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

     지난 3월, 기자는 학생회관 게시판을 훑어보다가 재미있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익산여성영화제를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안녕하새오, 티켓이애오, 나 쫌 데리꼬 가오, 나중에 까머꼬 안오꺼자나'라는 재치 있는 문구와 함께, 알록달록한 색깔로 얼굴을 칠한 고양이가 앞을 빤히 응시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위에는 익산여성영화제 입장권 네다섯 개가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입장권을 떼서 펼쳐보았다. 영화상영시간표가 프린트돼 있었는데, 그 안엔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독립영화 이름이 적혀있었다. 익산시에서 유일무이한 영화제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런 영화제를 개최하는 걸까? 의문을 가지려던 찰나, 밑에 그려져 있던 약도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대학 동문 주차장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위치에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일명 '재미'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자, 익산여성영화제 일일 스태프가 되다
   기자는 지난 4월 6일부터 9일까지 약 4일간 진행된 2016 익산여성영화제에 자원봉사 스태프로 참여했다. 학과 과제와 신문사 업무가 잔뜩 쌓여있었기 때문에 사흘 내내 다 참여하지는 못하고, 마지막 날인 9일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9일은 마침 4.13 사전투표가 진행된 날이기도 했다. 기자는 일찍 눈을 뜬 뒤 사전투표를 끝내고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이하 재미)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관계자분을 만나 전반적인 시설 안내와 봉사 내용 설명을 들었다.
   기자가 맡은 일은 관객 안내 및 물건 판매였다. 관객들에게 여성영화제에 관한 느낌을 묻는 설문조사 용지를 나눠주고, 기부 목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물건을 관리하면 됐다. 이토록 간단한 일도 어수룩한 기자에게는 무척 중대하게 느껴졌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봉사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봉사 중간에는 재미극장 측의 배려로 상영 중인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었던, 진귀한 기회였다.
   영화 <귀향>이 상영된 8일에는 우리대학의 '희망나비 서포터즈'가 초청받아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희망나비 회장 이태형 씨(스포츠산업복지학과 2년)는 "익산여성영화제는 다양한 세대층이 참가하는 자리"라며 "영화제를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문제는 곧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많은 분께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익산여성영화제는 올해 7회째를 맞이한 행사였다. 익산 여성의 전화를 비롯한 총 6개의 단체가 영화제의 기획부터 진행까지 함께했는데, 이 중에는 우리대학의 대안 언론인 해우소도 함께했다. 익산여성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이야기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여성 문제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총 17편의 영화가 상영됐으며 13명의 감독이 익산을 찾았다.

▲ 영화제에서 진행된 감독과의 만남

   생각과 말을 교환하는 소통의 광장
   재미는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설립지원사업에 선정돼 (사)삼동청소년회가 익산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문화기반 시설이다. 미디어(Media)의 사전적 뜻에 걸맞게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쉽고, 편하게 같이 호흡하며 서로의 생각과 말을 교환하고 나누는 소통의 광장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특징적인 프로그램은 영화 무료상영으로, 재미는 애니메이션과 기획영화 정기상영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소규모의 영화, 라디오, TV프로그램 등을 제작할 수 있고 크로마키(화면합성) 촬영이 가능하도록 조성된 스튜디오 환경도 재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지역공동체 공동제작프로젝트 <익산을 말한다>, 어르신 정보 프로그램 <할매, 하나씨 세상>, 지적 장애인 제작프로그램 <별별 TV> 등 스튜디오를 활용한 다양한 시청자 제작프로그램이 재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TV 체험 프로그램과 대중 교육 및 공동체 미디어 교육도 매번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TV 체험 프로그램은 아나운서, 기자, VJ, 기상캐스터, 촬영감독 등의 역할을 맡아 참여자들이 직접 TV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방송제작 체험이다. 대중 교육으로는 미디어 제작기술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미디어 제작기술 교육', 전문적인 미디어 제작 활동가를 양성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미디어전문학교' 등이 있다. 사회 소수자, 소외계층의 커뮤니케이션 권리가 확보될 수 있도록 돕는 공동체 미디어 교육도 진행된다.
   대중 교육에 참여한 유연지 씨(15)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재미에서 영상제작을 계속 배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가현 씨(16)는 "재미에서는 영화도 무료로 볼 수 있고, 교육 프로그램도 받을 수 있다. 믿음이 많이 가는 센터이다"라고 말했다.

   나만 아는 재미? 모두가 아는 재미!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 학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박태민 씨(스포츠산업복지학과 2년)는 재미에 대해 "잘 모른다. 사실 재미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들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 홍보담당 이예술 씨는 이와 관련해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영화관에 영화 보러 가듯 재미에 오면 좋을 텐데……"라며 "개최되는 행사들은 모두 대중적이고 접근성이 좋다. 편하고 즐거운 분위기이니 많이들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류가 가능한 행사라면 언제든지 원광대학교 학생들과 함께할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재미는 우리대학 신문방송학과와 MOU를 맺고, 중등특수교육과 동아리 '마노 엔 마노'와 연계해 익산장애인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우리대학과의 협력에 힘쓰고 있다. 또한 SNS 및 블로그, 정기 발행물을 통한 홍보 활동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 순회 상영전이 재미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5월 6일, 12일, 13일 재미를 찾으면 재기발랄한 단편 영화를 만날 수 있다. 물론 비용은 필요 없다. 몸만 가면 된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