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큐레이터가 학력을 위조해서 교수에 임용되고 광주비엔날레 전시감독에 선임됐다가 가짜박사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물의를 빚었다. 미술계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고, 언론은 연일 관련기사를 보도했다. 박사학위 위조사실이 드러나 감독선정이 철회되고 동국대학교에서 파면당한 신정아 씨에 대한 얘기다.


이번 학력위조 파문은 대학교수 임용 비리에 얽힌 단선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큐레이터, 미술대학 교수,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보에서 볼 수 있듯이 미술계의 구석구석에 숨겨진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얽혀 있다.


요즘 우리사회는 미술계를 발칵 뒤집은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 말고도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학력위조 파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유명인들의 학력위조 사실이 밝혀져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신정아 씨 학력위조에 이어 연극배우 윤석화 씨, 정덕희 교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러브하우스’ 건축설계사 이창하 씨,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 진행자 이지영 씨, 탤런트 최수종 씨, 장미희 씨(본명 장미정), 방송인 강석 씨(본명 전영근), 영화감독이자 개그맨 심형래 씨, 동숭아트센터 대표 김옥랑 씨 등도 학력위조 파문에 휩싸였다.


이들이 이렇게 가짜 학력을 내세운 데에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학력 지상주의 풍토’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학력 지상주의는 실력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학력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것인데, 아직도 우리사회는 명문대학 졸업장만으로도 사회에서 대우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한편 명문대학 졸업장에는 대학시절 리포트를 복사하고, 교수와의 친분을 이용해 학점을 받는 등 많은 부조리한 현실이 녹아 있다.


이번 파문은 우리사회의 학력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폐단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끔 만든다. 명문대학 졸업장이 인생의 항로을 결정하는 최고의 수단이 돼버린 우리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인 이들의 행동은 어쩌면 ‘선택’이 아닌 ‘강요’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학력위조는 범죄행위다. 특히 교수임용 과정에 있어서의 학력위조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처벌해야 마땅할 것이다. 우리대학도 혹 이러한 사례가 없는지 이번 기회에 철저히 점검해 보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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