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할로윈 데이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냈지만 어떤 사람들은 각자만의 코스튬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이번 할로윈에도 어김없이 얼굴은 하얗게, 입은 빨갛게 칠한 광대가 나타났다. 다만 올해는 흔하게 보이던 보라색 양복보다 주황색 조끼에 빨간 양복을 입은 광대들이 다수 등장했다. 바로 지난달 2일에 개봉한 영화 '조커'의 코스튬이다.
 영화 '조커'는 기존 다크나이트에 등장했던 故 히스 레저의 특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조커가 아닌, 평범하고 안쓰러운 소시민의 이야기를 다뤘다. 가난하지만 코미디언의 꿈을 가지고 소일거리를 맡아가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던 아서(호아킨 피닉스 분)가 크고 작은 일들에 휘말리며 점점 변해가는 이야기다. 그는 근무 중에 청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돈도 뺏기는 일을 겪는다. 이 사건을 알게 된 직장 동료는 그에게 권총을 건네준다. 어느 날 아서는 권총을 소지한 채 일을 하다가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그는 남성 셋과 시비가 붙게 되고 결국 그들을 쏘게 된다. 그는 도망쳤으나, 이 사건은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대립으로 번지게 되고, 빈곤층들은 광대 가면을 쓰고 거리로 몰려 나가, 시위대로서 경찰과 충돌한다.
 작중 그는 여러 가지 사건을 겪는데, 대부분 비합리적인 일들이다.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배신당하고 코미디언의 꿈은 좌절된다. 아서의 내면에는 점점 분노가 쌓여가지만 그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시민 아서는 악당 조커로 거듭난다. 조커가 된 그는 생방송 토크쇼에서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쇼의 진행자, 머레이를 총으로 쏘게 된다. 그의 행동을 계기로 시위대는 폭력과 광기에 휩싸이고 불꽃이 타오르는 도시를 배경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조커는 개봉 이후 뜨거운 관심을 모은 영화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혹자는 불쾌한 이야기라고, 어떤 사람은 충분히 공감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는 아서 플렉이라는 인물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모방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이 있었다. 과거 수차례 사회적 격차를 계기로 사건이 벌어졌었는데, 이번 영화가 다시금 사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득 '관객들은 작중 아서의 행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정당한 자기방어일까? 아니면 무조건적으로 악인이라고 봐야 할까? 그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조커가 영화 속 인물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서는 총성이 울리고 '자유' 혹은 '반대'라고 적힌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 CNN에 따르면 홍콩, 칠레, 스페인, 레바논 등 각국에서는 조커 분장을 한 시위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실업난 해소와 부패 청산을 요구하는 이라크,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빈부격차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칠레, 범죄자 인도법을 계기로 민주화 운동에 한창인 홍콩 등에 나타난 조커가 시사하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칠레의 한 시위 참가자는 "조커는 연약하고 버려졌다, 사회 특권층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칠레인은 같은 감정을 느낀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레바논의 한 시위 참가자는 "조커는 바로 우리들"이라고 강조했다.
 '조커'는 불편한 영화다. 나의 현실이, 내가 방관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정말로 도움이 필요했을 때 그 누구에게서도 도움받지 못한 적이 있었지만, 소외받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본 적도 없었다. 이는 결코 특정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조커는 악당도 영웅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어디에나 있는 사회의 일원 중 하나일 뿐이다. 단지 외면해 왔을, 소외당해 왔을 뿐인 누군가다.

  조현범(산림조경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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