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창틀을 '프레임(frame)'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안경 같은 것이어서,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인다. 프레임이 크면 큰 세상을, 작으면 작은 세상을 보게 된다. 핑크색이 칠해진 유리를 입힌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핑크빛 가득한 모습이겠지만, 더럽혀진 유리를 붙여놓으면 세상은 추하고 역겹게 보일 것이다.
 프레임 이론은 미국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이 제시한 이론으로 개인의 사고는 맥락(context)에 의해 결정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상황이나 현상, 사건을 인식할 때 맥락이라는 설계도에 따라 진행되고 결정된다는 것이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현상을 받아들이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게 되거나 서로 다른 현상으로 이해하게 된다. 컵에 물이 절반 남아있는 것을 보고, 한 사람은 '절반이나 남았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절반 밖에 안남았다'고 한다. 사고 체계에서 다른 맥락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ycoff)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미국 대선에서 작동하는 프레임 효과로 대선 후보의 선거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선거 결과를 해석했다. 코끼리로 상징되는 공화당에 대한 공격, 즉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선거전략이 오히려 유권자로 하여금 코끼리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부정어를 사용해 부정적 인식을 일깨우는 프레임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레이코프의 주장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서로 싸우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을 것이다.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은 우리나라 선거 캠페인에도 도입돼, 상대 후보와 정당에 대한 추잡한 네거티브 공격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프레임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미디어의 뉴스 전달이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매일 소비하는 언론의 뉴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한 뒤  보여준다. 이때 프레임 효과가 나타난다. 예컨대 한국은 이른바 K-방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방역 실패'나 '백신 부작용'을 강조하면서 K-방역을 부정적으로 전파했다. 다른 창틀(프레임)을 들이댄 것이다. 이렇게 다른 프레임의 뒤에는 다른 맥락이 작동한다. 한국 언론의 뉴스 프레임 뒤에는 주로 정치적 혹은 상업적 맥락이 얽혀있다. 
 정치적 편향이 강한 우리나라 미디어들은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를 보도하는 뉴스에 강력한 프레임을 작동시킨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 프레임'으로 비판했다가 또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프레임'이 사라지고 '안보프레임'이 들어선다. 일자리와 민생 문제가 집중 조명되었다가 정부가 바뀌자마자 갑자기 치안이나 문화 관련 뉴스가 넘쳐난다. 한국의 미디어가 활용하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프레임 가운데 하나는 '북한 프레임'이다. '부동산 프레임'도 언론의 주요 프레임 중 하나다. 언론의 이런 프레임 뒤에 숨어있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용자들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데 코끼리만 생각하게 되는 바보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미디어 혹은 언론을 통해 만들어진 프레임 중에 심각하게 현실을 왜곡시킨 프레임으로 '세대론' 혹은 '꼰대론'이 있다. 청년세대가 부모 세대의 사고방식, 언어, 행동, 습관, 가치관을 비난하거나 조롱, 비아냥할 때 쓰는 '꼰대'라는 표현에서 나온 말인데, 기성세대에 비해 2030 청년세대가 교육이나 복지, 취업 등에서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부정적 프레임이다. 역시 정치적·상업적 의도가 숨어있다. '꼰대'라는 표현은 일종의 혐오표현이다.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버릇이 없다'고 하는 것도 혐오적 발언일 뿐 아니라 부정적 프레임이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을 부추기는 프레임인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할 언론이 부정과 혐오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언론 수용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할 프레임이다. 

김성재 교수(행정언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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