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필요성
 최근 발표된 한 조사에 의하면 2002년 이후 TV시청패턴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큰 영향력으로 우리 생활전반에 미친 공중파 TV의 위력은 점점 쇠퇴해가고 케이블 TV와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 이용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방송과 통신의 융합 단계에서 방송환경에 큰 변화의 가능성을 예시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의 방송도 그 전과는 달리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새로운 경향이 표출되고 있다. 프로그램 내에 필요한 정보와 지적 내용을 적당히 안배하여 유익함과 재미로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연성화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편성되는 것이 그것이다.

 드라마 분야에도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자체제작(in-house production) 드라마는 크게 감소되는 반면, 외주제작 드라마 편성은 증가 추세에 있다. 드라마의 외주제작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방송제작비 역시 크게 늘어 방송사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비교적 성공적인 외주제작 드라마사도 몇 군데로 한정되어 있어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도 적지 않아 과연 드라마 제작의 건실한 발전이 이루어질지 의문스럽다.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비대화로 사실상 드라마 제작권이 방송사의 손을 벗어난 상태이며 방송사는 그 뒤처리에 골몰하는 형편이다.

 막대한 자금으로 우수 탈렌트 와 작가를 확보해놓고, 방송사가 주는 제작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PPL등 간접광고와 협찬을 남발하여 그 부족분을 충당하려는 정도를 벗어난 일들도 가끔 발견된다. 바로 이런 문제들로 발생하는 피해자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시청자들이다.

 이제 질 낮은 드라마가 아닌 정신적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바람직한 가치관을 창출하는 고품질의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도록 방송제작 환경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의 드라마 시즌제
최근 케이블 TV분야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 외국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드라마 시즌제 작품들이 소개되어 크게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그 현상이다.


 드라마 시즌제는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에피소드」 중심극이다. 1회 1에피소드로 23-24회 정도 방송하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연구와 검토가 있어 밀도 있는 내용으로 제작되는 편이다. 특히 동일한 연기자들이 오랫동안 출연하여, 프로그램 속 인물캐릭터와 이야기 전개 등에 깊은 연구를 할 수 있어 드라마 품질 향상에 큰 보탬이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드라마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너무 지나쳐 가끔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드라마를 흥미위주의 자극적인 내용으로 제작함으로써 지나치게 시청률만을 의식하는 상업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는 본래 계획과는 달리 조기 종방하는가 하면 시청자의 반응이 좋은 경우에는 마냥 방송횟수를 늘여 연장방송을 실시하는 편성이 많은데, 이에 대해 우리는 바람직한 일인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 드라마가 시청자의 지탄을 받지 않고 소재의 다양한 선택과 밀도 있는 작품의 구성과 전개, 아름다운 언어들로 제작되어 건전한 생활의 가치관 형성과 확립 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면 드라마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가.



 변화와 발전의 방향
 외국의 사례는 이렇다. 장기간의 기획으로 사전제작하고 소재도 아주 다양하게 선택한다. 우리 드라마의 이상한 사련이나 불륜등 사랑타령이 중심테마가 되는 것과는 상이하다. 국내에 수입되어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방송되는 CSI, NCSI등을 보면 뭔가가 우리 드라마와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드라마 시즌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과 프로그램의 품질을 보장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시청자들은 월화, 수목, 주말드라마 패턴에 익숙해져 시청습관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그런 시청패턴을 과감히 탈피할 수 있을 것인가.

 케이블 TV인 TVN, CGV등에서 시즌제로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고 다른 방송사에서도 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외국의 새로운 트렌드는 막을 수 없다. 외국 드라마의 국내 진출 등의 영향으로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도 변화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첫째로 철저한 준비와 다양한 소재선택으로 사전 제작 체제를 갖춰 작품의 질 향상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단순한 재미위주의 사랑이야기를 벗어나 다양한 삶을 반영하는 의미 있는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제작 시스템과 드라마제작환경의 변화도 수반되어야 한다.

 셋째로 모든 여건이 변화하고 발전하면 우리의 드라마도 계속 외국에 수출하여 한류 열풍을 재 점화해야 한다.

 그리고 드라마의 한국적 소재한계의 극복을 위해 다른 형태의 제작시스템의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케이블 TV에서 도입된 드라마 시즌제를 초기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하여, 다양한 드라마제작 시스템 발전으로 유도해야 한다. 시즌제와 시리즈는 엄밀히 다르다. 시청률에 따라 방송의 중단과 연장이 자행되는 우리 현실을 이제 극복할 단계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젊은 시청자 층의 시청형태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필요에 따라 이용할 줄 아는 젊은 세대이기에 드라마 제작시스템도 발전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황금 시간대에 집중 편성되는 드라마 편성관행은 머지않아 탈피될 것이다. 양질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한 때가 지금이다.

윤대작 (사회과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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