이야기가 전해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러한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 지역 신문 등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학언론은 '대학'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지난 세월 동안 맡은 소임을 다 해왔습니다. 시작은 교내 소식을 전달하는 것에 중심을 뒀지만 군부정권의 정치적 억압으로 인해 민주화를 열망하던 시기에는 학생운동의 소식을 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성장해왔습니다. 원대신문은 그 시절 민주화의 중심에 섰던 찬란한 역사의 산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학생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SNS 커뮤니티가 속속히 등장하며 원대신문을 포함한 대학언론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신문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고 심지어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원대신문은 변화하는 환경에 힘없이 약해지지 않고 한 단계 진일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학우들이 종이신문뿐만 아닌 모바일 환경에서도 쉽게 접근할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칭찬할 점은 칭찬하고, 비판할 점은 진지하게 비판해 균형 있는 신문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기성 언론을 참고하고 공부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대학생의 시각에서 담아낼 수 있는 독특한 소재를 항상 고민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담아야 합니다. 그것이 대학신문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원대신문에서 활동하시는 후배들은 원광대학 대표 기자들입니다. 여러분 개개인이 신문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구성원들을 배려하며 끊임없이 소통해 주시고 여러분들의 고민 속에서 태어난 기사가 원대신문의 제 2의 부흥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합니다.
 멀리서 늘 여러분의 기사를 읽어보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응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창간 66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이정호(원대신문 6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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