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이상기후와 미세먼지, 코로나19 등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어제 먹은 음식이 오늘의 당신'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몸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한다는 측면에선 맞는 말이다. 하지만'내가 먹지 않는 음식이 바로 내 생각을 드러낸다'얘기할 수 있을 거다. 자신의 건강과 더불어 환경을 중시하는 비건이 바로 그렇다. 비거니즘의 실천을 기후 위기의 극복 방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건의 핵심은 기존의 사회적 관념과 대비되는 식습관이다. 이들은 육류와 생선을 비롯한 ▲꿀 ▲알 ▲우유 등 동물을 통해 얻는 기존 식품들을 일절 거부한다.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완전 채식주의를 지향한다. 여기서 직접적인 도축을 통해 생산되는 ▲고기 ▲생선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 ▲달걀은 먹는 락토-오보와 ▲고기 ▲생선 ▲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달걀은 먹는 오보로 나뉜다. 당연히 모든 고기류·생선류·알류는 일절 섭취하지 않는다.

 이들 이외에도 유제품만 먹는 락토, ▲유제품 ▲달걀 ▲해산물은 섭취하는 페스코, ▲유제품 ▲달걀 ▲생선 ▲닭고기는 섭취하되 붉은 육고기는 섭취하지 않는 폴로 채식을 위주로 하되 상황에 맞게 육식도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언, 과일만 섭취하는 플루테리언 등 다양한 단계로 구분된다. 이들에게'어떤 단계의 베지테리언이야?'라는 질문은 과연 어떻게 다가올까. 

 실제로 채식주의자들은 '까다롭다'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닭발이나 곱창 같은 음식은 가능할지라도 소고기나 삼겹살은 못 먹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조차 없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자신이 불참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고기를 먹으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다들 먹고 싶은 걸 못 먹었구나’싶어 불편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비건은 단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 운동이다. 심지어 개인의 식성과 취향, 개별성이 존중받는 사회 가치를 지향하기도 한다.

 또한 비건을 실천하면 과도한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섭취를 막아 건강이 개선되기에 자연스레 환경 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래선지 비건식을 지향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이들 사이에선 육류 제외식이나 간헐적으로 비건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비덩(덩어리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채식 지향 주의자)'과 '불완전 비건'이란 용어도 생겨났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식물성 식품에 '비건' 표기가 없어야 비건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거다.

 하지만 흔한 말로 '정크 비건'이라는 가공식품에는 무해한 섬유질이 대부분 제거됐지만, 몸에 해로운 첨가물은 남아있다. 고기만 안 먹는다고 채식이 아니며 잘못된 채식은 건강만 해친다. 그렇기에 비건을 한다면 감당 가능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이젠 먹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비건 요구가 높아져 '비거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결국 비건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환경·동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착한 소비 트렌드가 유행처럼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닌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미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트렌드와 소비자 취향에 맞춰 비건 메뉴 개발과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처럼 비건이 하나의 대안 식단으로만 국한됐다면 지금처럼 시장 규모도 커지기 어려웠을 거다. 

 우리도 비건을 한정해서 보기 보다 다양한 분야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식물성 성분을 사용하는 비건화장품을 사용해보길 권한다. 비건이 힘을 합할수록 지구는 점차 회복될 것이다. 비건이 대중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현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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