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12·12 군사 반란을 주제로 한 「서울의 봄」은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로 기록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울했던 극장가에 활기를 불러일으킨 영화였다. 「서울의 봄」의 인기는 민주주의와 민주화운동을 향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역사에 영화적 상상을 가미한 「서울의 봄」은 선악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12.12 군사 반란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익히 아는 역사 사실이지만, 천만 명 이상이 손에 땀을 쥐었다. 흥미로운 점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특히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민주화운동의 합법성과 정당성

이 군사 반란에 성공하기 전 우리나라는 '서울의 봄'이라는 짧은 민주화에 열광했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1979년 10월 26일, 약 18년간 장기 집권으로 군림하던 故 박정희 대통령이 심복 김재규에게 암살당했다. 체코 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에 비유한 서울의 봄은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 정신의 물성이었다. 5·18 민주화운동은 그 오랜 염원을 이어받은 저항 정신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故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불법적으로 집권한 故 전두환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에 반발하며 민주화를 요구한 시민봉기다. 5·18 민주화운동은 신군부 세력의 독재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민주화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나라 민주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평과 함께 민주화운동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확인시킨다. 또한, 유신체제를 계승한 제5공화국의 부도덕성을 부각한 계기였으며, 끝끝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역사적 승리다. 문민정부를 탄생시켰으며, 50년 만에 여권과 야권의 정권 교체를 이룩한 배경이 됐다.

"아까운 사냥감 하나 놓쳤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하다'는 말이 있다. 차마 영상에 담지 못할 만큼 현실이 더욱 처절하고, 잔인할 때 우리는 이러한 말을 곧잘 사용한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현장 또한 영화보다 더 처절하고, 잔인했다. 최진 기자가   1996년 1월 저널'에 쓴 〈5·18 주범만큼 무거운 '하수인'의 죄〉라는 기사에서 현장 피해자의 참혹한 증언을 발췌한다.

 당시 대학교 1년이었던 조정석 씨는 등골이 오싹했다. 광주공원 근처를 걷던 조 씨는 착검한 M16 자동 소총을 든 공수 대원 2명에게 쫓겼다. 이유는 없었다. 생명에 위험한 느낀 그는 안간힘으로 도망쳤다. 그는 남의 집 창고 속 연탄 더미 뒤에 겨우 몸을 숨겼다. 공수대원은 거기까지 뒤쫓아와 연탄 더미를 칼로 일일이 찔렀다. 퇴각 명령을 들은 공수대원은 "아까운 사냥감 하나 놓쳤다"며 되돌아갔다.

 유언비어라는 이름으로 떠돈 그날의 학살은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해 진실로 드러났다. 또한, 군인 신분으로 민주화운동 진압에 투입된 많은 이가 양심선언에 나섰다. '빨갱이'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군인들은 민간인들에게 곤봉을 휘둘렀고, 총을 쐈으며, 대검으로 찔렀다. 헬기까지 투입되어 옥상으로 도망친 시민들을 향해 총알을 난사했다. 명령이라는 이름 아래 숱한 군인이 학살에 동원됐다. 진실을 알게 된 가담 군인들이 양심선언을 할 때면 언제나 살해 협박이 뒤따랐다.

끝나지 않는 5·18 역사 왜곡 논란

피해자의 증언과 가해자의 고백을 바탕으로 이미 진실이 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2021년, '5·18 왜곡 처벌법'이 적용되고 처음 처벌이 이뤄졌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폭동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의 소행이다' 같은 5·18 민주화운동 왜곡, 폄훼하는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유포한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의 11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은 단순 의견 표현을 넘어 피의자가 특정되는 허위 사실만을 대상으로 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오월 정신을 이어가야 할 정치권에서도 잡음이 계속됐다. 지난 총선, 국민의힘 대구 중남구 후보로 공천됐던 도태우 변호사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그는 2019년 2월, "5·18에 대해서 자유민주화적 요소가 있지만 그것으로 포섭되기 어려운 굉장히 문제적인 부분들이 있고 특히 거기에는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 된다는 사실은 상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과거 '일간베스트'라는 극우 커뮤니티 게시물을 개인 SNS에 인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5·18 민주화운동은 역사 사건을 뛰어넘어 작금의 우리에게 선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안전과 자유는 피로 발전한다고 했던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이들의 투쟁은 오월 정신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한반도의 역사는 자유를 위한 저항의 역사다. 거대 세력이 무릎 꿇리려 할 때마다 민중은 끝내 자유를 되찾았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주장을 바로잡고, 오월 정신을 계승하는 일은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외침이다. 다가오는 5월 18일을 맞아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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