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무한동력』은 주인공이 한 하숙집에 들어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특이한 점은 하숙집 주인아저씨가 무한동력 영구장치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매진한다는 거다. 모두가 허황한 꿈이라며 현실로 돌아오라고 하지만, 주인아저씨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취업 실패로 좌절하던 중 주인아저씨와 나눈 대화는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아니면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많은 사람이 이 말에 뜨끔했으리라.
 다수의 대학생이 꿈을 위해서, 밥벌이를 위해서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 벽이 얼마나 높은지 제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부딪히기 일쑤다. 꿈을 이루려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그 밥벌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처럼 요즘 세상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직장 안에서 힘들고 싶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허들을 넘기 위한 준비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후에도 취직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백수 신세가 된다. 그러므로 많은 졸업 예정자가 졸업을 유보하고 있다. 졸업유보가 근래 들어 부쩍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화두에 오르던 이야깃거리다. 교육부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졸업유보 신청 학생 수를 조사한 통계 결과에 따르면, 8천 270명에서 1만 8천 57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0년 전부터 점차 늘어난 졸업유보자는 학생들이 꿈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취업의 문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불안에 떨고 있단 말이다.
 졸업유보는 정말 취업에 유리하게 적용될까? 2019년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취업에 있어서 졸업유예가 좋게 작용한다고 보기 어려울 듯하다. '졸업 후 취업 공백이 생기는 것을 피하고자 졸업유예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60.2%가 '의미 없다'고 답했다. 덧붙여 '취업 공백이 그다지 중요한 평가 사안이 아니라서 무의미하다'는 응답이 47.1%로 절반에 가까웠다.
 반면 취업을 위해서 졸업을 유보한 학생들의 얘기는 다르다. 행정언론학부에 재학 중인 A 씨는 "선배들이 말하길 졸업생은 인턴으로 받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한다. 유불리에 관해 서로 다른 얘기들이 많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작년 6월 30일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행한 '대학졸업유예자 특성에 따른 기대임금과 실제임금의 격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졸업유보자는 대개 일반 졸업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져 기대치와 실제 임금의 격차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단군 이래 최악의 실업 쓰나미
 코로나19 펜데믹이 쉽게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산업구조 전반이 크게 뒤틀렸다. 많은 회사가 비대면 근로에 익숙해져 가고, 면접 또한 비대면으로 이뤄지곤 한다. 일자리가 없는 설움은 20대에 국한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경제에도 큰 타격을 가해 30대와 40대 또한 휘청거리고 있다. 20대에게 취업의 문을 열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 성적표'는 외환위기 이래 최악이었다. 지난해보다 취업자가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의 원인을 고려해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더욱더 쓰라린 사실은 취업자가 줄면서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는 것이다.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7.5%인 158만 9천 명이 감소했지만,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6만 2천 명으로 5.1% 증가했다.
 문제는 20대의 '노력'이 아니다. 취업난의 원인을 청년의 눈높이나 도전 정신에 돌려선 안 된다. 요즘 것들은(젊은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시름 깊은 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취업난을 해결하려는 노력 및 원인 분석은 숱해 이어졌다. 그러나 펜데믹 시대에 있어서 그전의 연구는 무의미에 가깝다. 해마다 수십만의 노동력이 노동 시장에 뛰어드는데, 구직자의 한숨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기업들은 실무에 바로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중고 신입'을 원하고 있다. 졸업 예정자들은 스펙도 쌓고, 실무 경력까지 갖춰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력을 쌓으려고 문을 두드리는데, 경력이 없으면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취준생들은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어떻게든 실무를 경험해야 경쟁이라도 할 수 있다고 토로한다.
 
취업난은 해결 가능한 문제인가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해주거나, 취약계층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올해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따라, 취업지원 전담 공무원 740명을 증원하고, 구직자를 지원하고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구직자,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와 소득 지원을 결합해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다. 한 달 만에 신청자가 20만여 명에 달해 예상보다 많은 구직자가 참여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구직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를 겨냥했다.
 이외에도 취약계층 1인당 300만 원을 지원한다. 지난달 3일 기준으로 19만 9천 명이 지원금을 받았다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지원 형태는 두 가지로, 50만 원씩 6개월간 총 30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생계지원)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받는 1유형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핵심으로 취업활동비(최대 195만 4천 원)를 받는 2유형으로 나뉜다.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인 취업난의 원인을 해결하는 방안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1조 1천 558억 원을 투입하는 정책이 구조적인 취업난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공무원을 증원하는 일은 세금 낭비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더불어 구직자 모두가 같진 않더라도 취약계층이 아닌 이들도 정부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해지는 중이다. 일자리 창출은 복지 중의 복지로 손꼽히는 만큼 정부의 신중하고 균일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은 배우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더는 대학이 배움의 장에 국한하지 않는다. 취업률이 대학의 중요한 성과로 자리매김한 이후부터 대학당국도 학생들의 취업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그로 인해 학과 통폐합을 피할 수 없었지만 그만큼 졸업과 취업의 연계가 대학을 평가하는 긴요한 요소가 됐다.
 우리대학도 그에 발맞춰 2016년부터 대학일자리센터의 주도하에 진로 및 취업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평가부터 우수대학에 선정된 우리대학은 4년 연속 최고등급에 들어 관련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대학은 졸업 예정자를 포함해 저학년, 고학년에도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취업이라는 한정적인 틀을 벗어나 창업, 자격증 취득, 해외 취업 등 다양한 길을 안내한다. 그중 지역과 연계한 성장이 돋보인다. 전북지역 기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재학생과 졸업생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여러 사업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진행하기 어렵지만, '익산 GRAND 취업박람회'는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채용의 기회나 취업에 필요한 팁을 전해줘 호평을 얻었기도 했다.
 한편 현재는 대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비대면 특강을 강화한 센터는 화상회의 시스템 ZOOM을 활용해 개인별 취업 지도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대학일자리센터는 학교에 오기 쉽지 않은 졸업생들을 위한 온라인 모의 면접과 비대면 취업지도, 입사지원서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취업을 원하는 학생 홀로 기업의 문을 두드리기 힘들다면, 취업 프로그램을 통하는 길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는 "만약 내가 신이었다면, 나는 '청춘'을 인생의 끝에 두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가장 찬란할 시기에 가장 힘든 길을 지나고 있는지 모른다. 20대가 기성세대보다 실무 경험이나 연륜은 부족할지라도 간절함은 그 어느 세대보다 크다. 코로나19로 구직 활동이 제한적인 시대에 정부와 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및 스타트업들은 적극적인 비대면 채용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재택근무, 원격근무의 빠른 발전으로 인한 유망직종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각국 기업들은 채용 및 구직의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취업난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 또한 이에 뒤처지지 않고 시대에 맞는 취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짙은 어둠도 한 줌의 빛으로 깨지는 법이다. 구직 전선에 뛰어든 모든 이가 희미한 빛을 발견하기 전까지 버티며 나아가길 바란다. 이른바 '존버'하다 보면, 삶이 곧 상한가에 들어서리라 믿는다.
 

오병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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