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렉카'는 교통사고 현장에 달려가는 레커차(견인차)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집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들'을 조롱하는 뜻에서 등장한 말이다. 이들이 올리는 영상들은 남들보다 빠르게 올라오는 대신 이미 나와 있는 자료화면이나 보도를 짜집기 한 것이 대부분이다. 일명 복붙 (복사해 붙여넣기) 한 콘텐츠는 물론이고, 제작자의 근거 없는 생각 (뇌피셜)이나 루머까지 유포되면서 최근 우리 사회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때문에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되는 콘텐츠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BJ잼미 자살, 사건의 발단 
 2019년 7월 BJ잼미는 개인 생방송에서 바지에 손을 넣고 냄새를 맡는 일명 '꼬카인' 이라는 일종의 밈을 흉내냈다. BJ잼미는 이 행위를 방송에서 장난식으로 가볍게 넘어갔고, 이로 인해 대중적으로 이슈화된 꼬카인 사건은 무수한 악플을 낳았다. 이에 '남성혐오 BJ' 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된 BJ잼미는 정상적인 방송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이후 '모두가 보는 방송에서 지켜야 하는 도리를 못 지킨 것 같다'라며 사과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했다. 하지만 남성혐오BJ 라는 꼬리표를 쉽게 떼어낼 수 없었다. '뻑가'라는 이슈 유튜브는 BJ잼미의 사과 영상을 본 뒤 확실한 근거와 사실이 포함되지 않은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BJ잼미를 조롱,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근거 없는 생각에 가까운 영상이었다. 100만이 넘어가는 구독자 수를 가진 뻑가의 영상은 예상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불러왔다. 결국 2020년 5월 BJ잼미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방송을 무기한 휴방했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21년 2월 5일 BJ잼미의 삼촌이 공식 커뮤니티에 BJ잼미 사망 소식을 알려 사건은 안타깝게 막을 내렸다.

 

수많은 악플의 무게와 사이버렉카
 지난 2월 4일 남자 배구선수 김인혁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랜 악플에 시달려온 김인혁은 "10년 넘게 들었던 오해들, 무시가 답이라 생각했는데 저도 지친다"며 "옆에서 지켜봐온 사람도 아니고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는 악플을 그만해달라.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한 바 있다. 김인혁 선수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악플과 루머로 목숨을 잃었다. 매번 우리는 똑같이 아까운 생명을 잃어가지만, 그 풍토는 바뀌지 않는다. 
 'BJ잼미' 유가족은 "유서를 통해 평소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며,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루머는 생산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BJ잼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악플을 견디며, 루머와 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BJ잼미가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이 저격과 공격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이처럼 사실로 밝혀지지 않는 정보들을 교묘하게 편집해 올리는 것은 명백한 범죄이다. 이런 것이 '혐오가 돈이 되는 메커니즘'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플랫폼 등 생산과 확산에 기여한 주체를 규제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이러한 콘텐츠들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사이버렉카와 관련된 법률로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70조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거짓'일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 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매번 왜 똑같이 잃어갈까? 
 넷플릭스 '지옥'은 화살촉이라는 조직의 리더인 스트리머와 그를 추종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스트리머는 마치 자신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심판할 권리라도 있는 듯 누군가를 저격하고 응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끝에 드러난 모습은 '텅 빈 자아'였다. 그는 현실에서 충족할 수 없는 결핍을 온라인 세계 추종들의 열광으로 채워나간다. BJ잼미 사건이, 그리고 이 사회가 '지옥'과 다를 바가 있을까?
 '카더라'를 '그렇다'로 포장해 취재 둔갑한 악플 뒤 사이버렉카는 이제는 개인과 사회에게 상상보다 큰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의 직접적인 경고에도 사이버렉카들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문제는 높은 수요다. 유튜브 시청층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는 이제 기존 언론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급기야 자신의 행위를 '취재'라고 일컫고, 스스로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기까지 한다. 사이버렉카들에 대한 처벌이 시급하며, 사회적인 규범도 필요하다. 우리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들의 컨텐츠를 소비하지 않아야 하며,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정보를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김하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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