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올해 여름은 무척이나 더워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의 고다드 우주연구소 과학자들은 올해가 1880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해였다고 말한다. 이처럼 기후변화를 넘어서 기후위기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빙하가 녹는 남극이나 대형 산불이 몇 달간 이어졌던 호주와 같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듣게 될 날이 다가온 것이다.
 기후위기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사는 생물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019년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서 발간한 지구평가보고서에서는 전 세계에 살고 있는 800만 종의 생물 중에서 100만 종 이상이 멸종위협에 놓여 있다고 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의 원인 중 핵심적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제기하고 있다.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생물의 감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우리 인간들의 활동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생물다양성협약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담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목표'가 채택되어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일회용 비닐 백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도심의 온도를 낮추는 등 깨끗한 지구환경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나무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보면 제조자와 모델명을 술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도로 옆에 줄지어 서 있는 나무 이름을 물어보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그만큼 나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가 먹는 사과, 배, 감 등의 과일을 제공하는 나무뿐 아니라 조금만 주변을 살펴봐도 다양한 자동차 모델만큼이나 각기 다른 나무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학기 산림조경학과에서 '수목학'이라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느낀 점은 아는 만큼 관심이 생긴다는 점이다. 나무를 배우는 과정은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영어를 배울 때 처음 시작은 A, B, C 등의 알파벳을 외우는 것부터 시작하듯, 나무를 알기 위해서는 나무의 형태를 설명하는 용어를 외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용어를 배우고 나무의 특징을 이해하고 나면 처음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바늘잎나무도 소나무, 곰솔, 잣나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정확하게 나무 이름을 아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들도 모든 사람의 얼굴이 조금씩 다르듯이 같은 나무도 잎의 길이나 색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면서 자동차 모델처럼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자연이 가지는 변화의 모습까지 이해하고 나면 나무의 이름을 정확하게 아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알게 되면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들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과 나무 이름을 아는 것의 즐거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학생들이 이제는 제법 나무를 보는 눈이 생기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또한 나무 이름을 알기 전보다 주변의 환경에 대한 관심 또한 한 단계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무가 모이면 산림이 된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0% 이상이 산림이다.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수원함양, 토사유출방지 기능 등의 공익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259조 원(2020년 기준)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 국민 1명에게 연간 499만 원 상당의 혜택을 주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기후위기에서 지구상의 환경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 또한 산림이 담당하고 있다. 산림의 나무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권의 도시숲은 쾌적한 도시환경을 선사해 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지만 그동안 공기 중의 산소처럼 소중함을 잘 몰랐던 나무들에게 이제는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면 어떨까? 나무들 또한 자기들을 인정해 주고 알아주는 우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임효인 교수(산림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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