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서 영화 <곡성>의 예고편을 봤다. 예고편에 반해 영화가 개봉되길 기다렸다. 영화가 개봉된 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SNS에 들어가 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접속하자마자 영화 포스터에 빨간 글씨로 '황정민하고 외부인이 범인'이라고 적혀 있는 게시물을 보고 말았다. 스포일러를 당한 것이다.
 
   스포일러의 사례
 스포일러는 영화, 소설, 드라마 등의 줄거리나 내용을 예비 관객과 독자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다. 국내에서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려고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소리친 남자로 인해 '스포일러'라는 용어가 대중화됐다.
 스포일러는 영화 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메리칸 아이돌9> 예선에서 사회를 보던 '라이언 시크레스트'가 생방송 후 자신의 SNS에 탈락한 사람들의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생방송은 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 이뤄져서 미 서부는 아직 전파를 타지 않은 상태였다. 미국 서부의 사람들은 '라이언 시크레스트'의 게시물을 보고 원치 않은 스포일러를 당해 그 주의 시청률은 뚝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MBC에서 방송된 <무한도전>이 스포일러로 고생했다. <무한도전>은 특별기획으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2'(이하 토토가2)를 기획했다. 원래의 '토토가2'는 '토토가1'에 출연하지 않은 90년대 여러 가수를 섭외해 게릴라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 기자의 스포일러 기사 때문에 제작진은 콘셉트를 바꿔 녹화를 진행해야만 했다.
 최근 인기가 많아진 웹툰도 스포일러의 대상이다. 일반 만화와 달리 웹툰은 온라인 상에서 댓글을 달 수 있다. 댓글창에 스포일러를 유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제하면 다음 회를 미리 볼 수 있어 자신이 추리하는 척하며 스포일러를 하는 부류도 있다. 심지어 미리 결제한 다음 회를 자신의 SNS에 캡처해서 올리기도 한다.
 김경환 씨(행정언론학부 1년)는 "작품의 진행과 결말을 미리 알게 된다면 작품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이 사라질 것이다"라며 "매우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다. 그러나 SNS에서의 스포일러 때문에 흥미를 잃어 보지 않았다. 댓글에도 '안 보러 가겠다'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이 열심히 만든 작품이 스포일러 때문에 피해를 당한 것 같아 무척 아쉽다"고 전했다.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영화는 스포일러가 쉽게 누설되는 장르 중 하나다. 반전이나 스릴러 영화의 특성상 결말에 관한 궁금증을 유지한 채 줄거리를 전개해야 한다. 그런데 스포일러를 당한 후 영화를 본다면, 전에 품고 있던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렇다고 스포일러로 인해 모든 영화들이 가치나 재미를 잃는 것은 아니다. 그 예로 반전 영화의 대표로 손꼽히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아이덴티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유주얼 서스펙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센스> 등이 있다. 이 세 영화에 매겨진 평점은 각각 9.07, 8.74, 9.03(네이버 영화 기준)으로 높은 수치다.
 세 작품 모두 결말이 널리 알려진 영화들이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주인공이 유령이다!"라는 반전은 극장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스포일러를 당한 사람에게는 짜증스러운 충격을 줬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의 결말이 중요한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말을 안다 할지라도 왜 절름발이가 범인이고, 왜 주인공이 유령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보면 된다. 우리는 영화의 결말을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이다. 스포일러로 가치 절하된 작품들은 결과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세 영화는 결말뿐 아니라 결말을 향해가는 과정 또한 우수하기에 명작으로 불리는 것이다.
 
   영화의 반전과 결말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스포일러로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긴장을 유지하다 반전을 터뜨려야 할테지만, 스포일러를 당하면 조마조마함이 없는 상태로 막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등 매체에서는 끊임없이 정보가 흘러나온다. 정보의 바다인 시대에서 스포일러는 우리가 좋든 싫든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줄거리나 등장인물을 보러 들어간 블로그에서 스포일러를 당할 수도 있고, SNS를 둘러보다 예기치 못하게 당할 수도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우리도 스포일러를 당하면 대수롭지 않게 넘겨보는 게 어떨까? "내가 영화 보러 왔지, 결말 보러 왔나!" 하고 말이다.
 
 오병현 기자 [email protected]
  하장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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