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표적인 갑을관계는 무엇일까? 두말 할 것도 없이 남성과 여성이다. <와즈다>의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서 이 영화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의 여성인권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10살의 소녀 '와즈다'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남성만이 운전을 할 수 있고 투표권을 가지며, 일부다처제가 허용이 되는 등 여성들에게 많은 차별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 와즈다는 이 모든 것을 거부한다. 여성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골라서 기어코 실천하고야 마는 말괄량이이다. 하루는 와즈다가 또래 남자아이인 압둘라와 달리기 경쟁을 하지만 자전거를 탄 압둘라에게 패배하게 된다. 와즈다는 어머니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지만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면 아이를 못 갖는다는 말도 안 되는 사회적 풍습 때문에 질타만 받고 만다. 와즈다의 어머니는 전형적인 보수적 성향의 여성으로, 여성의 불평등한 현실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인물이다.  와즈다가 여성인권 신장의 계몽의식을 투영한 인물이라면, 어머니는 반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일반적인 여성들을 대변한다. 와즈다는 자전거 살 돈을 마련하려 하지만 자전거 가격은 800리얄(한화 24만원), 초등학생이 모으기엔 너무 큰 돈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1000리얄이 걸린 코란 경전 대회가 열리게 된다. 그간 코란을 멀리해 오던 와즈다는 자전거를 사기 위해 모은 돈을 전부 코란 경전을 공부하기 위해 투자한다. 피나는 노력 끝에 와즈다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상금을 어디다 쓸 것이냐'는 교장선생님의 질문에 '자전거를 살 것'이라고 대답하자 모든 상금을 강제로 빼앗기고, 그 돈은 팔레스타인 후원에 쓰이게 된다. 크게 상심한 와즈다를 본 압둘라가 자신의 자전거를 주겠다며 달래보지만, 와즈다는 "네가 이걸 주면 너와 경주할 수 없잖아"라며 거부한다.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은 이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와즈다가 그동안 원했던 것은 자전거가 아니라 압둘라, 즉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만수르 감독은 여성관객들에게 의식의 변화를 주고자 했으며, 그러한 의도는 영화의 결말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상금을 타지 못한 와즈다에게 자전거를 선물해 주는 인물이 바로 그녀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이었던 어머니의 의식이 결국에는 변화한 것이다. 영화는 와즈다가 자전거를 타고 압둘라를 앞질러 나아가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는 매우 정적이다. 심지어 여성들의 억압된 생활모습들은 보는 내내 답답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인권문제를 직시할 수 있었다. 사회문제를 반영하고 비판하는 것, 그것이 미디어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영화 <와즈다>는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권희웅(정치행정언론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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