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정년을 맞이한 윤충열 교수는 확고한 교육철학이 있어, 학생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전라북도와 도내 시·군의 각종 위원회 활동도 활발하게 해오고 있으며, 2012년에는 '농어촌 집 고쳐주기' 봉사활동을 통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원대신문>은 윤충열 교수를 만나 그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교수님께서 한 학기 동안 진행하셨던 강의에서 '결석한 학생이 단 2명으로 각각 하루씩 결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강의였나요?
 
 2018년도 1학기, 신입생을 위한 건축 입문 과목인 '건축개론' 강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82년부터 강의를 해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우리대학 학생 상당수가 타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월요일 2교시 수업에는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학생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가운데 결석생 수가 단 두 명에 불과했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저는 무엇이든지 처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건축개론'의 경우, 신입생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전공수업이죠. 첫 시간이니 만큼, 신입생들도 긴장하고 강의실에 오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정시 출석체크 결과 5명이나 지각했더군요. 이후 약 한 시간 정도 야단을 쳤던 것 같아요. 처음 시작의 긴장이 얼마나 중요하며 대학 수업의 중요성에 대한 잔소리들 같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때 학생들이 깨달은 게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한정된 기간의 대학생활이 졸업 후 사회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학생들이 깨달은 것 같아 기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사례가 우리대학의 전통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교수님의 교육철학이 궁금합니다.
 
 교육철학이라기보다는 강의에 임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철저한 시간 관리'입니다. 학생이 10분 늦는 건 있을 수 있지만, 교수가 10분 늦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 10분은 강의를 듣는 학생 수만큼 곱한 만큼 허비되니까요. 저는 매 학기 첫 강의시간에 학생들과 약속을 해요. '내가 먼저 시간을 지킬 테니, 너희도 시간을 지켜라. 따라서 정시에 출석을 불렀을 때 지각도 결석으로 처리하되, 자필 사유서를 제출하면 지각으로 처리한다'는 등의 내용이죠. 사실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의외로 학생들도 잘 따라줍니다. 학생들도 성실함의 잣대는 시간 지키기부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강의는 1교시부터'가 원칙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오전에 수업이 없더라도 1교시에 수업이 있다고 생각하고 일찍 나와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강조합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은 늦게 시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최대한 많은 학생들을 강의에 열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의시간에 자는 학생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잠을 깨고 오라고 합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차를 타고, 공부하러 학교에 와서 졸고 있다면 시간과 비용이 아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네 번째는 '학생들의 수업에 임하는 태도'입니다. 실내 탈모 등의 복장상태, 휴대폰 사용 금지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수업을 받고자 하는 준비된 자세를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건축가는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이며 건축행위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되므로,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수업시간을 활용해 갖춰가기를 강조합니다. 다섯째는 '학생들과의 합의'입니다. 한 학기간의 수업 진행 원칙을 사전에 제시하고 학생들이 이의가 없다고 확인한 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자필 지각 사유서'처럼 말이지요.
 
 
 어떻게 이런 교육철학을 가지게 되셨나요?
 
 제가 80년도 초 강의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굉장히 엄격한 교수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채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제 교육방식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생각에, 강의 종료 후 설문조사를 하는 등 학생들에게 문제점과 개선점, 장단점에 대한 내용을 피드백 받고 객관적으로 저 자신을 평가하며 개선해 나갔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교육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엄격하지만 '학생이 교수가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따갑게 질책을 할지라도 학생들이 '자신을 사랑하니까, 잘 되라고 하는 것'이라고 느낀다면 반감이 덜하겠지요. 저는 학생들이 나를 스승으로서 존경하고 신뢰하기를 바라며, 또 제가 진행하는 강의가 정말로 필요하구나'라는 걸 느꼈으면 합니다.
 교육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호 간의 화합, 혹은 조화가 있어야 하죠. 이런 궁합을 맞춰나가기 위해 특히 신입생들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심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학년 1학기 수업에 특히 정성을 많이 쏟는 편이죠.
 
 
 정년퇴임 이전부터 '농어촌 집 고쳐주기' 재능기부 활동을 진행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재능기부인가요?
 
