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게 있으니 다름 아닌 대학 축제다. 코로나 19로 잠잠해진 후 대동제는 작년부터 재개됐다. 1년에 한 번꼴로 개최되는 이 행사는 대학생은 물론 지역 주민에게도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대학 내외의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자리로써 학생들은 학업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발산하며, 지역 주민들은 대학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얻는다.
   대학 축제는 소통의 한 형태다. 자연스럽게 여러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러나, 요즘 축제라고 하면 연예인 공연이 주가 되지만 어딘가 폐쇄돼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아이러니함이 매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허허벌판 시절 자연스럽게 모두가 어우르던 축제와는 상반돼 있다는 걸 누구나 알 거다. 자그마치 몇 년 사이에 달라진 대학 축제의 모습은 낭만이 사라진 지 오래다. 

 대학과 함께 변화해 온 대학축제

   우리나라의 현대적 형태의 대학축제는 해방 이후 시작됐다. 우리 학교는 해방 다음 해 근대 대학으로 중건됐고 많은 대학이 해당 시기 전후로 설립된 뒤 축제를 열었다. 그러나 6·25 전쟁 발발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학 축제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이후 대학 축제는 사회의 다양한 흐름을 반영하며 변화했다. 특히 대학 축제는 대학 성격의 변화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미국 사회학자 마틴 트로우에 의하면 대학 진학률 △15% 이하는 엘리트 단계, △15~50%는 대중화 단계, △50% 이상은 보편화 단계로 분류된다. 1950~70년대에는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이 매우 적었다. 
   1965년의 인구 만 명당 대학생 수는 48.3명으로 2021년(552.2명)과 약 12배 차이 난다. 이에 대학생들은 엘리트 집단을 구성했고 대학 축제도 학술제와 문학회가 존재하는 등 학술적인 면모가 강해졌다.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15%를 넘기며 대학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대학축제는 대중이 즐기는 형태의 대규모 축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축제의 의미, '오래된 악습'

   대학 축제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크게 생각할 것 없이 대학 내에서 열리는 축제다. 대학 축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외부인 출입이 가능해 장소만 대학이라는 특징이 있다. 외부인들이 몰리는 건 부스 이용, 구경 등의 이유도 있지만 초대 가수가 온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언젠가부터 대학 축제에 초대 가수를 불러 공연을 하는 게 관습처럼 되고 말았다.  흡사 콘서트장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물며 가수 라인업에 따라 대학 평판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각 대학마다 인기 가수를 유치하려 들면서 축제 준비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대학 축제가 아이돌 잔치로 변질해 섭외 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보다 순수하게 학생들이 즐길 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 축제의 초점이 '어떤 연예인이 오는가'에 맞춰져 있는 탓에 매년 이맘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대학 축제 라인업'이라는 이름의 게시글과 공연한 가수를 촬영한 '직캠' 영상이 화제가 된다. 가수 공연이 축제의 활기를 더해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각 대학 측의 시름은 깊다. 비용은 학교가 부담하는 교비, 재학생이 납부한 학생회비, 졸업생 및 주변 상인 등의 외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이 같은 재원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한 팀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연예인 섭외 비용은 오히려 해마다 뛰고 있다.
   이제 대동제는 누가 더 인기 있는 가수를 섭외하느냐가 중요한 경쟁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점을 이용해 재학생 구역을 돈을 주고 파는 학생들도 생기고, 무료로 개방된 축제가 암암리에 유료화가 되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더 이상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학 축제가 아니게 됐다. 

 하나가 될 수 없는 이유?

   그럼 대학 축제의 주인공은 누굴까? 등록금을 내며 재학 중인 학생들? 그 지역의 주민들? 사실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즐길 자격이 있음은 분명하다. 여기서 대학 축제는 지난 1956년 10월 현재의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제'가 시초다. 본관과 체육관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축제다 보니, 대학생은 물론 지역민들까지 하나가 돼 즐겼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대학 축제는 지역 축제와 비슷한 맥락으로 봐도 문제가 없다. 축제는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큰 잔치다. 대학 축제는 대학 안에서 열린다는 것 말고는 지역 축제와 큰 차이가 없다. 함께 즐기는 데 의의가 있는 거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과 같은 분위기를 거의 볼 수가 없다. 학과나 동아리 단위로 여는 노상주점, 재학생 가요제, 총학생회 기획 행사 등은 그대로 이어지는 분위기지만 모두가 어우러지진 못한다. 결정적으로 외부인 출입 논쟁으로 재학생들과 지역민들 사이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대학 축제를 즐기러 온 외부인으로 인해 재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세히 분석해보자면 대학 축제에 몰래 술을 마시러 오는 중·고등학생들부터 연예인 무대를 보기 위해 일찍부터 앞자리를 차지하는 외부인들 문제 등이 매년 발생해 왔다. 결국,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방책으로 '재학생존' 설치를 주장하는 게시글이 나타났다. 
   무대 앞자리에 재학생 우대 구역을 설치해 외부인들과 차등을 두자는 게 그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다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하는 축제여야 한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재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혜택을 받아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축제기 때문에 가수 섭외로 인한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심지어 지난 2018년 이후, 교육부 공문이 내려져 주점 내 주류 판매도 제한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축제를 할 때마다 이러한 논란과 문제는 고조될 뿐,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인원이 많아질수록 쓰레기의 처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학교 축제는 다른 행사보다 쓰레기를 처리하기 어렵다. 정해진 공간에서 진행하는 '워터밤', '록 페스티벌' 등의 콘서트와 달리 대학 축제는 학교 전역에서 진행될 때가 많아 쓰레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처리하기 더 어렵다. 게다가, 콘서트장과 달리 학교는 내부 구조가 복잡해 쓰레기가 흩어지기 더 쉽다. 콘서트처럼 정해진 공간에서 연예인이 와서 공연하는 형식의 대학 축제도 행사 종료 후 캠퍼스 곳곳에서 뒤풀이를 진행해 이곳저곳에서 쓰레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축제를 위한 방법

   대학 축제를 모두가 즐기기 위해선 서로 간의 배려가 필요하다. 대학생과 지역 주민 서로가 양측을 존중할 때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다. 화합이 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학생들끼리 단합이 되지 않는 경우다. 자극적이기만 하거나, 형식적인 축제에 가까워서인지 프로그램 자체가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도 겹친다. 
   더군다나 학생들의 축제 참여도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대학 자체에서 운영하는 축제여서인지 외부인이 참여하는 걸 싫어해 폐쇄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인근 주민들은 축제로 인한 소음을 빌미로 민원을 넣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대학의 현 구성원이 물질적 보상보다 개인 시간이 중요하고, 나 자신에 초점을 더 맞추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 세대다. 그렇다 보니, 이런 현상이 당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비슷한 선례로 독일에서는 개인주의적 사고 방식의 영향으로 대규모 행사는 찾아 볼 수 없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지역 사회와의 화합은 커녕 대학 축제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조혜연 기자 [email protected]

 배성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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