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는 사회공동체와 쓰레기로 인한 환경 문제는 오랜 시간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해가 거듭날수록 늘어나는 쓰레기를 줄이고자 많은 환경단체가 지속적으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쏟아지는 쓰레기를 감수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쓰레기는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폐기물협회에 따르면, 2019년 총 전국 폐기물 발생량은 49만 7천238톤으로 작년 대비 11.5% 증가했다. 사람들은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쓰레기 문제를 개인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나부터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란,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원칙을 의미한다. 제품들이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 바다에 쓰레기를 보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현재 플라스틱의 9% 만이 실제로 재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늘어난 쓰레기를 의미하는 '코로나 트래시'가 기존 환경 문제에 불을 지피면서,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하나의 바이러스, 코로나 트래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사회·문화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고, 이에 따른 신종 쓰레기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된 일회용 마스크를 비롯해 수능 시험장과 식당에서 비말을 차단하는 플라스틱 가림막, 건물 엘리베이터의 향균 필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폐마스크 배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마스크 생산량은 16억 7천463만 장이며, 국내 사용량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폐마스크가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을 배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폐마스크는 바다로 흘러가기도 하는데, 이들은 다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 동물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일회용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코로나 트래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냐는 질문에 오경준 씨(행정언론학부 4년)는 "인지하고 있다. 팬데믹 발생 이후 마스크 사용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생활 쓰레기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답했다. 이어, "면 마스크 사용을 고려해본 적 있지만 주변에서 KF94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고, 100% 비말 차단이 되는지 확신할 수 없어 일회용 마스크를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안전성을 이유로 KF94마스크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폐마스크는 불가피한 것이라 인식하고 있다.
 식당 내 출입시간 제한과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음식배달과 택배 빈도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또한 코로나 트래시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배달은 2019년 동기대비 76.8% 늘었고, 택배 증가율과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율은 각각 20.2%, 13.7%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불가피한 쓰레기를 제외하고, 줄일 수 있는 쓰레기가 무엇이 있는지 탐구하고 있다. 이들은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가져와 마트에서 장을 봤으며, 음식배달 주문 대신 다용도 용기를 들고 식당을 방문해 음식을 포장했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는 누구나 쉽게 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으며 공업용 쓰레기가 아닌 생활 쓰레기부터 줄여나가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실천이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SNS에 개인이 실제로 쓰레기를 줄인 사례를 게시한 뒤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함으로써 릴레이 형식으로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 역시 주목 받고 있다.
 
너도, 나도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용기낸 대학생1' 씨는 솔선수범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대학생 유튜버다. 용기 낸 대학생1 씨는 "평소에 개인이 배출하는 플라스틱의 양이 과도하게 많다고 느꼈고 환경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대신 용기를 가져가 직접 포장해오는 방식으로 비닐봉지 사용을 하지 않았으며,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비닐봉지도 소비자 입장에서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용기를 가져가 건네 드리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한번 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고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장점으로는 설거지를 하더라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언급했다.
 또한 용기낸 대학생1씨는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용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르는데 5~30년이 걸리는 나무로 만드는 휴지 대신 기르는데 6개월~1년밖에 걸리지 않는 재생 가능한 대나무 휴지를 사용하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또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는 샴푸 대신 고체 바 샴푸를 이용해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선택을 했다. 그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에 대해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만드는 것도 좋았지만 제품에 사용되는 몇 포장들을 친환경적으로 만들려는 상점들의 노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로 인한 선한 영향력은 마포구 '알맹상점'을 만들어냈다. '알맹상점'은 플라스틱과 같은 일회용품을 매번 사지 않도록 알맹이를 리필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회용품을 줄이는 대나무 칫솔, 도자기 빨대, 고체 치약, 지퍼로 만든 가방들은 환경 뿐 아니라 디자인도 고려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기분까지 좋게 만든다. 또한 바다에 버려져 있는 유리 조각을 가공해 집에 꾸밀 수 있는 유리 조각 자석을 만드는 등 쓰레기를 디자인 용품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알맹상점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것은 공병을 이용한 각종 샴푸와 세제 리필이다. 샴푸를 쓸 때마다 매번 플라스틱인 통을 구매했지만 알맹상점은 비치된 샴푸를 통해 리필 시스템을 사용하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조성했다. 알맹상점 이주은 대표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알맹이만 담아 갈 수 있게 했다"고 알맹상점에 대한 취지를 밝히며, "플라스틱을 줄인다는 생각보다는 위 행동이 나중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는지 고려해야 한다"며 더 심도 있는 환경보호를 장려했다.
 
 2019년 경향신문에 게재된 이슬아 작가의 칼럼 <쓰레기의 시간>에서는 쓰레기를 '내가 원하는 물질을 깨끗하게 감싸던 것. 버리고 돌아서면 사라지는 기억. 그래서 아주 잠깐이었던 무엇'이라 지칭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모두가 버리지만, 모두가 치우지는 않는 세계에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쓰레기의 발생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로 쓰레기와 관련된 노동자들이며, 노동자들은 사람들이 잊은 쓰레기를 하나라도 더 치우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한다. 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이 그들에겐 짧지 않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 식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물론 쓰레기 없는 세상은 평생 도래되지 않을 것이다. 제로웨이스트의 주목적은 쓰레기를 줄임으로써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쓰레기와 함께 공존하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함도 있다. 누군가가 무분별하게 버린 쓰레기로 누군가는 고통 받는다. 결국, 인간 삶과 관련된 문제며, 우리는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공동체로서 쓰레기뿐 만 아니라 그들의 고통까지 함께 안고 가야 한다.
 
김하늘 기자 [email protected]
강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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