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초부터 국내 출판도매 2위 업체인 송인서적의 부도 소식이 영세출판사와 동네서점들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출판업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골목상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송인서적과 거래하는 출판사만 2,000여 곳에 이르고 동네서점도 700여 개에 달해, 영세출판사와 서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인쇄·제작업체까지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송인서적의 부도사태에 영향을 미친 우리나라의 독서율이나 독서문화에 대해 자성해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연간 독서율(만 15세 이상 국민 중 1년에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OECD 평균 76.6%인데 74.4%로 하위 수준에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시장조사기관 NOP의 세계문화지수(WCSI)에 의하면, 인도가 일주일에 책 읽는 시간이 10시간 42분, 중국 8시간, 러시아 7시간 6분, 프랑스 6시간 54분, 독일과 미국 5시간 42분으로 나타난 데 반해, 우리나라의 독서시간은 3시간 6분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서율이 매년 하락하는 상황과 더불어 종이책을 읽는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중소형 출판사나 동네서점들의 위기는 더 심해지리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한편, 디지털 혁명은 출판문화뿐만 아니라 독서문화에도 강력한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오디오북과 같은 다목적 디지털 기기를 통한 독서가 증가함은 물론 킨들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전자책 리더기를 통한 독서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파는 '킨들'이라는 리더기는 전자책을 종이책처럼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의 기술적 진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아이패드와 같은 전자책 리더기가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종이책의 유통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출판의 중요한 축이 참고서였는데, 학령인구감소와 인터넷 강좌 등으로 이 역시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사실, 10여 년 전부터 종이책은 사라지고 전자책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종이책의 종말적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오히려 장식성이 강화되고 고급화될 것이다. 종이책이 고급문화적 소유의 개념으로 재창조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책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산업도 융성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북카페나 책맥 같은 새로운 독서문화나 독서 공간의 출현에 주목할 수 있다. 북카페가 책과 커피가 만나는 커피숍 공간이라고 한다면, 책맥이란 치킨이 아닌 맥주 한 잔 하면서 책을 보는 서점이자 카페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출판문화와 독서문화를 주도하고 질 높은 독서문화를 선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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