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비가 내리면 지나간 세월의 인연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맺었던 중요한 순간들의 정취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간 세월은 먼지 쌓인 유리창처럼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기에 더욱 소중한 순간들임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단어는 저우 시안(周璇)의 노래 화양적연화(花樣的年華)에서 유래했다. 노래에서 뜻하는 화양연화는 찬란했던 그날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뜻한다. 단어의 의미가 말하듯이 항상 망설이다가 화양연화를 놓치고 있는 우리가 꼭 감상해야 하는 영화 <화양연화>를 소개한다.

 작품은 왕자웨이 감독의 독특한 연출과 영상미로 이뤄지지 않는 사랑과 허무에 대해서 그려낸다. 무역회사의 비서로 일하는 여자 주인공 리첸(장만옥 분)과 신문사 편집 기사로 일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 차우(양조위 분)는 같은 건물로 이사 오고 이웃이 되는 걸로 시작한다.

 리첸의 남편과 차우의 아내는 일본으로 출장을 자주 가게 돼 리첸과 차우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둘은 국수 가게 계단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차우는 집에 자주 오지 않는 아내에 대해서 자주 다툼을 가지게 되고, 리첸도 남편의 출장이 길어져서 힘들어한다. 그러던 찰나, 두 사람은 궁금증에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각자의 부부 관계를 물어보며 서로의 배우자끼리 불륜 관계라는 걸 깨닫는다. 이후 차우의 아내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의심을 확신한다. 이후 두 사람은 상처를 공유하며 유대감을 쌓았고 주변인들의 의심을 피하고자 동방호텔 2046호에서 만난다. 2046호에서는 무협 소설을 집필하는 차우를 리첸이 도와주면서 자주 시간을 보낸다.

   리첸은 거짓말하는 남편을 정 때문에 떠나지 못해서 슬퍼하고 그 모습을 본 차우가 위로하며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리첸이 자주 집에 들어오지 않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집주인은 리첸에 충고하며 경각심을 줬고 차우는 리첸의 무역회사에 연락했다. 전화를 받은 리첸의 상사는 둘의 불륜관계를 의심한다.

   차우는 "우린 그들과는 다르잖아요"라고 말한 리첸의 말처럼 옳지 않은 사랑에 회의감을 갖고 싱가포르에 가기로 결심한다. 이에 차우는 리첸에 자기 뜻을 전하며 이별한다. 떠나는 차우를 잡지 못하고 우는 리첸과 차우가 끌어안았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시간이 지나 리첸은 차우를 잊지 못하고 싱가포르에 찾아갔다. 

 차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리첸의 신발이 사라지고 담배에 립스틱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찾아왔다는 것을 깨닫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다. 3년 뒤 다시 홍콩으로 돌아온 차우는 건물의 이웃들이 모두 다 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화양연화가 지나갔음을 깨닫는다. 이후 차우는 비밀을 나무 구멍에 말하고 난 뒤 진흙으로  막으며 '비밀이 새어 나오지 않는다'는 리첸의 말을 떠올리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영화에서는 "우리는 그들과는 다르잖아요"라고 한 리첸이 도덕성을 유지하는 것에도 주목할 수 있다. 아픔을 공유하는 정서가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사랑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공감하게 된다. 또한 찬란했던 순간을 잊지 못하는 순간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면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허무함을 그려냈던 점도 인상적이다. 

 본문 초반에 말했던 먼지 쌓인 이후의 유리창은 깨도 의미가 없다. 어쩌면 차우가 먼지와도 같은 그리움이 쌓이기 전에 도덕성이라는 유리창을 깨버렸다면 지나간 세월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었을것이다. 이 모습을 유의하며 다들 모두 유리창을 깨고 새 학기에 사랑을 이루길 바라며 <화양연화>의 소개를 마친다.

 박주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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