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천 년 전부터 '사회혼란을 방지하고 사회 안정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각 국가는 수많은 죄인을 죽였다. 또한, 사람들은 범죄자들을 척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국가가 커질수록 인구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 통제 규범들 또한 필요해졌다. 죄인들을 다루는 형법이 생기고 체계화되었는데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게 올바른 것일까? 이런 확신 속에서 우리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오지는 않았는가. 반대로 범죄자를 잡았음에도 다른 오류에 빠져서 범죄자를 놓아주어 재범이 발생하지는 않았는가. 책의 서론에서는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자신의 실수를 이야기한다. 범죄가 우발적인 실수로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범죄자를 놓아준 것이다. 작가는 이 일을 통해 선입견에 사로잡혀 성실하게 진실을 확인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쓴 듯하다. 
 이 책은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전제에서 다양한 문제를 여러 가지 방향에서 다루고 있다. 주로 다루는 내용은 사형존폐론,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 교육현장에서의 체벌, 종교와 문화의 충돌, 과학에 대한 법과 윤리의 관여 같은 정답을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어떤 의견이 옳은지 쉽게 말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답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들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는 하나의 정답이 있고 모든 사람이 그 정답을 따라야 한다는 시각이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런 시각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체벌에 대해 저자와 내 생각이 달랐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 함정이 있었음을 알았고 함정을 제거한 것 같아서 즐거움을 느꼈다. 
 '맞으면서 크는 아이'라는 소단원에서는 한 때 논란이 많았던 체벌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담겨있다. 저자는 체벌이 폭력사회를 만드는 가장 큰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교육적인 목적에서 차별 없이 체벌한다고 하더라도, 맞는 학생을 보면서 '맞을 만한 짓을 했으니까'라고 방관하는 학생들이 생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친구가 잘못했으니 때려서라도 고쳐주어야 한다고 나서는 학생들도 생기지 않을까? 때려서라도 고쳐주어야 한다는 것의 예시로 '사랑의 매', '사랑의 회초리'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동급생이 여교사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있었고, 2학년 때는 다른 반에 공범을 두고 같은 반 학생이 전교를 돌면서 지갑, 시계 등을 절도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내가 생각하기에 여교사 성추행 사건과 절도 사건은 상당히 큰 문제임에도 경찰 출동 없이, 전자는 가벼운 징계(벌점), 후자는 강제전학으로만 마무리 되었다(피해 금액은 200만 원 정도였고 피해자들은 물건을 돌려받지 못함). 죄보다 책임이 가벼우면, 죄를 지어도 별로 문제시되지 않는다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된다. 
 나는 이들의 행동에 대한 처벌이 가벼웠다고 생각한다. 여교사들은 이런 사건 이후로 학생들에게 경계심을 느꼈고, 학우는 다른 학우를 의심했다. 나는 체벌에 대한 불안이나 긴장보다 선생이 학생을 경계하고 친구가 친구를 의심하는 상황 더 싫었다. 학생부에서 여교사를 성추행한 학생을 체벌하면 통쾌할 것 같았다. 그리고 절도범을 잡아서 학우들이 피해 금액을 돌려받고 절도범은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함정에 빠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비유해보겠다. 불량학생을 잡아주면 학생들이 좋아할 것이고 불량배들을 잡아주면 시민들이 좋아할 것이다. 학생부에서는 불량학생을 선도하는 역할도 하고, 신군부시절에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사회정화책의 일환으로 전국 각지의 군부대 내에 기관을 설치했다. 당시 기관은 사회를 정화한다는 명목 아래 폭력을 행사하였고 공포를 이용해서 사회를 통치했는데, 학생부에서도 학생을 선도한다는 목적으로 체벌한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이 정당화된다는 위험성을 제거하지 못한 것이다.
 체벌의 위험성과 다른 선진국에서는 왜 체벌이 불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었다. 또한, 몸에 새겨진 폭력성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깊이 고민한 후에야 생각이 바뀌었다. 평상시에 간단하게 생각한 것이었지만, 체벌이 왜 생겼는지, 왜 필요한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보니 다르게 보였다. 금태섭 변호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동감하면서, 사건이나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 항상 부분만을 볼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습관을 지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평민(경영학부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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