 2007년부터 12년째 해오는 일입니다. 소외계층의 주거환경은 열악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우리 건축과 학생들의 전공능력을 십분 활용해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던 일입니다.
 단순히 도배를 하거나 문짝을 교체하는 일이 아닌, 건축과 학생들만이 가진 재능으로 집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례로 방 하나에서 5남매를 키우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부부와 아들, 딸들에 맞는 각각의 공간을 확보해 줬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희의 재능기부는 곧, 그들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집을 고치는 작업을 하게 되면, 봉사자들이 그곳에서 최소 1~2주 정도 숙식을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원래는 2~3년만 하려고 했으나, 예상보다 학생들의 열정이 대단했어요. 덥고 습한 환경 속에서 정화조 작업을 하게 되었을 때, 학생들이 서로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이건 계속해야 하는 가치 있는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자 중에는 학부 5년, 대학원 2년까지 총 7년을 함께 한 학생도 있었고, 졸업 후에도 아직까지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졸업생도 있습니다. 졸업하고까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죠.
 이 일을 계기로 2012년에는 재능기부자 대표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이 상은 결코 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학생들의 실적과 기간이 부족해서 제가 대신 받았을 뿐, 이 상은 학생들이 받은 상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건축학과 40주년 기념행사'에서 공로패도 받으셨는데요. 제자와의 인연의 끈 또한 길고 굵은 것 같습니다.
 
 공로패는 그저 우리대학에 오래 있었으니깐 졸업생들이 준 것이죠.(웃음) 저는 졸업생들과 관계가 굉장히 돈독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젊었을 때 교수로서 지나치게 엄격하게 교육했던 게 학생들에게 역작용을 일으켜 강한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자랑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정년이 가까워지면서 '뭔가에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히말라야 등반'이라는 과제를 내게 됐어요. 그것도 일반 산악인들이 아니라 제자들과 함께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요. 그 오지를 걸으며, 소주도 한 잔하고, 지나간 추억들을 돌이켜보고 싶었죠. 하지만 적어도 2주 정도는 시간을 내야 한다는 것은 제자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었기에, 포기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왔어요. 졸업한 지 20~30년이 넘은 제자들을 중심으로 7명이 팀을 짰으니 함께 가자고요.
 오래전 졸업한 제자들이 자기 사무실 일들을 뒤로하고, 저와 히말라야를 같이 갈 결정을 했다는 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후 준비를 갖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11일 동안 트레킹을 했어요.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는데, 졸업생들이 준비해온 현수막을 펴지 뭡니까. '윤충렬 교수님 정년퇴임 기념'이라고 써진 현수막이었어요. 비록 오타가 있었지만 엄청난 감동을 받았어요.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죠. 지금도 타교의 교수들을 만나면, "정년퇴직할 때 제자들하고 히말라야 갈수 있어?"라고 물어봐요. 다들 꿈도 못 꾸는 일이고, 다들 제가 거짓말하는 줄 알아요.
 저는 공로패를 받냐 못 받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못되게 굴었던 교수가 정년퇴직한다고 제자들이 이렇게 기념식을 해준 것에 대해 너무나 고마웠어요. 그리고 그것을 갚기 위해서라도 후배들을 더욱 열심히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먼저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 밴 성실함'에요. 성실함의 으뜸은 철저한 시간관리라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가면 경쟁을 하게 됩니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보다는 성실함이 으뜸이죠. 지각은 불성실의 으뜸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부탁하건대, 철저한 시간관리의 습관을 재학생 때 몸에 배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또, 저는 학생들에게 일기를 쓰라고 권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버리는 하루하루를 철저히 계획하고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일기 쓰기 습관은 중요한 수단이라 생각해요. 자기 전에 오늘 하루를 반성하고 내일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면, 다음날 어제의 계획에 대한 실천 여부를 반성해 볼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반성하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목표에 대해 한 발자국씩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또 하나는 '메모 습관'과 '자신감'입니다. 특히 메모하는 습관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고,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습관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자신감'은 자신이 지방대학교 학생이라고 미리 주눅 들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대학생활에서 좋은 습관들로 무장하고 성실히 생활한다면, 여러분만의 특화된 능력으로 얼마든지 소위 일류대 출신들과 경쟁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유수한 기업 중에는 우리대학 졸업생들이 칭찬을 받으며 적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취업계획을 세울 시에는 냉정히 자기의 능력과 입지 등을 판단한 후, 미리 방향을 결정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혹자는 큰 연못에 작은 물고기와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던 행복의 기준은 본인의 생각 여하에 따라 달라집니다. 도전정신을 갖고 대도시의 큰물에서 놀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지방의 작은 연못에서 살을 찌워 큰 물고기가 돼서 큰 연못으로 옮겨간다면, 전보다 더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은 본인이 제일 잘 알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목표를 세우고 좌절하지 않고 완성을 향해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조현범 기자 [email protected]
  윤진형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