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렇게 집단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작은 오해와 서운함이 쌓이며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필자는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 명의 주인공들 사이에서 축적되는 감정과 이것을 폭발시키고 어느새 회피해버리는,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영화 <파수꾼>을 소개하려 한다.
이 영화는 기태 아버지가 기태가 자살한 이유를 알기 위해 친구들을 찾아가는 장면과 과거 기태와 친구들 사이에 일어난 장면들이 뒤얽히며 전개된다. 그리고 기태가 자살한 큰 이유의 시작은 여자아이들과의 여행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기태, 희준, 동윤은 흔히 말하는 절친이다. 한참 이성에 관심이 많을 나이인 만큼 여자아이들과 같이 가는 여행이 설레기만 한다. 여기서 기태는 희준을 보경과 이어주려 하지만 보경은 기태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날 저녁 기태는 희준을 생각해 보경의 고백을 거절한다. 하지만 고백하는 모습을 본 희준, 둘 사이의 첫 오해가 생긴다.
 

두 번째는 희준이 기태의 콤플렉스인 가족사를 건드리며 생겨난다. 아이들과 모여 이야기하다 기태는 희준과 재호가 시선을 주고받는 것을 본다. 그 이유가 집안 이야기 때문인 것을 알자 하교하는 길에 기태는 희준을 불러 세운다. "내가 한 가지만 얘기할게. 백희(희준 별명). 넌 집에 가면 엄마가 밥해주고 공부하라고 얘기해주지?" "난 집에 가면 내가 밥 해 먹어. 잠깐 아버지 얼굴 보면 인사하고 아침에 눈 떠보면 학교 지각이라 막 왜 안 깨웠냐고 화내거든? 근데 안 계시잖아. 엄마가." 희준은 딱히 사과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다시 만난 기태는 그런 희준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다. 둘의 사이는 이런 오해와 감정들이 쌓이며 본격적으로 멀어져간다.
  기태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의 권력과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동윤의 조언 으로 희준에게 먼저 사과했지만, 희준의 반응은 냉랭할 뿐이다. "나 다음 주면 전학 가. 네 덕분에. 그래서 사과 받고 싶지 않다고 너한테. 응? 전학 안 갔으면 너한테 까이기 싫으니까 받아줬겠지만, 다음 주면 우리 볼 사이 아니잖아. 너 나 볼 거야? 아니잖아. 근데 내가 뭐하러 받아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희준은 기태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낸다. "네가 나 친구라고 생각해본 적 단 한 번이라도 있냐? 없잖아." 희준은 이어 더욱 모지고 날카로운 말들을 내뱉는다. 이 모습을 본 동윤이 희준을 때리려 하는 기태를 막아선다. 학교가 끝난 뒤 기태는 폐기찻길 위에 홀로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남학생들 사이의 자존심 싸움, 학창시절 질풍노도의 시기에서 일어나는 신경전 그리고 '소통'의 부재로 인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장난'이라 치부되는 그 사이 어딘가의 모습을 한 기태는 스스로가 친구라 여기는 사람들을 떠나게 했다.

  희준이 떠나고 중학교 때부터 붙어 다닌 동윤과 기태의 사이도 나빠져만 갔다. 바로 동윤이 좋아하는 세정과 관련된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단 한 번이라도 내가 네 진정한 친구였단 생각하지 마라"는 말과 함께 동윤과 기태의 관계도 완전히 끊어진다.
  사실 기태는 엄마 없이 자라며 결핍된 정서를 가진 아이였다. 때문에 이러한 불안정한 정서를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해소하려 했으나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폭력적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그런 기태에게 소중한 친구들이 떠나는 것은 살아갈 이유가 사라졌단 것과 같았다.
  이런 불안한 심리는 기태뿐이 아닐 것이다. 그 나이 때 청소년들은 수많은 불안감과 상실감을 겪는다. 그랬기에 기태의 죽음은 희준과 동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동윤은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하고 과거를 회상하며 누가 최고냐는 기태의 물음에 그제야 답한다. 네가 최고라고.


박인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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